지난 수요일에 광주까지 내려가 스포티지를 타봤습니다. 기사로는 내보냈지만, 못다한 얘기가 많아 블로그에 좀 더 적어보려 합니다.
이런 색과 이런 스타일의 차는 아직 국내에 없었지요. 이렇게 알록달록한데다 디자인도 튀는 국산차를 시승하는것도 참 간만이네요. 다양한 시도에 박수쳐 줄만 합니다. 세계 최초로 승용형 SUV를 만든 기아차에서 이번에는 세계를 놀라게 할 CUV형 SUV를 만드는 느낌이구요. 그동안 몇차례 차를 보면서도 타보기 전에 뭐라 평가하기는 어려워서 보류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짧게나마 타보니 어떤차인지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 참고로 여기 올린 사진은 다 직접 찍은 사진인데, 출처만 밝히시면 마음대로 갖다 쓰셔도 됩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사실 이 차를 타기 전에는 소음과 진동 문제가 가장 걱정됐습니다. 디자인을 독특하게 뽑아놓은 차들이 고속 주행시 풍절음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엔진도 출력을 무려 184마력까지 올려놨으니 막연히 기계 한계에 가까워 소음이 클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시승해보니 이 모두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이슬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스윽 스윽"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속 160km 가량으로 달리는데도 너무 조용한 나머지 와이퍼 블레이드가 왔다갔다 할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겁니다. 바람이 어떻게 넘어가기에 이렇게 조용하게 만들어졌는지, 유리창에 물 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은 풍절음이 왜 이렇게 없냐며 놀랄 정도였습니다.
다만 기자 한명은 타이어에서 나는 노면소음이 꽤 있다고 했습니다. 소음 문제를 지적한 기자는 타이어가 한국 타이어 옵티모 저연비 타이어라서 연비를 높이는 대신 소음이 좀 있는 재질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소음은 별로 못느끼겠더라구요. 제가 매일 타는 차는 지금 스노우타이어가 끼워져 있고, 평상시는 V자형 고성능 타이어를 끼우기 때문에 원래 소음이 있는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이 차가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예민한 분들이 아니면 모를 정도입니다.
디자인? 디자인! 비례의 힘
스포티지R의 디자인도 뜯어놓고 보면 지나치리만큼 과격합니다. 옆구리에 움푹 패인 부분을 만들고 깜박이는 범퍼에 달고, 테일램프 중앙은 비워놓고..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디자인 요소를 대거 적용했지요. 색상은 또 어떤가요. 반짝이는 테크노 오렌지색도 놀랍지만, 상상도 못했던 노란색을 SUV용으로 등장시킨것은 세계 최초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니 디자인이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디자인을 리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독특한 색상의 모델들이 많이 팔리진 않겠지만,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스포티지가 내놓은 노란색과 오렌지색을 따라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과격한 시도가 촌스럽기는 커녕 미래지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례와 콘셉트가 잘 맞기 때문일겁니다.
이 차와 비례가 비슷한 투싼ix는 디자인도 우수하고 잘 만들어졌지만, 뭔가 어색한 부분이 남아있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위아래로 껑충한 느낌이 있지 착 가라앉거나 안정감이 았는 느낌은 아니죠. 스포티지는 투싼ix와 비교해 전고가 낮고, 전장이 길고, 전폭이 넓습니다. 전반적으로 더 납작한 느낌인겁니다.
심지어 쏘울과 나란히 놓고 봐도 천장 높이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앞부분을 높이고 뒷부분을 크게 낮춘 천장 디자인이나 휠아치 부분을 부풀린 점은 요즘 성능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딱 들어맞는 디자인입니다.
약간 걱정되는 것은 후방 깜박이를 제동등과 함께 두지 않고 범퍼 위치까지 내려놨다는 점입니다. 이런 차가 전에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스타일인것 같습니다. 만약 후방 추돌시에는 깜박이 부분이 깨질 가능성도 있고, 트럭 등에서 내려다 보면 잘 안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스포티지 개발자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디자인은 실용성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이 부분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일반 후방충돌시에는 잘 깨지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램프 부위를 약간 넓게 만들어서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잘 보이게 만들어져 있더군요.
주행성능은
차에 올라탔을때 SUV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옆에 쏘울을 놓고 보니 높이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보닛은 오히려 더 낮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최근 기아차가 리얼 CUV라고 하는데, 정말 SUV라기 보다 CUV나 미니밴으로 봐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차가 갑자기 세계적으로 유행입니다. 예전에는 인피니티 EX35등 뿐이었지만, 최근에는 BMW X1, 푸조 3008, 미니 컨트리맨, 폭스바겐 골프 크로스 등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세단이 아니라, SUV의 실용성을 갖추면서 연비를 높이고, 세단 승용차의 주행성능을 갖추는 것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다음 시장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스포티지는 일단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184마력 토크 40km-g이라는 엔진은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알고보면 놀라운 숫자입니다. 최근 폭스바겐 골프 GTD(4190만원)나 티구안이 내는게 170마력, BMW X1 20d(5180만원)가 177마력인데 비해 강력하니까요. 물론 BMW에는 6150만원에 204마력짜리 X1 23d 모델도 있긴 합니다.
공회전 소리가 골프 GTD에 비해선 약간 더 시끄러운것 같았지만, BMW X1 23d에 비해선 훨씬 조용하네요. 하지만 이들 차종 처럼 즉답의 느낌은 아닙니다. 연비 위주의 세팅인지 D 모드에서는 너무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의 가속이 됐습니다.
기어노브를 왼편으로 옮겨 M모드에서 기어 변속을 하면 가속감은 훨씬 좋아집니다. 고개가 젖혀진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속력이 부족하다거나 남에게 뒤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듯 했습니다. 동급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니 당연하지요.
하지만 디자인이 워낙 스포티하다보니 가속력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집니다. 어찌보면 날렵한 스포츠카같이 생겼는데, 일반 승용차중 최고라니 좀 아쉽죠. 사실 이 차는 엔진룸도 넉넉하게 만들어져 있어 북미 수출용으로는 230마력이 넘는 3.3리터 V6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이 가벼운 차체에 이런 엔진을 달면 정말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차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모델이나, 혹은 이보다 강력한 모델을 국내에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많이 팔리지야 않겠지만, 스포티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일 수 있을것 같아요. BMW의 고성능 소형차 M3는 얼마 팔리지는 않지만, BMW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계속 판매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차도 한번쯤 용단의 결정을 내려주는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용성을 빼놓을 순 없다
이런 CUV는 실용성이 중요하겠지요. 저는 아직 미혼이라 모르지만, 집에 아이가 생기면 이런 차를 구입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이를 유아용 시트에 앉히기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단은 허리를 굽혀서 해야 할 일을 SUV(CUV)는 그나마 덜 굽히고 할 수 있으니 편하다는거죠.
유모차를 쉽게 트렁크에 던져넣을 수 있는 점도 CUV의 장점이겠습니다. 아무리 커져봐야 5인승이긴 합니다만, 투싼에 비해 길어진 전장은 엔진룸과 트렁크 공간에 많이 할애됐습니다. 골프채도 4개, 보스톤백도 4개를 넉넉하게 넣을 수 있겠어요. 정 급하면(?) 사람도 두어명 싣고 다닐 수 있겠더라구요. 트렁크 아래는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어뒀더군요. 여러가지로 편리할 것 같습니다.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도 참 중요합니다. 세단 중에는 꼿꼿하게 세워 앉아야 하는 차들도 많은데요. 이 차의 경우 그나마 시트포지션이 약간 높아선지 등받이를 약간 눕힐 수 있었습니다. 이 약간의 차이가 장거리를 운행하는 경우에는 크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이 차의 경우 2피스라서 파노라마 썬루프도 조금 더 저렴하고, 천장의 평평한 부분이 비교적 넓어 더 많은 부위를 유리로 만들었습니다. 답답할 수 있는 뒷좌석의 개방감이 다른차에 비해 우수하다는거죠. 다만 파노타라 썬루프의 덮개가 자동이 아니라서 손으로 여닫아야 한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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