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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스포티지R

소형 SUV 스포티지R 서울에서 시승해보니…역시 CUV 맞구나

몇개 되지 않는 국산차 이름이 국내에서 잘 알려진거야 당연하겠죠.
 
하지만 스포티지라는 이름은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CR-V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스포티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왜냐면 스포티지는 SUV임에도 불구하고 승용차의 디자인을 갖춘 최초의 차량이어서, 북미와 유럽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차량이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에 댄 스포티지R. 때 마침 바로 옆에 이웃집 CR-V가 보이는군요. CR-V는 세차가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고 봐주세요. 포토샵은 안했습니다.

초대 모델이 이렇게 히트를 친데 비해 2세대 스포티지는 크게 눈에 띄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당시 기아가 어렵기도 했고, RAV4라거나 CR-V 같은 비슷한 콘셉트의 SUV들이 쏟아져 나와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일겁니다.

해외에서 스포티지가 이름을 유지한데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 투싼ix의 수출모델은 투싼에서 ix35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브랜딩을 하고 있지요. 기존의 이미지를 떨쳐 버리겠다는 의도인것 같아요. 해외에서 오피러스(아만티) 후속으로 팔리게 될 K7도 현지명이 '카덴자(Cadenza)'라고 바뀌었구요.  

이처럼 국내 이름과 수출 모델이 같은 이름인 모델이 오히려 몇 안됩니다. 스포티지가 같은 이름을 유지하는 것은 아마 현지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데다 매력적인 차로 각인돼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만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지금처럼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3세대에 있어서도 그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거겠죠.

실내와 퀄리티

운전석이나 조수석은 원래도 크게 좁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신형은 훨씬 더 넉넉해졌습니다. 수치상의 의미만은 아니고, 실제로도 상당히 넓은 느낌이 듭니다.
 
사실 이전 스포티지를 탔을 때는 수치에 비해 실내가 너무 갑갑해서 이해가 안됐었죠. 아마 천장이 낮고 대시보드가 높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밖이 보이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자연히 실내가 갑갑하게 여겨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더라구요. 헤드룸도 넉넉하고, 대시보드는 낮아지는 등 실내 형상이 이전에 비해 월등히 나아졌기 때문에 개방감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실내가 더 커보이는 듯 했습니다.


오렌지색 실내는 예술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국산차 메이커가 핸들 안쪽의 스티치까지 오렌지색으로 박아넣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요. 무슨 BMW M까지 들먹이는건 과장이지만, 그런 핸들의 스티치처럼 예쁘게 박아놓았네요.


뒷좌석은 무릎공간(레그룸), 측면의 여유, 천정까지의 공간감(헤드룸) 등 어떤 면을 봐도 충분하고 쾌적하게 앉을 수 있었습니다. 뒷좌석도 어느 정도 뒤로 기울일 수 있어서 편하고, 좌석 한가운데는 암레스트까지 있었어요. 천장은 파노라마 썬루프가 있으니 개방감이 우수하기도 했습니다.

트렁크 공간도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골프백은 4개를 겹치지 않고 그냥 나란히 넣을수도 있겠습니다.
 
지난번 쏘울과 포르테의 신차 출시때 기아차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내장재 질감문제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기존 쏘울과 포르테 문제는 그게 그렇습니다. 요즘 다시 타보면, 그때의 질감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상해서 물어보니 "전에 비해 좋아졌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질감이 달라졌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는게 기아차 측의 설명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잘하지.

제 아이폰(이름이 '김한용만세') 폰에서 음악을 끌어와 플레이 하는 모습


어쨌든, 이번에 타본 스포티지R은 질감이 개선된 쏘울과 포르테보다도 좋아졌다고 얘기할 수 밖에 없더군요. 플라스틱 통통 소리 나던 부분은 거의 사라지고, 이제는 우레탄을 이용한 실내로 변경됐어요. 딱딱한 플라스틱 부분도 이전보다 강도는 높지만, 경도가 낮아서 부드러운 느낌이 들게 됐구요.

촌스러운 부분은 이제 찾기 어렵고,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값비싸 보이는 실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엔진 시동은 무려 스타트 버튼으로 하도록 돼 있는데, 버튼 위치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전 로체와 모하비는 버튼이 너무 하단에 있어 누르기 불편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꼭 "난 불편하지 않다"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버튼이 낮아서 손등이 아래로 가도록 손을 뒤집어 눌러야 하는 바로 그게 불편하다는 겁니다.


스포티지R 서울 시내에서 달려보니

전라도의 쭉 뻗은 길을 달릴때와 서울에서의 느낌은 전혀 달랐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시승차 엔진 상태가 좋지 않아선지 공회전 소리가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주에서 주행하던 모습

지상고도 그렇지만, 시트포지션도 역시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CUV라고 마케팅할만 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주행해보니 엔진음은 꽤 들리는 편이지만, 약간의 가속때는 오히려 배기음이 꽤 잘 만들어져서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대 가속을 하면 크르르릉 거리는 소리가 조금 거슬립니다. 강력한 엔진 덕에 최대가속까지 할 일은 별로 없을것 같기는 하지만요.

D레인지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진동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언덕에서 밀림도 거의 없구요. 꽤 괜찮은 변속기와 엔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4단 변속기를 대신한 신형 6단 변속기 덕분에 변속 충격도 적고, 변속기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 수동으로 변속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섀시는 플랫폼,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을 모두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특히 전동 스티어링은 이전에 비해 고속에서는 훨씬 묵직하면서도 주차할때는 가벼운 속도감응 파워스티어링의 기능을 더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 운전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동시에 고속 주행중에 휘청거리는 경우도 적습니다.

고속주행중에 핸들을 느슨하게 해도 직진성이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론트 서스펜션의 캐스터각을 높인것도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캐스터각이 커지면 직진성이 좋아지고 노즈다이브(브레이크시 앞부분이 숙여지는 상황)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는 반면, 노면의 잔 진동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의 경우 새롭게 만들어진 섀시가 핸들링과 승차감의 밸런스를 잘 맞춰 이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단에 비해 약간 높은 시트포지션이지만, 중심이 높다는 느낌은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하체는 꽤 부드러우면서도 지나친 기울어짐은 막아주고, 잔 움직임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합니다. 서스펜션 구조도 그렇지만 샥스에서 만들었다는 가변식 댐핑 시스템도 영향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특히 뒷바퀴가 따라오는 느낌은 길다란 차체나, 전륜구동이라는 느낌을 잠시나마 잊게 할 정도입니다. 유럽차 수준의 조향능력을 원하면서도 딱딱한 서스펜션은 싫어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양면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짐을 많이 싣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운전의 즐거움에 대한 욕구까지 채워줄 수 있는, 이 가격대의 거의 유일한 SUV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시대 SUV는 이런 것

물론 최근 BMW X1이라거나 인피니티 EX35라든가, 고급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이 우수한 수입 SUV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손에 닿기는 조금 멀지요.

자동차 시승을 하다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습니다. 모두 내 돈으로 사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과 관계 없이 '좋은차'를 '좋다'고 하는겁니다. 사실 가격이 비싼차가 좋은건 당연합니다. 9천만원짜리 C63 AMG가 만약 2천만원짜리 제네시스쿠페보다 못한 성능이라면 그게 오히려 웃기는 일이죠. 성능이 더 나쁜 스포츠카를 더 비싸게 팔면 안팔릴게 뻔하구요.

말하자면 스포티지는 6천만원짜리 수입 CUV와 비교할만한 2천만원짜리 차입니다. 6천만원짜리 차와 비교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어떤 면은 더 나은점도 있다는 겁니다. 2천만원 남짓 주고 살 수 있는 다른차에 비해 우수한가를 보면요. 네, 월등히 우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