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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기아 K5

기아 K5가 SM5와 캠리잡고 BMW까지 노리다

지난 6일 기아차는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K5와 도요타캠리, 르노삼성 SM5과의 비교시승을 진행했습니다.

K5 2.4 GDI는 캠리 2.5와 비교했고, K5 2.0은 SM5 2.0과 비교한 것이지요.

BMW 320i를 가진 오너가 갑자기 경쟁심이 불타올라 K5 2.0과 비교를 하자고 졸랐습니다. 기아차 측은 흔쾌히 수락을 했는데, 그 결과는 어찌 됐을까요?
이번 비교 시승회에는 K5, SM5, 캠리 등 총 15대가 준비됐습니다.


참가자들은 K5와 도요타 캠리를 번갈아 타면서 ▲ 슬라럼(S자 코스) 등을 달리고 ▲ 코너링(선회코스)를 테스트하고 ▲드래그(정지상태에서 동시에 최대 가속으로 출발)를 비교해보도록 돼 있었습니다. 

슬라럼과 코너링은 도요타 캠리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도요타의 서스펜션이 지나치게 무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K5는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국산 전륜구동차 중 가장 우수한 축에 속한다고 할만 했습니다.18인치 휠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시승차는 17인치 휠이어서 약간 기울어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노면 잔충격은 18인치 휠 모델보다 훨씬 덜 올라온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선택할만 합니다.



드래그 레이스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의 차이만 나는가 싶더니 ...

이내 차이가 벌어져 드래그레이스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났습니다. 2.4리터 엔진으로 2.5리터 캠리를 이 정도 차이로 이긴다니 꽤 놀랐습니다.

아마 직분사 엔진 기술 덕분이겠죠. 터보도 달지 않고 200마력이 넘는 엔진이라고 하니 캠리를 이기는건 어쩌면 당연해 보였습니다.

2.4리터의 테스트를 끝내고 2.0리터도 테스트 해보기로 했습니다.

K5의 2.0리터 엔진은 직분사는 아니지만, 경쟁 모델에 비해 강력하다는 평가를 듣는 엔진입니다. 여기에 6단 변속기를 결합해 가속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이 차와 비교를 위해 끌려나온(?)차는 이 차입니다.

르노삼성 SM5 2.0 입니다. 중형차의 돌풍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모델입니다. 없어서 못판다고도 하지요.

이 차의 엔진과 변속기는 일본 닛산에서 완성상태로 수입해옵니다. 일본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으니 내심 믿음이 가기도 했습니다. 또 닛산의 변속기는 X-Tronics 라고 하는 CVT변속기인데, 이걸 장착하면 변속시 동력 손실이 없이 가속되기 때문에 다루기 쉽고 또한, 더 빠르게 가속된다는 것이 닛산측의 설명입니다.

물론 마력 차이는 좀 있지만, 현대기아차가 '뻥마력'이라는 소문도 있고 하니 실력은 막상막하이거나 혹은 출발 테크닉에 따라 SM5가 이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사진은 K5과 SM5의 드래그 레이스 광경을 찍은건데요.

"SM5는 어디갔어?"

두 차를 한프레임에 들어가도록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이렇게 멀어져버렸습니다.

K5는 이미 브레이크 등을 밟은게 보이시죠. SM5는 아직도 가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장의 느낌은 마치 SM5는 그대로 서있고 K5만 출발한듯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차이난다고? 믿을 수 없어."

믿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GIF까지 준비했습니다.

뭐 이런 정도의 차이?

몇번을 시도해도 이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이 참가자는 브레이크를 너무 일찍 밟았네요. 그러니까 좀 비교가 되는군요.

SM5는 동시대 차량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차이나는 가속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닛산에 좋은 엔진이 많을텐데 아직 이런 엔진을 쓰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르노삼성차도 여러가지로 우수합니다만, 연비와 출력이 떨어지는 엔진을 신형 엔진으로 교체하는 등 노력이 있으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흔히 이 그라파이트 색만 보다가

이날은 처음으로 빨간색 K5를 만난것도 신기했습니다. 처음보는데, 상당히 괜찮네요.


섹시하면서도 꽤 우아한 벽돌색을 내고 있네요. 색상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요.

2.0에도 테일램프를 LED타입으로 하니까 꽤 보기에 괜찮은데요?

한참을 캠리나 SM5와 비교해보니 이건 뭐 상대가 안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캠리와 경쟁주행이 지겨워 질 때쯤 한 BMW 320i 오너가 자기도 비교 시승을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이 사람이었습니다. 누군지 되게 잘생겼네요.

그래서 이렇게 나란히 서게 된 겁니다. 사진에서 3시리즈가 훨씬 작아보이지만, 원근감 때문에 그렇고 실제는 큰 차이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찍은게 아니라, 한 유명 블로거 분께 부탁했는데... 이분이 K5에 애정이 더 있으셨는지.. 쩝.

기아 K5는 176마력의 2.0리터 엔진을 갖췄지요. 1천킬로 밖에 달리지 않은 신차였구요. 신차라고 해서 마냥 출력과 연비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한 5천킬로를 얌전히 달려야 제 성능이 나온다고 하지요.

상대인 BMW 320i는 156마력에 불과한데다 4만킬로를 넘게 달린 상황이었습니다. 출고이후 에어필터는 한번도 갈지 않았고 엔진오일은 2만5천킬로에서 한번 갈았을 뿐입니다. 지독하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관리하는게 BMW코리아의 공식적인 관리방법입니다.

어쨌건, 다시 레이스로 돌아와서요.

BMW 320i는 출력이 낮지만 후륜구동이라는 장점 때문에 드래그 레이스 초반가속이 전륜구동차에 비해선 약간 유리합니다.

후륜구동 승용차는 가속하면 관성에 의해 구동축(뒷바퀴)를 눌러주지만 전륜구동은 반대로 구동축(앞바퀴)의 무게가 덜어지기 때문에 출발에서 VDC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구조가 더 간단해 일단 출발하면 가속력은 더 좋다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래그 레이스 결과 사진도 찍어달라 했는데, 이렇게 찍어주셨습니다. ㅠㅠ 마치 320i가 K5에 지는것 처럼 보이게 찍혀 있지요.

하지만 차가 앞으로 숙여져 있는걸 보세요. 레이스는 끝나서 이미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은거구요.

결국 드레그 레이스 결과 사진은 남아있지 않은데요. 당시 상황은 제 머리속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K5와 BMW 320i로 비교해 달려본 결과

슬라럼에서는 BMW가 당연히 더 우수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기아 K5도 참 우수하긴 했지만, BMW는 희한하게도 16인치 휠이어서 말랑말랑한데도 불구하고 더 단단하게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슬라럼도 그렇지만 코너링에서는 엄청난 속도에서도 한치도 미끄러지지 않아 "역시 이래서 BMW"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하지만 드래그는 약간 달랐습니다.

아마 크진 않겠지만, 핸디캡이 있긴 했습니다. BMW는 변속기에 S모드가 있어서 선택했지만 K5는 S모드가 없어 D모드로 놓고 달렸습니다.

처음 출발에서 BMW운전자가 약 0.1초 정도 늦게 반응한 것 같았습니다. 출발하면서 K5가 10cm정도 앞서가더라구요.

'금세 따라잡을 수 있겠지'

그러나 웬걸... 계속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채 가속 하는데 한번도 그 '10cm'의 차이가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변속하는 타이밍도 비슷해 전혀 변화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같은 6단 변속기인데다 K5의 변속기도 변속 시간이 짧게 잘 만들어졌나봅니다. BMW의 독일산 ZF 변속기 못지 않은 변속 시간입니다.

약 1km에 가까운 거리를 서로 차이없이 나란히 달리더군요.

실제 차를 함께 달려보니 BMW 320i와 기아 K5의 가속 능력이 놀랍게도 똑같았던 겁니다. 물론 차가 더 오래되고 BMW에서 해주는 관리 외에는 별다른 관리가 없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겁니다. 또 적은 출력에서는 전륜구동이 중반 이후 더 유리한 면도 있을것이구요.

하지만 아무리 여러가지로 양해를 해준다 해도, 자신보다 2배나 더 비싼 도요타 캠리나 BMW 320i와 대등하게 달리는 기아 K5, 요 녀석 참 대단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