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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5000~7000만원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 현대 블루온 시승해보니


14일 남양연구소에서 국내 최초 양산형 고속전기차 현대 블루온을 시승했다.

블루온은 인도에서 생산돼 중동 및 유럽 등을 위주로 판매되는 i10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이어서 외관이 유사하다. i10의 디자인은 국내 다른 경차에 비해 디자인이 한층 새롭고 신선해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차는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 부품이 새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i10의 부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플로어에 배터리를 내장하고 사이드멤버 등을 새롭게 설계하는 등  기존 i10과는 완전히 다른 신차"라고 설명했다.

◆ 조용하고 매끄러운 가속력이 압권
 
실내에 들어섰지만, 시동이 걸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출발시켜야 한다는 점이 어색했다. 엔진음이 없는 대신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다. 현대차는 이 때문에 경차에 걸맞지 않는 다양한 방음 대책을 세웠다. 타이어 소리 때문인지 실내에서는 그다지 이질감이 없었지만 밖에서 보는  블루온은 어딘가 이상했다. 급가속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차가 지나치게 조용해 골목길 등에서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소음발생장치(VESS)를 장착했다. 하지만 에어컨을 작동시킨 상태에서는 소음 발생여부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다. 에어컨을 끄니 "웅~"하는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실내에선 거의 느낄 수 없었고 실외에서는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시속 2km를 넘으면 와인잔을 건배하는 정도의 "탱 탱~" 하는 소리가 추가됐지만 어지간히 민감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4명이 차에 탄 채로 주행했지만, 가속력은 시원한 수준이다. 경차의 1.0리터급 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가속력이다.

전기는 두가지 방식으로 충전할 수 있다. 전면부에서 일반 220볼트 전기를 이용한 충전을 할 수 있고, 후면부에서 직류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충전을 할 수도 있다.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과 달리 어떤 경우든 가정용 전기를 그대로 이용해 충전할 수는 없다. 콘센트 규격이 다르다.

한전에서 "일반 가정에 와트당 52원짜리 전기차용 콘센트를 만들어주는데, 이걸 일반 가정용 콘센트로 만들어주면 다들 그걸 쓰지 않겠나"라면서 문제를 삼아 현대차가 콘센트 규격을 일부러 다르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설령 콘센트 규격이 같더라도 일반 가정에서 고속전기차의 높은 전류를 흘리면 화재나 기기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한전측의 설명이다.

현재는 전기차를 운행하기 위해선 추가로 전기차 관련 전기 설비를 갖춰야 하며, 여기 들어가는 비용은 46만원(한전비용)에 가정에 끌어오는 구내 비용을 별도로 내야 한다.


◆ 탁월한 주행거리, 우수한 주행감각

변속기 레버는 D,E,L등 3가지 주행 모드가 있었다. D모드는 일반적인 경우, E모드는 최고 가속력을 약간 줄여 멀리 갈 수 있도록 하는 경우, L모드는 회생브레이크 기능을 더욱 강화시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충전을 더 많이 하는 기능이었다. 회생브레이크란 차를 감속할 때, 관성에너지로 충전을 해서 배터리에 전기를 축적하는 기능이다.


계기반에는 에너지 흐름도가 나타났다. 가감속 상황에 따라서 전기가 배터리에서 모터로 이동하거나, 혹은 바퀴에서 배터리로 이동하는 그림이 나타났다. 계기반에는 RPM미터가 마련돼 있는 대신 모터가 얼마나 출력을 발휘하는지 혹은 충전을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계기도 마련돼 있었다.

D모드로 주행을 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 보았지만, 충전하는 그림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페달에서 발을 뗀다고 해도 감속을 원하는 것인지 잠시 발을 뗀 것인지 알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충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레이크에 발을 얹거나 주행모드를 L로 바꾸니 적극적인 충전이 이뤄졌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가속하니 속도계는 어느새 13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현대차는 한국의 연비측정보드인 CVS75모드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항속거리가 140km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연비 측정 모드는 최고속도를 시속 91km/h로 산정하고 평균속도 34km/h로 달린다.

그러나, 전기차의 전비는 속도가 높아질 수록 극단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60km이상 정속주행에서 오히려 전비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에는 가솔린 엔진과 연료통, 배기가스 관련 장비 등은 물론, 변속기 조차 없었다. 그러나 배터리로 전환하면서 170kg의 중량이 늘었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짐을 싣거나 사람이 많이 타면 코너에서 차가 기우뚱 하기 쉬운데, 이 차는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주로 장착해 오히려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구배 25%의 언덕 중간에서 멈췄다 출발하는 시험을 해봤다. 시험이 무색하리만치 아무렇지 않게 올라간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RPM(엔진회전수)이 약간 높아지면서 올라갈 언덕이지만, 전기 모터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어서 어색하다. 차를 개발한 연구원도 한계 등판을 아직 못해봤다는 설명이다.


엔진룸에는 커다란 컨버터가 장착돼 있다.

흔히 전기차라고 하면 배터리만 비싼 줄 아는데, 이같은 컨버터나 고압을 다루는 모든 부품이 다 비싸다고 현대차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볼멘 소리를 했다.

의외로 오른편에는 일반 차량에서 볼 수 있는 납 전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 장치가 있어야 저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압을 그대로 저압으로 바꿔서 사용하면 전압이 쉬 오르내리는 문제도 있고, 컨버터가 고장이 나면 비상등 같은 필수적인 장비가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있어서,  이같이 별도의 저압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설명이다.
 
◆ 차는 훌륭하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

전기차는 여러모로 훌륭하다. 친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성능도 우수하고, 승차감도 뛰어나다. 소음도 없고, 낮은 RPM에서도 높은 토크를 올릴 수 있는 모터의 특성상 주행의 즐거움도 크다. 하지만 이 차량의 가격은 같은 가솔린차량의 7~8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유지비가 경제적인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차량 가격차가 너무 커서, 아직 합리적인 구매라 보기는 어렵다. 가격이 낮아지는게 성공의 관건인데, 이 키는 오히려 전자제품 회사가 쥐고 있다.

이 차량 가격의 대부분은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 주요 전자 부품이 차지하는데, 그렇다면 이 쪽에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LG 등 전자제품 제조회사가 현대로부터 차체를 사들여 차량을 만드는 편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실제 중국에서는 배터리 회사 BYD가 전기차를 만들면서 가격을 크게 낮추고 배터리를 크게 향상시키면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제 더 값싸고 효율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배터리 기술까지 보유해야 하는 시대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