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수한 차만 만들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어떤 차를 요구하는지를 파악해 시장성이 높은 차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따
라서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 중 교집합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방향으로 차를 설계한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교집합에 속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말을 서운함은 생기기 마련이다. 점차 스포티해지는 현대기아차에 대해서도 젊은 소비자들은
대체로 호응하는 편이지만, 전통적인 럭셔리차를 기대하던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겠다.
현대차 그랜저만 봐도 과거엔 그저 뒷좌석 오너를 위한 차였지만, 이제는 운전자를 위한 차로 변모했다. 일례로 1996년형
그랜저는 뒷좌석에 열선이 있지만 앞좌석에는 없었다. 당시 그랜저는 뒷좌석이 뒤로 젖혀지기도 했고, 조수석을 마음대로 앞으로 눕히는
등 조정도 가능했지만 최근 그랜저에는 그런 기능이 모두 빠졌다. 운전자야 기능이 늘어난 만큼 기쁠지 모르겠지만 뒷좌석에 타는
입장에선 아쉬울듯 하다.
올뉴SM7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승객들을 두루 만족 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두얼굴을
가진 차로 만들면서 편안한 승차감을 추구하는 가족을 만족시키고,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 또한 만족할 수 있는 차를 추구한 듯
하다.
◆ 부드러운 주행성능, 조용한 실내
"너무 부드러운거 아냐?" 한참을 운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올뉴SM7 2.5 모델에 장착된 닛산의 VQ엔진은 2.5리터에서 190마력을 내고, 6기통이다보니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2.4리터 4기통 직분사 엔진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부드럽다고 한다.
일
반적으로 6기통은 4기통 엔진에 비해 무게가 더 많이 나가고 연비도 조금 낮은데, SM7은 6기통을 장착하고도 연비를 크게 향상
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현대기아차 4기통 직분사 엔진에 비해선 연비와 출력이 모두 조금씩 열세지만, 직분사 V6엔진을 장착한
한국지엠 알페온에 비해 연비와 출력이 모두 우수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V6 엔진의 끝판왕' 쯤 되는 셈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3.5리터 VQ엔진으로 인피니티나 닛산 알티마에도 장착되는 엔진이다. 인피니티에 장착됐을 때는 과격한 느낌이 들었지만 SM7의 엔진 사운드는 정말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사
실은 부드러운 정도를 넘어서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굼뜨게 가속되는 느낌이 들었고, 페달에서 발을 떼도 엔진
브레이크가 거의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동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승자는 운전을 참 편안하게 한다며 칭찬했다.
◆ 버튼만 누르면 '전혀 다른 모습' 내보여
속도계는 20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까 그 차가 맞아?" 옆좌석 승객은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기어노브 옆에 스포트(SPORT)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계기반에는 운전자를 자극하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더 가속하라는 듯 노란 그래프에 붉은색이 차오른다.
과
연 조금 전 그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엔진 사운드가 과격해졌다. 변속 타이밍이 늦어져 엔진회전수(RPM)도 높게 사용한다.
가속페달을 떼자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도 있다. 패들시프트를 조작할 때 변속시간 자체도 훨씬 빨라졌다. 차가 웅웅 소리를
내면서 밀어붙이는 느낌도 매력적으로 변한다.
올뉴SM7의 직진 성능을 보면 차가 지나치게 무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운전대도 다소 둔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부드러운 차로 급코너에 들어가면 차가 크게 쏠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우선 이 차에 가변식 서스펜션이 장착됐기 때문이다. 가변식 서스펜션은 평상시 푹신한 감각을 주다가 커브에 들어서면 단단하게 변화되면서 차체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장비다. 가변식 서스펜션에도 2가지 방식이 있는데 현대기아차의 방식은 ASD방식이지만, 이 차에 장착된 것은 DFD로 더 민첩한 제어가 가능하다.
또, 경쟁 차종에 비해 휠베이스(바퀴 앞뒤 축간 거리)가 약간 짧은것이 비교적 민첩한 주행에 도움이 되는 듯 했다.
휠베이스가 길 수록 운전 성능은 저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길다란 승합차를 운전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된다.
핸들 뒤에는 패들시프트가 자리잡고 있어서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나 내리막길 주행을 할 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 위치가
지나치게 높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서킷에서 공격적인 주행을 할 때는 핸들의 3시-9시 방향을
잡는 대신 2시-10시를 잡기 때문에 그 위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외로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기대 이상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스포트 모드와 과감한 드라이빙을 해보기 전에 이 차를 평가해선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디자인, 실내…"차에 앉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두 얼굴"
SM7
의 디자인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한 외모로 어떤 세대도 불만을 갖지 않을만한 무난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근육질의 전면부에 모노프레임 그릴이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램프 디자인이나 캐릭터 라인등 구석구석의 면모를
살피면 섬세함이 대단하다. 질리지 않고 볼수록 매력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기본 디자인이 우수해도
표현이 따르지 못하면 헛된 것일지 모른다. 이 사실을 르노삼성차는 잘 알고 있다. 우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크기는 경쟁모델에
비해 월등히 작다. 이같은 디자인은 차체를 더 강인해 보이고 안전한 느낌이 들게 한다. 동급 처음으로 장착한 어댑티브 바이제논
램프와 LED램프 덕분에 작은 면적으로도 충분한 밝기를 낸다. 모터쇼장에 등장하는 콘셉트카가 대부분 램프 영역을 작게 만드는
이유가 이런 이유에서다.
램프 내부의 모양을 일일히 꾸민 세심함은 물론, 차체 도장의 매끄러움도 다른 메이커보다 한차원 높다. 르노삼성은 국내 메이커 중 수성페인트를 가장 먼저 사용했고, 불소도장이 기본이기도 하다.
실내 디자인이 빼어나다고까지 할 건 없지만 흠잡을 곳도 없다. 경쟁차종에 비해선 약간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가운데 단단해 보이도록 설계됐다.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이라면 모두 가죽은 아니어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합성수지로 감쌌다.
지나친 우드트림이나 반짝이는 크롬이 없어 큰 불만을 사지는 않겠다. 안정돼 있고 빈틈없는 실내 공간이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외형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이 차 처럼 짜임새와 품질이 뛰어나다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나 내구성 역시 우수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겠다.
◆ 실내 공간의 숨겨진 매력
실내 공간이 동급에서 가장 넓다고 할 수는 없다. 휠베이스(앞뒤 차축간 거리)와 윤거(좌우 바퀴간 거리)가 경쟁 준대형 모델에 비해 약간씩 짧기 때문이다. 휠베이스는 그랜저에 비해선 3.5cm, 알페온에 비해선 2.7cm짧다.
하
지만 뒷좌석에 앉았을 때 만족도는 오히려 더 크다. 경쟁모델의 뒷좌석에 앉았을 때는 무릎공간(레그룸)이 지나치게 충분히 남아서
발을 꼬고 앉아도 될 정도다. 하지만 이 공간이 그저 빈공간으로 버려지는게 아쉽기도 하다. 반면 올뉴SM7은 뒷좌석 의자가
기울어진다. 뒷좌석 의자는 앞좌석과 달리,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게 아니라 방석부분이 앞으로 밀려나 등받이를 기울이는데, 이때
무릎공간이 상당부분 사용된다. 경쟁사에서도 레그룸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뒷좌석에는 디지털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이 매력적이다. 뒷좌석에서도 독자적으로 에어컨이나 히터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좌우유리와 뒷유리에 차양막을 올려 햇빛을 차단하거나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수 있다. 뒷좌석에 앉은채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숙이도록 할 수 있는 점도 준대형에서 보기 드문 기능이다.
운전자도 만족할만 하다. 우선 휠베이스가 짧다는 점부터 스포티한 드라이빙 느낌을 향상 시켜준다. 운전석을 위한 마사지 시트가 내장된 점도 좋은 점이다. 운전석에서 버튼을 눌러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눕힐 수 있는 기능은 여러모로 활용범위가 넓겠다.
◆ SM7의 의미…르노삼성 '국내 3위' 탈환 무기
SM7은 전장, 전폭을 비롯한 모든 수치에서 철저히 한국GM 알페온보다 우수하게 만들면서 파워트레인에서는 현대차 그랜저나
기아차 K7보다는 약간 낮은 지점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뒷좌석 기능 등 타사 차량에 없는 기능을 넣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판매량을 늘려가겠다는 2등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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