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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강요가 불편한 영화

영화 도가니를 봤습니다. 내용은 다들 아시다시피 장애인 학교에서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고발성 영화입니다.

사실을 담담하게 풀어가다 중간중간 영화적인 장치를 집어넣었다고 해서 좋은 평가가 내려지기도 하는 영화입니다.

평가도 좋고, 예매율도 높다니 지금도 이 영화를 예매하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성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만 이용하고 있을 뿐, 영화적 재미는 거의 덧붙이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실화를 다룬 영화중에도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느껴졌던 서스펜스와 스릴러 같은 것은 장치가 이 영화에선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설프게 집어넣은 영화적 이미지는 현실과 괴리감만 더할 뿐입니다.

인물을 더욱 불쌍한 약자로 보이도록 한 장치들이, '저건 영화니까 저렇지 현실에선 있기 어려운 일'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겁니다.

특히 교장선생님과 생활지도선생님 CG를 이용해 1인 2역을 하는 점에서는 환타지영화 같은 비현실성을 더합니다. 12명의 여자애들을 4명의 남녀로, 8명의 가해선생을 3명으로 축소한 점도 너무 소심한 대목이고, 8살 남짓인 아이가 성폭력에 자살을 한다는 설정도 지나칩니다.

하도 비현실적이니 영화를 보고 현실을 어느정도 알게되는게 아니라, 현실은 대체 얼마나 다른 것일까라는 질문을 갖게 합니다.

비현실을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현실을 놓고도 이렇게 붕 뜬 구름처럼 두루뭉술하게 만들어버리는 영화가 있다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공유가 마지막에 죽은 아이의 영정 사진을 들고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고, 떨어진 사진을 군화발로 짓밟는 뻔한 클리셰에선 실소까지 나옵니다.

만약 이 영화가 정말 자애학원(광주인화학교)을 단순히 관객을 모으는 자극적 소재로 사용할 생각이 아니라, 이같은 상황을 고발하기 위해서,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 그려졌다면 이렇게 만들어져선 안되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다큐멘터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들고, 만약 당시 PD수첩을 그대로 상영했더라도 이보다 훨씬 공감을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부족한 영화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은 낮을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약자를 변호하는 구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불쌍한 애들 얘기를 하는데, 관객들이 이걸 널리 알려야 하는것 아니냐는 식의 장면이 계속됩니다.

우리의 인정이, 장애아를 다루거나 성폭력 피해자를 다룬 영화를 나쁘게 평가할 정도로 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꾸준히 우수한 평점과 입소문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 떨어지는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참 고약하네요.

제 평점은 ★★ (안보시는게 낫습니다)

PS: 광주 인화 학교는 광주에 있는 학교죠. 영화에 나오는 무진은 소설 '무진기행'에서 따온 가상의 도시 이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