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지금부터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달리는 법을 알려드리겠어요오~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먼저 회사를 때려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표를 사면 돼요~
http://air.interpark.com 에서
할인 항공권을 3박4일 검색해보면 150만원짜리 이코노미표를 구할 수 있어요.
이걸 타고 11시간동안만 비행기를 타면 돼요.
지루하다구요? 지루할땐 영화를 보면 돼요.
영화를 꼬박 7편을 내리보면 도착하는 거리예요.
영화를 3편쯤 보다보면 죄 그 영화가 그 영화같고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이때 잠들면 돼요.
그렇게 한참 자다보면 겨우 5시간 날아온 거예요. 앞으로 6시간을 더 날아가면 된다고 해요~~
11시간 비행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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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미쳤나봅니다.
그 유명한,
그 전설적인,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달리겠다며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날아갔습니다.
이 길을 꼭 달려보고 싶었어요!!
거기서 차를 렌트해서 아우토반을 꼬박 1시간반 달려야 합니다.
이렇게 멀지만, 가보니 그런대로 달릴만한 거리더군요.
잠은 독일 한국인 민박에서 묵었구요. 도미트리라고는 합니다만, 혼자 썼어요. 숙박비는 하루에 단돈 40유로.
렌터카는 업체 유로카에서 렌트했습니다. 70유로 정도.
자동차 렌트는 반드시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후 찾아가야죠. 예약 없이 가면 두배 정도를 내야 합니다.
(바가지 안쓰려면 이걸 먼저 읽으셔요: 유럽 렌터카 바가지 주의하세요 )
제가 렌트한 차는 르노의 경차 트윙고. 내후년에 르노삼성이 한국에 내놓을 예정인 경차죠.
경차라고 해서 무지하게 겁먹었는데,
실제로 타보니
이~뻐~!
속도가 막 시속 164km까지 바로 올라가~~~
아우토반을 달리는데 시속 180km까지 달리는데는 별 무리가 없더군요.
일반적으로 계기반이 있는 자리에는 엔진의 RPM을 나타내는 타코미터만 있습니다. 속도계는 중앙에 있구요. 일부 레이스카에서나 봄직한 세팅이네요.
너 경차라매... -_-;;;
알고보니 이 차는 르노 트윙고 고디니 100이라는 모델로
경차 크기이긴 하지만 배기량이 1.2리터로 일반 모델보다 높고, 100마력의 고성능을 낸다고 해요.
서스펜션과 실내 디자인 등이 일반 트윙고와는 크게 다르더라구요.
작은 차에 강한 엔진을 달아놓으니 더 신나게 달릴 수 있었구요.
문은 이렇게 열도록 돼 있습니다. 뭐가 또 이렇게 돼 있더라... 페라리 일부차종, 로터스 일부차종이 이렇지 않던가요?
보닛을 열어보면, 헉 엔진 어디갔어 싶을 정도...
시트는 고디니 버전 특유의 버킷시트. 푸른색과 짙은 회색이 잘 어울어져 있어요.
트렁크는 약간 좁은 편이지만 해치백 특성상 위로 쌓을 수 있고,
뒷좌석을 앞으로 젖히면 공간이 많아지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닌듯.
◆ 뉘르부르크링을 가보니
뉘르부르크링은 아시다시피 그란투리스모나 포르자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자동차 게임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또, 닛산 GT-R과 포르쉐 911 신모델이 나오면 이곳에서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유명한 서킷은 그 명성에 비해 달려보는게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사실 일반 국도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달릴 수 있는 곳입니다.
한바퀴에 30유로만 내면 됩니다. 우리돈으로 4만원 몇천원 정도죠.
하지만 이같은 정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불안에 떨며 뉘르부르크링까지 달려 갔습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 가시게 되면, 저처럼 이렇게 불안해 하지 말고 여기 있는 정보를 참고로 해서 여유롭게 가시기 바랍니다.
뉘르부르크링은 둘레가 20.8km에 달하는 대단한 길입니다.
서킷이라기 보다는 그저 국도에 가까운 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서킷 주변에는 군데군데 전망이 좋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기도 하고 일부는 소시지(Curry Worst 커리버스트)와 감자를 팔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정말 맛있습니다. 꼭 먹어야 합니다)
포르쉐와 스카이가 지나가는 옆에 빈틈이 있네요. |
저런 다양한 세대의 포르쉐들이 마구 달리고 있는 광경입니다.
공냉식 포르쉐 911이 신형 못지않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과거에 산 포르쉐가 현재까지 잘 달리는 것 처럼,
내가 살 포르쉐도 수십년동안 멋진 차로 남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잠깐 예쁘장하다가 몇년 지나면 고물차로 변해버리는 요즘 차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물론 다른 브랜드의 스포츠카들도 많습니다.
가끔 르노 메간 같은 차도 있어서 한시름 놨습니다.
그런데 저 메간은 운전 매너가 좋지 않군요. 서킷에서는 레이스가 아닌 경우 도로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빠른차가 다가오면 오른편에 붙어야 합니다.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이 차입니다.
저런 광경을 뒤로하고 뉘르부르크링 정문으로 찾아갑니다.
반어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뉘르부르크링은 독일 전체에서 가장 막히고 트래픽이 많은 도로였습니다.
독일은 인구분산이 잘 돼 있어서 교통 정체가 그리 심하지 않은데, 뉘르부르크링에선 10분 이상 꼼짝 못하는 일도 예사였습니다.
자동차 서킷을 자유롭게 탈 수 있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인기가 많은겁니다.
유모차를 몰고 온 부부들도 많습니다. 차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기도 하고, 애를 봐주는 와이프들도 대단하네요. 독일 여성들이 은근히 순종적인건가.
서킷에 들어가기 위해선 표를 사야죠.
아래 철조망에 붙은 포스터에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20분간의 최고의 짜릿함...이라는 식으로 써있습니다. (독일어는 까막눈이라... 아마 그런거라고 추측을) 표는 36유로라고 써있네요.
여기서도 무지하게 줄을 섭니다.
서킷에서 표를 파는 사람들은 이렇게 한가하게..
벽에는 낙서를 할 공간을 만들어놨네요.
주변 주차장에는 차를 세우고, 캠핑카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속칭 '어부바 차'들도 와 있네요.
혼다 S2000이 눈에 띄고 각종 레이스카들이 즐비합니다.
제가 탄 트윙고 고디니 100도 이곳에 오니 자세가 좀 살아나는 듯 합니다.
부근에는 당연히 호텔과 주유소, 식당이 인기 폭발이더군요.
녹색 지옥이라는 이름의 팬샵. |
저 ED 주유소는 기름을 줄서서 넣습니다. 결코 싸지도 않구요.
주유소 안쪽에선 기념품도 팝니다.
저 레이싱휠은 무슨 용도로 파는건지 모르겠네요.
이 차는 레이스카를 렌트해주는 업체의 차입니다. 골프 GTI를 튜닝해서 일반적인 GTI보다 튼튼하고 잘나가게 만든 차입니다.
사실 뉘르부르크링 주변에는 차를 빌려주는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본 모델 기준으로 하루에 50만원쯤 하는데요. 여기 서킷 4바퀴 도는 가격 10여만원과 기름값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렌트하는 비용은 30만원이 안됩니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추구하는게 다르겠지만, 저라면 가급적 다른곳에서 렌트해서 가져오는걸 권장합니다요.
이곳은 포드 GT도 달리고
로터스도 달리고
노스 프루프 라고 쓰여진 R8도 달리지만
무엇보다 오픈휠 타입(바퀴가 차체 밖으로 나옴)의 자동차들이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서킷에서는 저런 차가 최고죠. 코너에서 환상적인 능력을 보여주니까요.
서론이 너무 길었죠?
서킷 탄 내용을 자세히 적으려니 다음 글이 또 필요하겠네요.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아래는 뉘르부르크링을 달려본 동영상입니다.
영상을 다시 봐도 당시는 정말 제가 미쳤던 것 같아요. 아마 아드레날린 때문이겠죠.
서킷을 타고나서 흥분된 상태로 주변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링아레나. Ring Arena.
굉장히 넓고 멋진 건물인데,
이곳은 BMW가 자사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고취시키는데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스피드 광을 위한 롤러코스터가 실내에 있네요?
이렇게 실내로부터 밖으로 뻗어나가게 돼 있었습니다.
관련 동영상:
뉘르부르크링은 다른 나라의 상당수 서킷과 느낌이 사뭇 다르더군요. 서킷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국도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20.8km라는 긴 거리 때문에 유명한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누구나 자유롭게 달릴 수 있고, 달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유명해진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한바퀴 도는데 12분 걸리는 서킷을 슈퍼카를 몰고 7분만에 돈다니 어느정도 성능의 슈퍼카인지 감이 온다는거죠. 그래서 메이커들은 뉘르부르크링 기록을 공개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강원도 등 일부 지방에는 구불구불한 도로가 터널 등으로 직선화-고속화 되면서 버려진 길이 꽤 있는데요.
이런 길을 잘 활용하면 뉘르부르크링 못지 않은 서킷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를들면 지금 한국의 수많은 타쿠미들이 밤마다 열을 올리는 '중미산'만해도 막연히 단속할게 아니라,
인근에 직선 도로를 개발하고 이곳을 서킷으로 개발하면 어떨까요. 인근 경제도 한번에 확 살아날거구요.
하지만 우리 현실로 돌아와보면 이미 만들어진 서킷도 허가를 내주지 않는 우리 정부인데, 아마 서킷을 새로 만드는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독일인들이 뉘르부르크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