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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의외다 이 차 (2)…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시승기를 썼습니다. 시승기를 쓰다보니 너무 잘 써준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차는 정말 잘만들어졌더라구요. 물론 내비게이션과 전동시트가 없는 점은 두고두고 욕먹을 부분이긴 합니다.


여러 안전 장비등이 얼토당토 않게 빠진 점도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차의 근간은 잘 만들어진게 분명해요. 초 고속의 영역에서 이처럼 안정감 있는 소형차는 처음보는 것 같아요. 응당 있어야 할 풍절음이 억제돼 이질감 같은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니까요.


더구나 3790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은 골프나 미니 같은 소형 해치백 들을 바짝 긴장 시킬 만 해요.


아래는 어제 제가 2시간 가량 시승 해본 소감(이라기엔 너무 길지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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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벤츠 A클래스와 B클래스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소형차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고유가 시대가 계속 될 것이 확실시 되는데다, 큰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반환경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보는 분위기까지 팽배했다. 대다수 자동차 업체들은 차세대 소형차에 대해 고민하고, 누군가 마땅한 해답을 내놓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B클래스는 그래서 더욱 중요한 차라 할 수 있다.

◆ 왜 하필 벤츠가 B 클래스를 내놔야만 했을까


최근엔 소형차들의 위상이 높아진데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용돼 어지간한 대형차에 비해 공간의 부족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작은차'를 구입하는데 유일한 장벽이라면 안전에 대한 우려, 혹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들 수 있다.


때문에 작은차라도 안전성이 부족하거나, 싸구려 느낌이 들어서는 곤란하다. 작으면서도 더 안전할 뿐 아니라 큰 차에 비해 월등히 고급스럽고, 실제로 값도 비싸고, 남에게 뽐낼 수 있는 차가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독일 최고급 세단을 만들던 업체들이 소형차로 돌아서고 있다. 고성능 후륜구동만 고집하던 브랜드 BMW도 앞바퀴 굴림식 0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이고, 아우디는 얼마전 새롭게 내놓은 A1을 통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는 이들을 비롯, 기존에 앞서 자리잡은 미니, 폭스바겐 골프, 조만간 국내 출시 될 시트로엥 DS3 등과 함께 국내 소형 수입차 시장의 핵심이 될 듯 하다.

   
▲ 시승을 앞두고 도열한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수입 소형차가 도전하는데 어려움이 큰 시장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도요타 코롤라와 혼다 시빅이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보면 그렇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은 현대 아반떼가 나오는 '본진'이기 때문이다. 아반떼의 국내 평가는 어떨지 몰라도 세계 시장에서는 한해 100만대를 팔아 세계 전 차종 중 판매대수 2위에 도달한 차다. 여기 현대차가 국내선 가격과 서비스를 앞세운 막강한 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뚫고 들어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벤츠는 이번에 내놓는 B클래스가 경쟁차들에 비해 고급스러운 감각, 월등한 주행성능, 더 우수한 실용성과 연비 등을 갖췄다고 장점을 내세웠다. 모든 면에서 경쟁모델보다 한 차원 월등한 제품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과연 그런지 시승을 통해 확인에 나서기로 했다.


◆ 최고의 안전 장비, 기능들 모두 빠졌네…'껍데기만 B클래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형 B클래스를 처음 봤을 때는 약간의 전율까지 느꼈다.  각종 기능과 장비들을 봤을 때, 경쟁 모델이라 할 만한게 언뜻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S클래스와 E클래스도 갖추지 못한 장비들을 모두 갖춘 점을 보면, B클래스가 '초호화 소형차'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조한다는 느낌이었다.


반면 이번에 국내 출시한 B클래스는 그리 놀라운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아마도 국내 소비자들이 값비싼 소형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 비싼 옵션은 모두 제외하고 들여 온 듯 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독일에선 기본 장착되는 '충돌 예방장치(Collision Prevention Assist)'다. 이 기능은 24GHz 전파를 전방으로 쏴서 장애물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지를 파악하고 위급 상황에는 브레이크를 동작시키라는 음성 경고가 나오는 기능이다. 이때 브레이크를 조금이라도 밟으면 적절한 양의 브레이크가 작동해 충돌을 막는다. 저속에서만 동작해 접촉사고를 막는다는 볼보 등과는 달리, 시속 30km의 저속은 물론 250km의 고속에서도 동작하므로 도로 사고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안전 장치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이 기능의 효용성을 가리켜 ESP가 있는 차와 없는 차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이런 중요한 안전기능이 국내 출시 모델에는 제외됐다.

   
▲ B클래스의 실내

독일 B클래스는 앞차와의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자동으로 따라가는 기능인 '디스트로닉스 플러스'도 장착돼 있다. 이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기능은 벤츠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속도의 제약이 거의 없어 정체 되는 시내 도로나 고속도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동차가 필요에 따라 스스로 가감속을 하기 때문에 운전 편의성을 극대화 시키는 기능이다. 이 또한 국내 사양에서는 역시 제외됐다. 이 두가지 기능은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24Ghz대의 전파가 전파법상 허용되지 않아서다.


법률과 상관 없이 삭제 된 기능도 많다. 어두운 곳에서는 헤드램프를 상향등으로 자동 조정해 조사 범위를 넓혔다가 상대차가 있으면 라이트의 각도를 낮추는 기능인 '어댑티브하이빔어시스트(Adaptive HighBeam Assist)'도 빠졌다.


사각지대에 상대 차가 있거나 깜박이를 넣지 않고 차선을 옮기면 경고하는 블라인드스팟어시스트(Blind Spot Assist), 주차시 자동으로 핸들을 돌려주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도 없다.


해외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런플렛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국내는 스페어 타이어도 없이 일반 타이어만 끼워 준다는 점도 섭섭한 부분이다.

새로운 기능은 둘째 치고라도 국내 운전자가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기능마저 제외됐다. 4250만원짜리 차(스포츠패키지)에도 내비게이션이 아예 없다. 당초 국내 들여올 예정이던 7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대신 5인치 일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모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쩐 일인지 후방카메라도 제외됐다. 여기 전동 조절 시트조차 없다는 점은 국내 소비자들로서 이해하기 쉽지 않을 듯 하다.


◆  더 달리고 싶은 느낌…주행성능은 그대로 가져왔다


옵션에서 사소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충분한 가속력과 우수한 핸들링을 갖췄다는 점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136마력 1.8리터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순식간에 변속을 진행하며 어느새 차를 시속 120km까지 밀어올린다. 중후한 가속이 아니라 꽤 경쾌하고 스포티한 느낌이어서 국내 환경에서 이 이상의 가속력은 거의 필요치 않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 '7G-DCT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라고는 하지만 메뉴얼로 변속했을때의 느낌은 폭스바겐 DSG처럼 찌릿하다기 보다는 벤츠 특유의 부드러움이 가미돼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주는 쪽이어서 이전 B클래스와는 아예 비교할 대상이 못된다.

   
▲ 한 기자가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를 시승하고 있다.

 섀시도 큰 폭으로 변경됐다. 이전 B클래스 후륜 서스펜션은 트레일링암이던 것이 멀티 링크로 구조가 바뀌었다. 넓어진 차체 폭을 수용해야 하고, 스포츠 성능 또한 강화하기 위한 세팅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전 세대의 B클래스가 가졌던 샌드위치식 차체 구조를 버린 이상 서스펜션의 자유도가 크게 높아진 덕분이기도 하다.


17인치 휠이 장착된 모델의 경우,  멈춘 상태에서 차를 흔들어보면 약간 출렁임이 있다. 그러나 주행해보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코너에 접어들면 아까 그 차가 맞나 싶을 정도의 단단함으로, 별다른 기울어짐 없이 돌파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시속 180km 정도에서의 속도에서도 핸들에 힘을 줄 필요가 없는 안정적인 직진 성향은 놀라울 정도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에서 '과연 벤츠'라는 경탄이 절로 나온다.


이상한건 이렇게 빨리 달려도 풍절음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도 부품 사이로 바람이 새들어오는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다. 보닛과 트렁크를 열어 봤을때 부품 사이를 일일히 실링(접착제)으로 메꿔놓은 점이 의아했는데, 이런 놀라운 정숙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신형 디젤 엔진은 서있을때나 가속할 때 모두 지나치리만치 정숙하고, 가솔린 엔진 소리 아닌가 생각되는 질감의 작은 소리만 난다. 그러나 엔진회전수(RPM)가 4500까지만 올라간다는 점에서 디젤엔진 임을 끝내 잊지 못하게 한다.

   
▲ 기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를 시승 중이다.

사실 마이비라 불리던 기존의 B클래스는 디자인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번 B클래스는 기존 B클래스와 무척 닮았지만,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더구나 외관만 봐도 한번 운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점은 이전 B클래스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번 B클래스는 차체 길이(전장)가 86mm 가량 길고, 폭은 9mm가량 넓고 전고는 46mm 낮춰졌다. 덕분에 디자인이 훨씬 안정감 있고 스포티하게 보일 뿐 아니라 뒷좌석 무릎 공간도 S클래스(일반모델)나 E클래스(976mm)와 같아졌다. 트렁크가 넉넉한건 말할 것도 없다.

   
▲ 이번에 출시되지 않은 B클래스 '나이트패키지' 트림. 휠의 사이즈 등 일부 사양이 다르다.


◆ 벤츠가 사활을 걸고 만든 충실한 모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토마스우르바흐 대표의 말처럼 골프나 미니와의 경쟁모델이 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시승에 나섰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골프가 스포티함을 강조한 차라면 B클래스는 이보다 훨씬 크고 부드러운 차였기 때문이다. 아마 골프의 경쟁모델은 이후 등장한 A클래스로 보는게 적절할 것 같다.


B클래스는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충실한 차로 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후 내놓을 스포티 해치백 A클래스나, 소형 4도어 쿠페인 CLC, 소형 SUV까지도 모두 B클래스를 기본으로 각 용도에 맞도록 개성을 더하고 변화시켜 만들어진다. 다시말해 B클래스는 벤츠가 앞으로 내놓는 소형 무기들의 중심이 되는 기본 모델인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B클래스를 사활을 걸고 훌륭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차의 완성도나 꼼꼼함이 이전의 벤츠 소형차들과 차원이 다르다. 짜릿함이나 패션을 내세우는게 아니라 묵묵히 성능과 품질로 승부하는 벤츠의 저력이 이 차에 담겨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