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에는 얼마전부터 담배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내걸렸습니다.
담배 가격을 변경한다는 '공고'라고 적혀있는데요.
저 자리가 한두푼하는 광고 영역도 아닐텐데 공고를 저렇게 비싸게 할리가요.
사실은 가격이 꽤 내렸으니 사서 피우라는 뜻이겠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에 대한 법이 엄격해서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 청소년보호법 등 다양한
법률에서 이중 삼중으로 '담배 판매 촉진을 위한 금품 제공등의 행위', 즉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담배에
관한 광고는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해도 매우 제한적으로 해야 합니다.
허용되는 범위는 ▲ 오로지 흡연자에게 담배의 품명, 종류 및 특징을 알리는 정도를 넘지 아니하는 것이어야 하며, ▲ 비 흡연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흡연을 권장 또는 유도하거나 ▲ 여성 또는 청소년의 인물을 묘사해도 안되고 ▲ 흡연 경고문구의 내용 및
취지에 반하는 내용 또는 형태여서도 안됩니다.
담배에 대한 광고 및 후원이 허용되는 범위는 ▲ 지정 소매인의 영업소 내부에 광고물을 전시 또는 부착하는 행위 ▲ 품종군별로
연간 6회 이내(회당 2쪽이내)에서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 ▲ 사회 문화 음악 체육 등의 행사를 후원하는 행위. (단
여성이나 청소년 대상 행사는 후원할 수 없으며 후원자 명칭 사용외 제품광고는 금지) ▲ 국제선 항공기 및 여객선 ▲ 기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장소 안에서 행하는 광고만 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광고가 시청역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게 된 것일까요.
다음과 같은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인데요.
제12조 (판매가격의 공고) ①법 제18조제4항의 규정에 의한 담배
판매가격의 공고는 일간신문에 게재하거나 제조업자 또는 수입판매업자의 영업소 게시판에의 공고, 인터넷에의 게재 그밖에 소비자가 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개정 2004.6.29>
담배 신제품이 나오면 그 가격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악용해 수억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통해 '공고' 아닌 '실질적인 광고'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BAT)의 부도덕한 측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데다,
이들이 한국 정부를 얼마나 만만하게 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눈가리고 아웅도 유분수지. 돈백만원이면 끝나는 '공고'를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으로 걸어놓고 그걸 공고라고 우기는 BAT나, 그걸 또 인정해주는 서울 지하철이나...
청소년이 받을 위해성이나 담배근절 등 공익 목표는 뒷전으로 한 채 법망의 빈틈을 악용,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치졸한 장삿꾼에 다름 아닙니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부터 서울시 안에서 운행하는 버스에는 담배, 술, 성인물, 병원 등의 광고를 모두 금지시켰습니다. 대신에 광고 영역을 좀 더 열어주겠다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해준다고 하더군요.
참 현명하고 똑똑한 방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넘겼던 것을 꼼꼼하게 챙겨주니 말이죠.
그런 가운데 이같이 서울 시청역 한가운데 대문짝만한 담배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모르고 있어 가능한 일이겠죠.
설마 다른 공무원들처럼 '이건 광고가 아니라 공고니 괜찮다' 식의 사고를 하지는 않으실거라 봅니다.
일단 120 다산 콜센터에 신고를 해보고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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