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 시작한 아이폰 광고 시리즈가 눈길을 끕니다.
이전 애플 광고는 30초 정도에서 그쳤는데, 이번 아이폰 광고는 무려 1분이나 계속되니까요.
뭔가 마음이 급한건지, 예전의 애플이 아닌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전달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좀 다르지요. 이전의 아이폰 광고는 매우 직접적이고 상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기능 위주의 담백한 광고였다면 요즘 아이폰 광고는 기능보다는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내용은 별게 없이 그저 사람들의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보여줍니다. 이 제품을 이용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줍니다. 모두 출연자일텐데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혹시 우리 일상을 몰래카메라로 찍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멘트는 이거죠.
Every day, more photos are taken with the iPhone than any other camera.
(매일, 세상의 그 어떤 카메라보다 아이폰에서 찍히는 사진이 더 많습니다)
정말 그랬나요? 사진 가장 많이 찍는 카메라가 니콘, 캐논, 삼성 디카도 다 아니고 저가 안드로이드폰도 아닌 아이폰이었단 말이예요?
흠 사진 기능이 워낙 잘되어있고, 공유 시스템도 우수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약간 놀라운 사실이네요.
그런데 한국판에서는 조금 달라집니다. 일단 조깅을 하는 일본인이 후지산을 찍는 장면에서 크롭을 해서 후지산임을 알 수 없도록 빼버렸습니다.
멘트도 "다른 카메라보다..." 라는 내용 대신
"매일 더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폰에서..."
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타 제품보다 많이...' 가 아니라 '어제보다 많이...'라는 느낌으로 바뀌었지요. 한국 사람들이 타사와 비교광고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 삼성의 본진이라는 점이 고려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국내 공개되지 않은 새 광고 'Music Every Day' 편은 아래에 있습니다.
음악도 행복하고,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는 영상입니다.
Every day, more people enjoy their music on the iPhone
than any other phone.
(매일, 그 어떤 폰보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
아마 한국판에서 이걸 방영한다면 "매일 더 많은 음악을 듣습니다. 아이폰에서..."라는 식으로 바뀌겠지요.
이들 광고에 내포된 내용은 이것입니다.
'여러분들 거리에서 이런 모습 많이 봤지요? 그런데 이 사람들 사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거였어요'
그런데, 이런 광고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뭔가 상품으로 내세울게 없을때나 하는 광고인데, 현대차 '리브 브릴리언트' 광고 같은 느낌이랄까.
저는 개인적으로 애플이라면 노골적이고, 상대방을 조롱하고, 직접 공격하고, 훨씬 나은 대안을 보여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IBM PC를 1984의 빅브라더에 비유한 최초의 매킨토시 광고처럼요.
항상 1위를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유머러스하게 1위를 깎아내리고 싸우고, 이슈를 만들고 좌충우돌하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된 지금, 애플의 광고는 자신보다 못한 삼성을 깔아뭉갤수도 없고, LG나 HTC나 구글을 모두 합쳐도 애플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작은 회사니, 적어도 스마트폰에서는 광고의 상대가 없어지고 말았네요.
그래선지 이번 광고는 공격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이미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느낌입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게다가 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쓴다는 것을 강조할 정도의 치졸한 아이디어?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쓰니까 당신도 써라?
이건 너무 애플답지 않네요. 남들이 다 쓰는걸 너는 쓰지 말라고 외치던 반-빅브라더 정신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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