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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

닛산 수퍼카 GT-R이 포르쉐 이겼다? 천만의 말씀!

오늘은 닛산코리아에서 닛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퍼카 GT-R을 국내 선보였습니다.

뉘르부르크링에서 포르쉐를 이겼다고 홍보하는 바로 그 차입니다.

차 가격은 1억4천만원이 넘지만 이 차보다 훨씬 비싼 차들을 모두 이겼으니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세계 최고라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포르쉐를 이겼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닛산코리아측은 오늘 GT-R의 신차발표회에서 이런 말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코너가 많은 독일 최고 레이스트랙인 '뉘르부르크링'에서 양산차로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냈다.

그동안 닛산측은 GT-R을 소개하면서 뉘르부르크링의 주행 기록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습니다. 닛산측에 따르면 7분26초70으로 양산차 중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관련URL: http://www.fastestlaps.com/track2.html

이 홍보에 포르쉐를 자꾸 거론해서 포르쉐측의 심기도 건드렸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습니다. 시판가가 8억5천만원이던 '포르쉐 카레라 GT'와 비교해 오히려 3초 빠른데다 현재 포르쉐 최고의 양산차인 911 GT2에 비해서도 훨씬 빠르다고 했다는군요.


포르쉐 테스트 결과 왜 뒤지나?

그런데 이건 좀 더 깊이 들여다 봐야할 일입니다. 사실은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테스트'라는 것이 업체의 공식 테스트가 아니거든요. 그동안 포르쉐나 기타 다른 업체들은 닛산처럼 회사 이름을 걸고 진지하게 테스트만(!) 한 적은 없는것이죠.

대체로 전문 매거진 등에서 테스트하는데요. 포르쉐의 경우 그 유명한 드라이버 Walter Röhrl이 매번 운전합니다. 16살때부터 대회에 출전해 1968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그 전설의 드라이버로 올해 62세를 맞은 분입니다.

포르쉐가 발표하는 최신 차량의 0-100km/h 가속시간도 모두 이분이 테스트 한 결과입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이분이 과연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었을까 의아합니다.

바로 이 할아버지가 Walter Röhrl(62)



독일에서 포르쉐의 R&D 부사장 '볼프강 뒤르하이머'를 만났을때, 왜 이런 할아버지에게 운전을 맡기는가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을 했습니다.

볼프강 뒤르하이머는 "같은 사람이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해야 새 포르쉐 성능을 상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운전자가 바뀌면 기존의 차들보다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이분이 달린 주행결과는 '최고 성능'을 끌어낸 것은 아니고 '상대 평가'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GT-R의 주행 결과에 고무된 닛산은 "포르쉐, 양산상태로 한번 달려보자"고 했다고 합니다. 포르쉐는 굳이 닛산보다 우수한 결과를 내더라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하네요.

뉘르부르크링 최고차는 여전히 포르쉐?

그러면 포르쉐가 GT-R을 넘지 못했다는 의미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을겁니다. 억울하면 더 우수한 드라이버를 데려다가 테스트해보면 되는거지, 왜 꽁지를 빼느냐는 질문도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르쉐가 비겁하게 뉘르부르크링을 달리지 않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포르쉐 차가 GT-R보다 우수하게 달린 기록이 있는가 여부를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죠?

아시다시피 뉘르부르크링은 북쪽, 남쪽의 트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북쪽 트랙이 20km남짓으로 우리가 말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트랙 노르드슐라이페입니다. 남쪽 트랙은 GP트랙이라고 해서 F1레이스용으로 사용됩니다.


우리는 이 중 노르드슐라이페(노란색)의 주행결과를 가지고 얘기하고 있는데요.

지난 몇개 기록을 살펴보면 놀라운 결과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GT-R은 이번에 7분26초를 기록해 양산차 최고 기록을 냈다고 홍보하고 있죠?

그런데,

포르쉐 956


2003년 5월 29일에 열린 Castrol-Haugg cup 레이스에서 포르쉐 911터보(996)는 이미 GT-R에 훨씬 앞선 7분04초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9월에 열린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챌린지에서도 포르쉐 911터보(997)은 7분00초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대회에서 어디까지 개조가 허용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만, 양산차를 기준으로 일부 개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또, 비록 일반적 의미의 '양산차'가 아니라고 하지만, 최고기록은 '1000km 뉘르부르크링'대회의 1983년 기록으로 포르쉐 956이 6분11초를 기록한 것이 사상 최고입니다.

다시말해 매거진의 단순 테스트가 아닌 실제 레이스 결과를 포함하면, 양산차로 트랙 최고의 기록을 세운 것은 포르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논쟁이 생기는 것입니다.

단순 데모 주행의 경우 이보다 훨씬 빠른 결과도 나왔습니다.

2007년 BMW는 F1레이스카를 동원해 이 6분의 벽마저 깨버렸던 것입나다. 이 역사적 대 기록의 주인공 운전자는 한국에도 방문했던 그 유명한 '닉 하이드펠트'입니다. 이 분 기억이 나시나요?


BMW Sauber팀은 'F1 시범주행(2007 BMW F1 demonstration laps)'을 통해 북쪽 서킷과 남쪽서킷을 터서 24.4km를 8분대에 돌파하는 기록을 보였습니다.

미국 로드앤트랙紙에 따르면 북쪽 서킷만 달린 시간을 따지면 5분15초08이라고 하는군요. 이는 전무 후무한 기록으로, 당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닛산 GT-R 기록의 의미는?

이처럼 비양산차는 물론이고 튜닝차량이나 특출난 레이서만 동원해도 기록이 크게 앞당겨지는데, 닛산이 내놓은 기록은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실상 닛산GT-R의 기록은 어떤 업체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깰만한 연약한 것인데 말이죠.

닛산측은 7분26초의 GT-R 기록이 '튜닝이 되지 않은 양산차'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는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닛산코리아에서는 GT-R을 신차발표하면서는 "튜닝이 완벽하게 돼 있어 더 이상 튜닝하지 않는것이 좋은차"라고 말했습니다. 기록을 잴때는 양산차라고 하면서 판매할때는 튜닝차라고 하니 알쏭달쏭합니다.


'양산차'라면서 한국시장엔 연간 35대를 판매하고 세계적으로도 월간 수백대밖에 판매하지 못한다고 하니 그점도 갸우뚱할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월간 최소 수만대 이상은 팔아야 우리가 생각하는 '양산차(Mass Production)'의 범주에 속하는게 아닌가요?

놀랍게 뛰어난 성능을 가진 좋은차라는 점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라는 홍보 명제는 참이 아닌것 같습니다. 굳이 비교 경쟁을 해야 한다면 포르쉐보고 닛산만의 게임에 참가하랄것이 아니라, 포르쉐가 경쟁하고 있는 레이스에 GT-R이 참가해 실력을 보여주는 편이 옳겠죠.

이 차는 1억4900만원입니다. 우수한 차인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보다 비싼 포르쉐911 GT2나 페라리, 아우디 R8을 크게 능가하는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와 디자인 성능을 종합해 볼 때 이 정도 가격이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