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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기아 쏘렌토R (XM)

버전업 된 쏘렌토- 쏘렌토R 2.0 시승기

지난번 쏘렌토 시승기 포스팅에서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새로 나왔다는 쏘렌토 2.0 모델도 꼭 시승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기아차측에서 차를 내준다고해서 업그레이드 된 쏘렌토 2.0을 5일간 시승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자동차 전문기자들도 시승할차가 없는데, '블로거'라고 이런 혜택을 두번이나 받게 되니 황송하기도 하고 동료기자들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네티즌 여러분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액티브 에코라는 희한한 장치

운전대 왼편 구석에 새로운 버튼이 생겨서 의아했습니다. 가만보니 Active Eco라고 써있는 버튼입니다. 뭔가 절약하는 버튼인건 알겠는데, 눌러도 아무 변화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가속감도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가속패달을 밟아도 연료 절약 상태를 나타내는 계기반내 ECO 불이 계속 초록색으로만 나옵니다. 꽤 절약이 되고 있다는 얘기인가봅니다.

사실 기아차 쏘렌토R 2.0에는 독특한 장치가 장착됐습니다. 전에도 적은 바 있습니다만(쏘렌토R…숨죽이는 기능(?) 나왔다)  '엑티브 에코'라는 기능입니다.

국내서 처음 장착됐다는 쏘렌토R의 이 장치는 바로 '달리기 실력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달리기 실력을 늘리는 기능이라면 몰라도 실력을 줄이는 기능이라니 의아하실텐데요.

이 차는 공인 연비가 15.0km/l로 SUV중 가장 높지만, 모든 차가 그렇듯 무모하게 가감속을 하면 종국엔 연비가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 버튼을 누르면 운전자가 패달을 끝까지 밟아도 지나친 급가속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기아차 측의 주장에 따르면 운전 습관이 가장 안좋은 사람의 경우 이 기능만으로 연비가 최대 11%까지 향상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급가속을 하지 못하도록 엔진 출력이 줄어들고 변속이 보다 높은 단수로 빠르게 올라가며 에어컨 바람이 좀 더 세집니다. 에어컨 바람이 줄어드는 것은 아마 컴프레셔를 적게 쓰고 바람을 많이 나오도록해서 연비를 높이겠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직접 운전해보니 앞서 말했듯 가속감에서 그리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최고속도는 좀 차이가 납니다. 계기반상 시속 140km에서 제한이 되던데, 아마 실제 달리는 속도는 시속 130km쯤 될겁니다.

액티브에코 기능을 끄면 계기반상으로 시속 200km까지 올라갑니다. 상식적이지 않아서 이 말씀 드리기가 조심스러운데, 2.2모델보다 최고속도가 오히려 높은것 같습니다. 아마 타이어 등이 조금 더 얇은 것이 장착되고 기어비가 조정되는 등의 효과가 발휘된게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연비는 얼마나 좋아졌길래?

5일이나 타야할 시승차에 기름이 얼마 안들어 있어서, 5만원 어치를 넣기로 했습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가장 싸다는 개나리 주유소에서 리터당 1360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헉! 기름이 3/4이나 채워져 버렸습니다. 역시 디젤유가 싸긴 싸군요. 36.8 리터가 채워졌으니 원래 있던 기름과 더하면 반이 훨씬 넘게 채워질 수 밖에요.

연비가 너무 좋아서 문제였습니다. 엑셀을 어지간히 밟고 용인 캐리비안베이도 갔다가, 자유로로 임진각까지 다녀오기도 했는데도 시승기간 5일동안 기름을 다 소비할 수 없더군요. 연비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기름을 몇만원어치 남겨 놓은채 차를 반납하려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듯 했습니다. 어휴 피같은 내 기름...

사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15km/l로, 턱걸이지만 1등급 연비를 기록했습니다. 싼타페R2.0과 동일한 수치로 국내 출시한 모든 국산/수입 SUV중 가장 높은 연비를 자랑합니다.

여태 여러 차들을 시승해본 결과, 토크가 낮은 차일수록 공인 연비를 믿기 어렵습니다. 운전자는 공인연비 테스트때와는 달리 엑셀을 많이 밟아 급한 가속을 하게되고, 이로인해 실연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쏘렌토R을 포함해 최신 디젤차들은 대체로 토크가 높아 실제 주행연비가 공인 연비를 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몇일동안 시승을 하면서 다양한 조건에서 연비 측정을 했습니다. 시내주행도 한참을 했고 정속주행도 해보고 고속주행도 했습니다.

1) 시내주행

정체가 심한 시내 주행에서는 공인 연비를 무색하게 할만큼 9km를 기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거야 뭐 정체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겠죠. 신호대기나 정체로 서있으면 연비는 저절로 주루룩 떨어졌습니다.

2) 정속주행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80km 정속 주행을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자꾸만 연비가 높아지더니... 어?어? 평균연비가 무려 19.5km/l까지 오르더군요.

80km/h로 10여분간 달린 결과. 평균연비 무려 19.5km/l를 기록(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SUV에 광폭 타이어까지 끼우고 이 정도라니 뭔가 믿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번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가속이 되면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달릴때 이 정도 연비까지 올라옵니다. (물론 제가 운전을 잘하기도 합니다. 핫핫)

공인연비를 훌쩍 넘는 주행연비라니 인상적입니다. 요즘 연비 좋다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공인연비를 넘기기도 쉽지 않았는데, 어떻게 단순한 디젤엔진이 이처럼 높은 연비를 내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3) 고속주행

계기반상으로 시속 170~200km의 고속주행에서도 평균 연비는 11km/l를 넘습니다. 신형 6단 변속기의 최종 변속비가 매우 잘나온것 같습니다. 사진상으론 연비가 15.2km/l 인데, 이후 연비는 조금 더 떨어졌습니다.


엑티브에코는 지나친 급가속을 막고 기어변속을 앞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에어컨을 끄고, 기어변속을 메뉴얼로 하고, 정속주행을 하는 조건에선 엑티브에코를 켜건 끄건 연비에 아무 차이가 없었습니다.

4) 오프로드 산길 주행

타이어가 크기 대문에 어지간한 험로를 달리는 능력이 세단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륜구동 모델로 오프로드 산을 오르는건 안됩니다. 포기....
특히 타이어가 도심 주행 위주로 만들어진 저연비 타이어라서, 오프로드를 오를수 없더군요.


2.0리터 엔진, 쓸만한거야?

2.2리터에 비해 줄어든 0.2리터가 출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습니다.

높은 연비를 내는 엔진의 특성상 출력이 낮을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놀랍게도 출력은 충분했습니다. 저도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어지간한 상황에선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을 수 없을만큼  힘이 남아돌았습니다.

쏘렌토R 2.0 모델은 최고출력이 184마력이고 최대토크도 40.0kg·m나 됩니다. 쏘렌토R2.2리터에 비해선 8%가량 출력이 낮지만 2.0리터 디젤엔진중에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니 그럴만 합니다.

다만 터보차저가 장착된 차라 출력이 직선적으로 나오지 않고 엑셀 패달을 어느정도 밟아 엔진 회전수가 2500RPM을 넘는 순간 갑작스레 출력이 증가한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합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저RPM에서 가속감이 약간 더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차가 '튀어나가는 듯하다'는 표현이 적당하겠습니다.

그러나 평상시 공회전소음이나 저속주행시 정숙성은 2.2리터 엔진을 시승 했을때 보다 오히려 우월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옵션, 선택옵션

차체 자세제어장치(VDC)가 기본 장착돼 있다는 점은 칭찬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망사고는 차량이 컨트롤을 잃고 스핀해 측면 충돌이나 전복으로 이어져 발생합니다. VDC를 장착하면 이같은 사고를 거의 상당수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이 기능을 의무화 했습니다. 선택사양으로 하면 돈 몇십만원 때문에 이 기능을 제외하는 메이커들이 많이 생기니까요.

최근 유독 기아에서 나오는 국산차들이 VDC를 기본 장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다른 모든 차에도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할 것입니다.

VDC를 장착함으로써 덩달아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가 붙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주차장이나 백화점 주차장에서 정차후 재 출발할때 전혀 밀리지 않고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내리막길에서는 스스로 브레이킹을 잡아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운전이 참 쉬워집니다.

블루투스 핸드폰 핸즈프리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는데, 제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인지 기능상 불편함은 있었으나, 마이크 위치가 적절하고 잘 작동해 주변 소음이 적게 들어가고, 상대방이 잘 알아듣는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줄만 합니다. 상대방이 "다른 어떤 수입차들보다 잘 들린다"고 합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크루즈컨트롤은 사실 한국땅에서 쓸일이 거의 없긴 한데, 고속도로 등에서 마인드 컨트롤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군요. 엑셀을 직접 밟았으면 버얼써 과속을 했을것인데, 크루즈 컨트롤로 가니 연비가 마구 높아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시승차에는 파노라마 썬루프가 장착되지 않았는데요. 개방감도 뛰어나고 가림막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장착하면 매우 좋은 기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앞좌석만 사용하는 운전자라면 큰 도움이 안됩니다. 운전자 머리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운전자는 큰 혜택을 못보고, 주로 뒷좌석 승객들이 좋아하는 옵션입니다.

장단점, 쏘렌토R의 구매가치는?

개인적으로 쏘렌토R 중 한대를 선택하라고 하면 2.2리터 AWD모델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2.2리터 엔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AWD모델이 필요해서입니다.

사실 쏘렌토R 엔진이 강력해지면서 단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워낙 토크가 강하다보니 2WD(전륜구동) 모델의 경우 '토크스티어'가 생깁니다. 핸들을 돌린 상태에서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휠스핀이 일어나면서 핸들이 한쪽 방향으로 잠기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차체자세제어장치로 인해 휠스핀은 짧게 끝납니다만,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스포츠드라이빙을 하는데는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시승한 2.0 모델은 17인치 타이어가 끼워져 있습니다. 지난번 시승한 2.2 모델은 18인치 타이어가 끼워져 있죠. 저속으로 달릴때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코너를 급하게 달리거나 고속 주행시 휘청거림은 2.0 이 2.2에 비해 월등히 컸습니다. 17인치 타이어는 기존 국산 SUV들에 비하면 결코 작지 않은 것인데 18인치 끼우고 얼마나 타봤다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다만 구입가격과 연비 때문에 고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구입가격 차이는 2.0리터 2WD중에 가장 싼 모델은 2536만원인 반면 2.2리터 모델은 2724만원, 2.2리터 AWD는 2952만원이거든요. 42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니. 고민이 될 수 밖에요.

연비도 2.2리터 AWD가 13.1km/l, 2.0리터 2WD가 15.0km/l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내구품질에 대해서 차가 나온지 10년이 될때까지 확실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10년을 기다려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 차의 6단 자동변속기는 그랜저에도 장착되는 현대파워텍의 전륜구동형 변속기인데, 그동안 안정적으로 동작했고 여러대의 변속기를 3백만km 이상 주행테스트까지 거쳤다고 하니 어느정도 신뢰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외국산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는 한국 시장입니다. EU-FTA 타결 후엔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빗장이 풀려 안방을 모두 내주는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가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들고 나와줘서 그나마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