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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K5 하이브리드 시승기…연비 25.3km/l를 기록하다

"네? 연비 몇이라구요?" 연비를 측정하는 진행요원이 깜짝 놀라더니 다시 묻는다. "25.3km/l라구요" 진행요원은 차안으로 고개를 들이 밀어 계기반의 평균연비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비를 기재했다. 기아차 관계자들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기아차는 13일 기아 K5 하이브리드의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승하는 차는 연비를 위주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차량인만큼 가는 길에 최고의 연비를 기록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유롭게 주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다들 나름대로의 연비 운전을 해 보였다. 어떤 운전자는 연비를 높이겠다며 점심식사도 줄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자유로에 접어들자 연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자유로 최저 속도인 시속 50km로 정속 주행하는 운전자도 있었고, 사이드미러의 공기 저항을 줄이겠다며 사이드미러를 접고 주행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 평균 연비가 25.1km/l를 가리키고 있다. 이후 25.3km/l까지 올라갔다.

이날 80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40개팀이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한 가운데, 탑라이더팀이 25.3km/l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25.6km/l였다.

◆ 연비를 높인 방법 5가지…가장 중요한건 가속페달을 세심하게

연비를 공인연비보다 10% 정도 높일때는 몇가지 사항만 주의하면 되지만, 그보다 더 높여야 한다니 강박증 환자처럼 신경이 쓰였고 지나치리만치 고려한 부분이 있었다.

우선, 메고 온 가방을 출발 장소에 내려놨다. 2명 가방의 무게라고 해봐야 많아야 20kg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이 정도면 연비에 1~2% 가량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만 운전하는 운전자는 스페어타이어를 드러내고 펑크가 났을때 보험사 긴급견인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상당한 무게를 절감할 수 있다. 트렁크를 비우는 등의 노력으로 연비는 약 5%가량 쉽게 향상된다.

둘째로, 햇빛이 뜨거웠지만, 연비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까해서 에어컨은 껐고 창도 닫았다. K5하이브리드를 비롯한 풀하이브리드차는 에어컨이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로 동작해 에어컨을 켜놓아도 비교적 연비 저하가 덜하지만 그래도 아꼈다. 일반적인 차에서 에어컨을 켜면 연비가 3% 가량 하락한다. 창을 열면 공기저항으로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창도 열지 못했다. 저속일때 창을 열어 환기시키고 속도가 빨라지면 다시 창을 닫았다.

   
▲ 연비왕대회에 참가한 이세창 선수

셋째로, 약간의 슬립스트림(Slipstream)을 이용했다. 슬립스트림은 차량 꽁무니에 발생하는 와류에 가까이가면 앞차에 달라 붙으려고 하는 현상이다. F1등 자동차 경주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이세창 선수가 시속 60km로 정속주행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뒤에 1미터 간격으로 바짝 붙었다. 선팅이 안돼 있어서 앞차의 전방까지 잘 살펴볼 수 있었고, 앞차 운전자가 이세창 선수이니만큼 위험한 상황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붙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절대 해서는 안되는 방법이다.

넷째로, 출발한 후 30여km를 달리는 동안 브레이크를 단 한 차례도 밟지 않았다. 감속해야 할 상황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200~300미터 앞을 내다보며 운전했다. 감속해야 할 상황에선 미리 가속페달에서 발만 뗐고, 이어 배터리가 충전되면서 감속이 이뤄졌다. 하지만 주행 속도는 60km~70km 정도였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은 가속페달을 발끝으로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면 시속 100km 주행중에도 시동이 꺼지고 전기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했다. 발을 붙이는 정도에 따라 엔진 시동이 걸릴지 여부가 결정되는데, 시동이 걸리면 연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연비를 높이기 위해선 발가락 끝을 이용해 가속페달을 1mm씩 떼거나 밟으면서 조작하려 노력했다. 일반 차도 가속페달에서 완전히 발을 떼면 퓨얼컷이 이뤄져 연비 개선을 노려볼 수 있다.

일반 가솔린 차량은 경우에 따라 주행중 중립을 이용하게 효과적이지만, K5 하이브리드는 중립 주행을 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기 때문에 중립은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등을 한 팀은 적극적으로 중립을 이용했다고 한다.
   

 ◆ 25.3km/l 연비 내는 K5 하이브리드…무엇이 다르기에

비록 계기반에 나타나는 연비가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중형차가 25.3km/l의 연비를 기록한다는 것은 좀체 믿기 힘든 일이다. 이 차가 여러 부분에서 연비에 최적화 됐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선 엔진부터 달랐다. 현대차의 일반 Nu엔진에 비해 7%가량 연비가 우수한 엔진이다.  K5하이브리드의 엔진은 현대차 최초로 엣킨슨 사이클을 이용한 엔진이다. 엣킨슨 사이클 엔진은 독일 오토박사가 개발한 엔진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제임스 엣킨슨이 1882년에 개발한 방식으로, 캠샤프트를 1회전하는 동안 4행정을 끝마치는 방식이다. 이 엔진은 초반 출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이유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90년대말 도요타 프리우스가 이 엔진을 채택하면서부터 풀하이브리드 차량 대부분이 이 방식을 채택하게 됐다. 연비가 10% 가량 우수한데다 부족한 초반 출력을 전기모터가 대신해줄 수 있어서다.

둘째는 전기모터가 달랐다. 초반에 모터 힘만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전기모터로 최대 시속 12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모터 출력만 41마력, 토크도 20.8kg.m에 달한다고 했다. 특히 최대 토크가 0RPM부터 1400RPM까지 나오기 때문에 초반 가속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인게 당연하다.

K5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는 주행을 담당하는 메인 모터와 초기 시동만 담당하는 시동모터가 별도로 장착돼 있다. 시동모터는 일반 차들과 마찬가지로 12볼트로 동작한다. 도요타만큼 세련된 방식의 기술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셋째는 변속기가 달랐다. 도요타 등 하이브리드는 CVT를 이용하는데,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기 때문에 주행 느낌이 스포티하고 이질감이 적었다. 특히 기존 변속기에 있던 토크컨버터를 삭제하고 대신 여러개의 클러치시스템을 도입했다. 상당부분 동력 손실을 일으키는 주범인 토크컨버터가 사라지니 힘이 더 나는 듯 했다. 변속충격이 발생하는 것은 전기모터와 엔진 사이에 있는 클러치를 부드럽게 조정하는 것으로 막았다. 실제로 느껴보면 변속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넷째, 브레이크가 달랐다. 기존 브레이크는 엔진에서 나오는 진공을 모았다가 브레이크배압장치에서 이 힘을 이용한다. 반면 K5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를 통해 브레이크 배압장치에 유압을 갖게 했다. 이게 없다면 달리는 중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을 때 브레이크가 단단해져 밟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K5 하이브리드는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상당부분은 실제 브레이크가 동작하는게 아니라 발전기의 힘으로 감속된다. 이전 포르테나 아반떼 LPi는 발전기에 브레이크가 보태지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K5하이브리드는 정말 매끄러운 브레이크가 가능했다.

다섯번째로 단점을 찾아보니 몇가지 눈에 띄었다. 타이어는 16인치와 17인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었는데 차가 120kg가량 더 무겁기 때문에 코너에서 기울어짐이나 미끄러짐이 일반 K5 18인치 모델에 비해 약간 크게 느껴졌다. 트렁크 공간 상당부분은 배터리로 가득 차 있어서 뒷좌석시트를 앞으로 젖힐수 없었고, 골프백을 1개도 편하게 넣기 어려워보였다.

◆ 평상주행 연비 15km/l 이상…일반모델과 갈등될 듯

돌아오는 길에는 어떻게 하면 연비가 가장 낮게 나올 수 있는지를 연구하면서 달렸다. 연비운전을 반대로 했다. 에어컨을 최대한 가동하고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닿도록 꾹꾹 밟고 브레이크를 마구 사용해 급제동 급가속을 반복했다. 한참을 달리고나서 봤는데 연비가 아직도 14km/l다.

"아, 이럴리가 없는데..."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연비 그래프를 리셋시키고 다시 가속페달을 마구 밟았다. 굉음을 내며 도로를 종횡무진 누벼댔지만 연비를 10km/l 이하로 낮출 수는 없었다. 오기가 나서 기어노브를 수동으로 바꿔서 2단이나 3단으로 놓고 4000RPM 이상을 계속 유지했더니 그제야 연비가 8.9km/l까지 낮아졌다. 연비운전하느라 답답했던 속이 이제야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차들이 늘어나 길이 막히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연비는 다시 10km/l로 돌아왔다. 차량 길들이를 전혀 하지 않은 차에서 이 정도 연비는 놀랍다. 일반 운전자들은 시내와 고속도로 구분없이 연비 15km/l 정도는 쉽게 받을 수 있을 듯 했다.

K5하이브리드는 주행 느낌도 우수하고, 연비도 우수해 비교적 만족스럽다. 하지만 연비가 공인연비에 달하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공인연비를 기준으로 2년안에 차값을 뽑는다는 일부의 주장은 조금 과장된 듯 하다. 하지만 국내 소개된 다른 어떤 하이브리드 차보다 경제성이 우수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주력모델의 2619만원, 취등록세와 공채를 포함해도 2989만원으로 일반 가솔린 모델(세금,제반비용포함 2695만원)에 비해 294만원 차이에 불과하다. 세금 혜택이 하이브리드차 쪽에만 314만원 가량 주어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