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지엠의 신차 발표회는 독특하다. 경쟁차종과의 비교자료를 내놓지 않아서다. 경쟁차종에 비해 앞서는 숫자(스펙)가 몇가지 없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도 한국지엠의 관계자들은 자신만만하다. 차를 타보면 숫자를 능가하는 감성품질에 놀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이 차가 그리 자신할만한 차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승에 나섰다.
◆ 파워트레인, 실내…아쉬웠던 부분 모두 개선
기존 윈스톰은 가까운 지인이 몰고 있어서 여러차례 몰아봤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성능도 비교적 우수한데다 가격마저 저렴해 매력적인 차였다. 하지만 공회전에서 "캬르르르"하는 디젤 특유 사운드와 시대에 다소 뒤떨어진듯한 파워트레인 때문에 선뜻 추천하지 못해왔다. 하지만 신형 캡티바는 윈스톰의 플랫폼에 실내외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바꿨으니 생각을 바꿔야겠다.
차의 외관은 요즘의 GM차 패밀리룩이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면부에서 시보레의 로고와 띠로 인해 위아래로 나뉘어진 그릴이 인상적이었다. 뒷모습은 기존 윈스톰을 떠올리게 하는데, 일부는 길에서 만나도 기존 윈스톰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다.
실내에 들어서니 기존에 느꼈던 투박함이 사라지고 없었다. 곳곳의 세련된 느낌과 센터 콘솔의 수납공간이 인상적이다. 어떤 차와 겨뤄도 특별한 부족함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다.
엔진의 정숙성 또한 이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조용해졌다.
이 차의 신형 2.2리터 디젤 엔진은 이제 184마력으로 올라섰다. 경쟁사의 2.2리터 엔진에 비해 약간은 뒤지는 수치지만 2.0리터 엔진에 비해선 약간 앞서는 수치다. 특히 조금 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출력이 나오도록 세팅돼 있어서 시내 구간에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듯 했다.
한국지엠은 이 엔진이 강화된 유로 5기준을 만족시킨다고 했다. 당초 2.0리터 디젤 엔진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이 엔진은 유로5 규정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생산에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꾸준한 주행을 하는 동안에도 부드러운 느낌이 계속된다. 6단으로 변속되면 엔진 회전수가 낮은 상태에서 잘 작동된다.
◆ 강하게 주행해보니…약간 아쉬움은 여전
급가속을 해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려보려는데, 어지간한 운전자라면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 회전수만 올라가고 차량 속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엔진이 헛도는 느낌, 즉 다시 말해 변속기 '직결감'이 부족한 느낌이다. 최신 자동변속기는 변속시 미끄러짐 장치(토크컨버터)를 통해 변속 충격을 없애고, 변속이 끝나면 즉시 토크컨버터 내 직결장치(록업클러치)를 작동시켜 직결감을 높이는데, 이 차의 경우 6단에서는 몰라도 중간 기어에서 록업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급브레이킹이나 코너에서 차가 약간 출렁이는 느낌은 기존 윈스톰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서스펜션이 부드럽기 때문에 장거리 크루징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브레이크 페달은 약간 밟았을 때 유격이 있고, 조금 더 밟으면 딱딱해서 힘이 필요했다. 두번 연속해 밟으면 즉시 딱딱해져 차가 잘 서지 않을 듯 했다. 차체 크기에 비해 브레이크 배력장치(브레이크마스터실린더)의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인 듯 했다.
◆ 색다른 상품성…취향의 차이
시보레가 야심차게 내놓은 SUV지만, 파워트레인을 비롯해 각 부문 스펙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가격이 쏘렌토R이나 싼타페 등 경쟁모델에 비해 비싸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스포티지나 투싼ix, 코란도C등의 소형 SUV들까지 크기를 조금씩 키워 경쟁상대로 올라선 점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근엔 경쟁모델들이 지나치게 스포티함을 강조한 나머지 기존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평생 한번도 거칠게 달릴 일이 없는데, 왜 굳이 단단한 서스펜션과 딱딱한 시트에 앉아야 하느냐는 불평이다.
6명의 가족을 태우는 운전자라면 편안한 주행 능력과 조용하고 넉넉한 실내, 거기에 충분한 안전장비까지 갖춰진 차가 그만일지 모른다. 시보레 캡티바는 스포티한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차라기 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한 차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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