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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폭스바겐 골프 1.4 TSI 시승기…진심으로 아름다운 차

골프 1.4 TSI를 시승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차들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강력한 차도 있죠. 편안하고 안락한 차도 있구요. 때로는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줄도 모르고 느긋하게 10년전 성능을 들이미는 차... 등등. 다들 나름대로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 시승한 폭스바겐 1.4 TSI에 떠오르는 느낌을 하나 정해보자면, '정말이지 아름다운 차'였습니다. 진심으로요.


독자분도 지금 한번, 본인이 생각하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여성?)을 떠올려보세요.

아마 그 분은 절대로 지나치게 야하거나, 지나치게 애교가 많거나, 화장이 진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또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거칠거나, 너무 성급하거나 혹은 반대로 늘어져 축 쳐져 있거나, 신경질적이지도 않겠죠.

분명히 아름답다고 말할 사람은 충분히 발랄하고, 일을 척척 해내고, 똑똑 하면서도, 성실하고, 부드럽고, 상냥할겁니다.

무엇보다 언제봐도 쉽게 질리지 않을 아름다운 외모도 갖췄어야 할겁니다.

낮에는 착하고, 똑똑하고, 정숙하지만 밤에는 또 나만을 위해 화끈하게 불타오르고, 황홀하게 일탈하는 면이 있어야 진정한 아름다운 여성이라 하겠죠.

폭스바겐 골프 1.4 TSI는 그런 차라고 느껴졌습니다.

아래는 조금 전에 집앞에서 잠시 시승해 본 영상입니다. (연출된 장면이니 따라하지 마세요)



█ 외모, 내면... 어느것 하나 불만이 없다


주차장에 서 있는 골프를 보니, 첫 인상은 "엇 의외로 제법 예쁜데" 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람보르기니 같은 초특급 섹시 디자인이 아닌 이상, 요즘 그 괴상하게 베베 꼬인 디자인들 보다는 단정한 디자인이 훨씬 예쁩니다. 여성에 비유하자면 기본이 예쁜 맨 얼굴에 붉은 립스틱과 마스카라만 살짝 바른 듯 한데, 본디 예쁘지도 않은 얼굴에다 최근 성형에 실패해서 부자연스러운 눈코입을 갖고 있는 여성들 틈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죠.

차에 들어서서 보면 어떤 부분을 봐도 대강 만든 부분이 없습니다.

가죽과 직물이 부분적으로 섞인 시트였는데, 일본과 국산차들과 달리 시트 등받이는 열심히 돌려서 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시트의 단단함이나 형상이 너무너무 우수합니다. 몸에 꼬오오오옥 맞습니다. 등받이와 헤드레스트에서 느껴지는 착 들어맞는 느낌은... 오우.. 이걸 대체 누가 설계한건지, 과장을 더하면 마치 포르쉐 시트에 앉은 느낌입니다. 잘 잡아줍니다. 어설픈 가죽시트보다 이 차의 가죽+직물이 백배 낫습니다.

참고로 돌리는 등받이는 더 정확한 각도로 조정이 되는데다, 달리면서 조금씩 세밀하게 조정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당겨서 젖혀지는 등받이는 주행중 당기면 넘어가서 큰일날 수도 있죠. 그래서 독일차들은 돌리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이 차에는 내장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수입차들 대부분은 내비게이션이 거지같아서 차라리 없는게 낫습니다. 유리창에 붙이거나 매립형을 사다가 붙이는게 낫습니다.

뒷좌석은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옹색하지는 않은 공간입니다. 머리나 무릎이 닿지 않으니 결코 부족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등받이가 약간 곧게 서있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아 얘기가 길어지네요. 조금만 쓰고 잘 생각이었는데.



█ 발랄한 주행. 실망하지 않는다. 결코.


골프 1.4TSI는 가솔린 1.4리터 엔진입니다. 여기에 터보와 슈퍼차저를 달았죠.

유럽 가솔린 엔진은 미국에 수출되는 버전이 아닌 이상 쿼터(Quota) 제한이 있기 때문에 국내서 많이 팔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폭스바겐은 이 차를 그리 많이 팔 생각이 아닙니다.

그래서 별로 광고도 홍보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신차발표나 그 흔한 포토세션도 안했습니다. 그냥 보도자료 하나 보내고, 뉴스와 입소문으로만 팔아본다는거죠. 폭스바겐은 골프 GTI도 이런 식으로 팔겠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팔리면 곤란하니까요.

어쨌건, 이 엔진은 160마력을 냅니다. 최대 출력은 2.0리터 노말 가솔린엔진, 토크는 2.0리터 터보 디젤엔진과 비슷한 수준이죠.

그런데, 지금 밟는다는 신호를 주면 결코 실망 시키지 않고 내가 예상한 것보다 언제나 조금씩 더 강력하게 달려나갑니다.

차체가 더 가볍고, 최대 토크가 생각보다 조금씩 더 빨리 터져주니 그렇습니다.

코너링은 진짜 느낌이 이상합니다.

밀려 나고, 차가 타이어 소리를 내면서 조금씩 받쳐주고, 이런 느낌이 있어야 한계치를 알고 밀어 붙일텐데, 핸들을 꺾는대로 그대로 따라오니 좀 이상합니다. 예리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원하는 코스를 벗어나지는 않는거죠.


그런데 연비도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세요. (전문용어로, "꾹 지져 주세요") 어지간히 달렸다 싶은데, 평균 연비를 10km/l이하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쉬면 연비가 마구 올라가 버려서 낮춰지지가 않아요.

후배 김상영 기자는 이 차를 타고, "연비 생각 않고 그냥 출근했는데 연비가 18km/l가 나왔다"면서 놀라워 했습니다.

어째서 이 차 연비를 14.?km/l 밖에 못받아 냈는지, 폭스바겐코리아가 참 답답합니다.

█ 살만한가? 분명 그렇다

제 주제에 감히 점수를 한번 매겨봅니다.

동력성능: ★★★★★ - 가격대비 동력성능은 최고. 1.4리터임을 잊게하는 초반 토크와 DSG의 결합이 탁월,
코너링: ★★★★ -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나, 전륜구동이라는 한계를 그래도 우수하게 극복
브레이킹: ★★★★ - 괜찮은 편이지만, BMW나 아우디 만큼은 아니다. 가끔 엔진 진동이 패달에 전달된다.
주차, 회전: ★★★★★ - 후륜구동과 맞먹는 회전 반경. 유턴이 즐겁다. 주차와 출차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전후방 센서가 모두 있는 점도 매력적.
연비: ★★★★☆ - 가솔린에서는 최고. 디젤과 맞먹지만, 디젤이 더 싸니까. 별은 네개만.
전자장비: ★★★ - 실내 전자장비는 보잘것 없다. 운전석 시트도 수동이고 내비게이션도 없으니 뭐. 하지만 차에 그런건 데코레이션 정도. 무시할 만 하다. 레인센서와 자동램프 등의 기능은 갖췄다. 오디오는 간신히 나쁘지는 않은 정도.
승차감,사운드: ★★★★ - 승차감은 단단하고, 사운드는 으르렁 대는 편이다. 이 차가 추구하는 승차감과 사운드가 구현됐다.
뒷좌석 승객 프랜들리: ★★★ - 골프 답게 뒷좌석은 푸대접. 부족하진 않지만
외관: ★★★☆ - 이 멋진차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솔직히 누구나 좋아할 얼굴은 아니다. 당신이 공들이고 있는 여자도 골프를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장만해도 늦지 않다. 나는?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