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현대차 유로 2012에 차량 후원?…저 버스는 왜 빠졌나 알고보니

현대차가 유로 2012에 차량을 후원한다는 보도자료를 보내왔습니다.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차량에 래핑을 하고 차량 공급을 지속적으로 해서 현대차의 인지도를 향상시킨다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여기 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저 뒤에 보이는 현대 로고와 기아차 로고가 찍힌 버스는 모두 현대기아차 버스가 아니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유럽에서 개최된 유로2008이나 2006 독일 월드컵 등에 현대기아차 로고가 붙은 버스가 지원 되긴 했지요. 


여기도 현대로고 붙은 버스가


유로 2008에 이렇게 많은 버스가.



독일 월드컵에서 본 이 차도...


하지만 이 차들 역시 현대기아차 제품이 아닌 유럽산 자동차였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아직 유럽 주요 거점에 대형 버스 판매를 시작하지 못했고, 따라서 독일 월드컵이나 기존 유로 2008 등에 사용된 현대기아 로고가 붙은 버스는 모두 독일 다임러의 자회사인(얼마전에 자회사가 된) 세트라(Setra)의 제품입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버스 몇대만 수출하는 것 또한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왜냐면 현지에서 주행하려면 현지 상황에 맞도록 차를 고쳐야 하는데, 몇차례 행사를 위해 이를 진행 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 현대차 버스, 왜 유럽에 못갈까? 갈라파고스 전략 때문


우리나라 정부는 어떻게든 수입차가 들어올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승인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쌓는겁니다.


이건 전적으로 일본으로 부터 배운 전략이죠.



- 경차 전략 '못 들어오고 못나가고'


일본은 경차, 즉 K-CAR라고 해서 전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도 만들지 않는 기형적 차체 사이즈와 기형적 배기량의 차를 극도로 우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작은 스마트나 우리나라 모닝도 너무 커서 일본에 가면 K-CAR로 분류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K-CAR를 극도로 우대하기 때문에 일본 시장의 40%는 K-CAR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일본 자동차 시장의 40%는 일본산 차가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를 흉내낸 경차 전략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 역시 유럽산 소형차가 경차로 인정받지 못해 국내 들어오기 어렵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대체 작은 차에 왜 혜택을 줬겠어요. 


서민을 위해서? 2천만원짜리 서민차가 어딨어요. 

환경을 위해서? 그러면 CO2적게 나오는 차에 혜택을 줬어야죠. 


전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혜택을 주는겁니다



- 일본 경차 들어올라, OBD는 미국식으로


크기 제한 때문에 우리 경차가 일본에는 갈 수 없지만, 반대로 일본 경차가 한국에 들어올 수는 있는 문제가 생기겠죠.


따라서 정부는 OBD, 즉 배출가스 관련 통신규격을 가솔린의 경우 미국식을, 디젤은 유럽식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일본식식 차는 아예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없는겁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차는 모두 미국에 수출되는 것과 동일한 '미국식' 모델인데, K-CAR는 워낙 작으니 미국 수출 모델을 만들지 않습니다. 일본이 소형차에 한국 같은 작은 시장을 위해 새로운 OBD를 장착할 수도 없으니 한국에는 일제 소형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된 겁니다.



- 버스는 크기 때문에 못 들어와!


우리나라 버스는 대형이라고 해도 유럽에 비해 조금씩 작습니다.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전폭인데요. 유럽은 버스를 전폭 2.55m로 설계하는데, 국내 규제는 '버스 전폭은 2.5m를 넘지 못한다'고 돼 있어서 국내 버스의 폭은 모두 2.49m라는 애매한 숫자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자동차 회사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차폭이 2.49m인 버스보다 2.55m, 2.6m의 버스가 차체의 기울어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버스 높이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폭이 넓은 경우 전복 확률도 낮아지지요. 


더구나 우리나라 고속도로나 지방도로는 폭을 2.7m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폭을 넓혀도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입버스가 들어올까 우려돼, 안전상의 위험을 무릎쓰고 버스의 차폭을 아직도 2.5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겁니다. 


- 반대로 수출하는데도 어렵잖아!


일본이 K-CAR를 열심히 만들어서 내수에서 신나게 팔아제꼈지만, 이게 반대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수출을 아무데도 할 수 없으니 내수 시장만 바라봐야 하는데, 내수가 매년 수십%씩 급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자동차회사가 몰락하는데는 이런 우물안 개구리식 무역전략이 큰 몫을 한 셈입니다.


한국에서도 버스에 마찬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제한해서, 국내 버스 시장은 거의 100%에 가까운 독점 체제를 이뤘는데요.


반대로 이번엔 수출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차체의 크기가 일단 너무 작습니다. 차 폭이 좁으면 실내공간도 좁아지지만, 그보다 전복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안전에 민감한 유럽에서 그대로 받아 줄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유럽의 대부분 버스는 1.5층 구조를 만들어 아래층에 트렁크를 넉넉하게 하는게 일반적인데, 우리는 그런 구조의 버스를 만든적이 전혀 없죠. 


우리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문을 걸어 잠근 것이 지나고보니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외산 버스와 경쟁하면서 비슷한 크기, 실용적인 기능을 모두 갖췄어야 판매 할 수도 있을텐데요.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와 구형 FUSO의 구형버스 설계를 가져와 이리저리 조금씩 수정해가며 만들어온게 우리 버스인데요. 독자 설계 대형 버스가 나온게 불과 5년도 되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이 정도 경쟁력으로 유럽에 적합한 버스를 새로 설계해서 수출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


에구 사설이 길었네요.


흠. 어쨌건 위 사진을 보면 혼동 될 가능성이 꽤 있겠는데요.


아래는 보도자료.


유로 2012 공식 후원사 현대ㆍ기아차가 대회 공식 차량을 지원하며 최상의 편의를 제공한다.
 
현대ㆍ기아차(회장 정몽구)는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임탁욱 현대차 유럽법인장, 베니 오웬(Benny Oeyen) 기아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임원 등 현대∙기아차 관계자를 비롯해 기 로랭 앱스뗑(Guy-Laurent Epstein) 유럽축구연맹(UEFA) 마케팅본부장, 마틴 캘런(Martin Kallen) 유럽축구연맹(UEFA) 운영본부장 등 UEFA 관계자 및 현지 기자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회 공식 차량을 조직위원회에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 대회에 현대차는 투싼ix(현지명 ix35)와 i40, 싼타페, 스타렉스(현지명 H-1) 등과 기아차는 K7(현지명 카덴자), K5 하이브리드(현지명 옵티마 하이브리드), 뉴씨드, 스포티지R 등 대회 운영에 필요한 승용차 및 승합차 총 730여대를 지원한다.


(사진설명) 현대·기아차, 유로 2012 공식 차량 전달
 
현대ㆍ기아차(회장 정몽구)는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임탁욱 현대차 유럽법인장, 베니 오웬(Benny Oeyen) 기아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임원 등 현대∙기아차 관계자를 비롯해 기 로랭 앱스뗑(Guy-Laurent Epstein) 유럽축구연맹(UEFA) 마케팅본부장, 마틴 캘런(Martin Kallen) 유럽축구연맹(UEFA) 운영본부장 등 UEFA 관계자 및 현지 기자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회 공식 차량을 조직위원회에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 1,2)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대회 공식 차량 전달식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좌측부터) 마크 홀(Mark Hall)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임원, 임탁욱 현대차 유럽법인장, 기 로랭 앱스뗑(Guy-Laurent Epstein) 유럽축구연맹(UEFA) 마케팅본부장, 마틴 캘런(Martin Kallen) 유럽축구연맹(UEFA) 운영본부장, 조상현 기아차 기획지원3팀장, 베니 오웬(Benny Oeyen) 기아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