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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르노삼성 QM5의 재발견…매우 잘 달리고, 고급스러워

개인적으로 르노삼성차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2003년 정도에 삼성자동차 SM5를 탔고, 무척 만족했던 것이 인연의 시작입니다.

처음 SM5가 나올 때만 해도 쏘나타3가 돌아다니던 시절인데, 당시 SM5는 제품력 면에서 실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들이 차를 보는 눈이 그리 높지 않아서였는지, 정치적 이유였는지, 당시 쏘나타3에 이어 램프만 바꿔 나온 EF쏘나타, 뉴EF쏘나타 등에 밀려 인기를 잃었습니다. 더구나 삼성자동차가 망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대를 풍미하던 명차가 찬밥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둘러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듀얼 에어백(+듀얼스테이지), 뒷좌석 헤드 레스트, 베이지색 실내, 전동식 사이드미러, 프로젝션 램프, 아연도금강판, 불소도장 등 쏘나타3가 갖고 있지 않은 다양한 옵션들을 갖췄고, 성능, 연비, 기술력, 안전성, 내구성 면에서 감히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 막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 봐도 당시의 SM5는 그리 낡아 보이거나 구닥다리 느낌이 아니고 아직도 중고차 거래가 활발한데, 당시의 쏘나타3를 보면 달리는 폐차 수준으로 낡아 버렸으니, 이제야 우리 소비자들이 차를 잘못 선택한 게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

사실 SM5가 낡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쓸데 없는 화려함에 치중하지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차를 몇 대 더 팔겠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에도 자랑할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철학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그런 철학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QM5를 시승했습니다. 저는 이 차가 국내 소형 SUV 중 가장 뛰어난 차, 가장 저 평가 된 차라고 생각합니다.

르노삼성 QM5

차에 앉으면 가장 먼저 유럽 스타일의 실내가 눈길을 끕니다. 아니, 이 차는 유럽 스타일이 아닌 유럽차지요. 이름하여 르노 꼴레오스입니다. 유럽이 주요 시장인데 그곳에선 꼴레오스는 한국 QM5에 비해 옵션도 떨어지면서 가격은 1.5배 이상 비쌉니다.

어쨌건 이 차는 유럽에서 고급 차종에 속하는 차고, 그러다보니 실내도 잘 꾸며져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결코 촌스럽다거나 과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메탈 부위가 적절하게 섞여서 세련된 느낌을 냅니다. 시트 자체도 단단하게 만들어졌고 몸을 감싸는 타입입니다.

내비게이션 위치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적절한 위치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최상단에 있어야 하는건 당연한데, 의외로 저 위치에 있는 차가 드뭅니다. 현대차가 내놓은 최신 SUV인 신형 싼타페를 예를 들어봐도 내비게이션 위에 CD를 넣는 구멍이 있는 등, 이상하게 공간이 허비됩니다.

직접 내비게이션을 터치해도 좋지만 기어노브 아래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리모컨이 붙어있습니다. 조그셔틀은 아니지만 조이스틱타입으로, 직접 모니터를 터치하기 위해 몸을 굽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리하고 안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실내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인상적입니다. 이 정도 크기는 돼야 파노라마 선루프라 할 수 있겠죠.

머리공간도 굉장히 넉넉합니다. 요즘은 일부 소형 SUV들이 머리공간이 부족해서 SUV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그마해 보이는 차체에도 충분한 공간을 뽑아 냈습니다.

오디오는 보스(BOSE) 오디오인데, 깜짝 놀랄 수준입니다. 국산 SUV 중 가장 좋은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보스가 처음 개발 당시부터 참여했을 뿐 아니라, 실내 크기라거나 방음의 정도가 매우 적절하게 돼 있어서 울림통이 딱 맞는 듯 합니다.

이 차가 처음 나왔을 당시만해도 기아에서는 구형 쏘렌토, 현대에서는 구형 싼타페를 경쟁모델로 내놓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실내는 당시 경쟁모델들과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탁월한 수준의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차를 왜들 안산거야

지금은 현대기아차에서도 파노라마 선루프가 점차 장착되고 있고, 오디오 품질도 향상되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역시 르노삼성차는 예나 지금이나 옵션에서 시장을 리드하는 면이 있습니다.

◆ 도시를 쏜살같이 달린다

기본적으로 QM5는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이 일상적으로 탈 수 있는 콘셉트의 도심형 SUV입니다. 그러다보니 도심에서의 주행성능을 매우 우수하게 만들어놨습니다.

최근 국산차들의 엔진 가속성능이 우수해진 반면 핸들링과 브레이킹이 무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반면 QM5의 경우 핸들의 조작감각이 완전하리만큼 탄탄하고, 브레이크의 기능도 생각 이상으로 충분히 동작합니다.

특히 회피를 해야 하는 경우나 차 사이로 빠져나가야 하는 경우 핸들의 급격한 조작에도 거동의 흐트러짐없이 재빠르게 반응하는 점은 매력적이고 짜릿합니다.

숫자로 보는 엔진 출력은 173마력으로 경쟁 모델(신형 싼타페 2.0 디젤, 184마력)에 비해 조금 뒤지지만 실제 주행해보면 결코 뒤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싼타페가 비록 184마력이지만 4000RPM까지 올라가야 나오는 출력인 반면 QM5의 173마력은 3750RPM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차의 엔진이 마치 월등한 것으로 느끼는데, 여기는 가속페달의 맵핑에 비밀이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나 도요타 등 일본 한국계열 자동차들은 가속감을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의 초반에 대부분의 출력을 몰아놓습니다. 조금만 밟아도 튀어나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출력이 높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하지만 조금 더 밟아보면 가속페달을 더 밟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게 됩니다.

반면 GM이나 르노삼성 등의 미국, 유럽계 자동차회사들은 초반의 페달 작동과 중간의 페달 작동이 동일해야 다루기 편하다고 여기고 꾸준한 느낌의 가속페달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차를 비교 시승하실때는 막연히 초기 발진이 튀어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서 잘나간다고 여겨서는 안되고 시속 100km 가량의 고속주행을 해봐야만 어떤 식의 가속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도시를 떠나 자연을 달리기도 제격

SUV의 특징은 도시를 벗어나서 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언제고 마음먹고 트렁크에 커다란 텐트와 아이스박스를 싣고, 자연속으로 마구 달릴 수 있다는게 매력이죠.

비록 지금은 할 수 없더라도 언젠가 마음먹으면 달릴 수 있을거라는 믿음. 그런게 SUV에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 SUV 들은 범퍼가 너무 길고 아래 부분을 너무 낮게 설계해 진입각이 턱없이 낮은 경우도 많고, 심지어 험로 주행에 필수적인  ‘4륜 Lock‘ 버튼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QM5는 SUV의 기본을 충실히 갖춘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면의 범퍼가 올라 붙었고, 엉덩이도 힙업 스타일로 만들어져 상당한 각도까지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4륜Lock 버튼이 있어서, 험로 주행중 4바퀴 중 2개가 구덩이에 빠지거나 공중에 떠도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겨울철 눈길에서도 도움이 되겠구요.

 

힙업 스타일 후면부가 인상적이네요. ^^

이곳은 클램쉘 타입 후면 게이트라고 해서 후면 상단만 열리고, 아래는 따로 펼쳐지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같은 게이트 방식을 채택하면 도어가 높이 올라가지 않아 키작은 여성 운전자들도 적은 힘으로 쉽게 문을 여닫을 수 있게 됩니다. 또 문을 여닫는 사람이 뒤로 그리 많이 물러나지 않고도 문을 열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다른 메이커들도 당연히 클램쉘 타입을 채택해야 할텐데, 원가 절감등의 이유로 클램쉘은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QM5의 서스펜션은 아스팔드 길에서 단단해서 고속주행시 기울어짐을 막아줬는데, 오프로드에 오니 노면의 잔 충격을 잘 흡수하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입니다. 서스펜션을 다루는 기술은 르노가 참 대단합니다.

◆ QM5를 타보니…훌륭한 차, 한번 타보기를

지금까지 QM5를 타본 시승 소감을 적어봤습니다. 칭찬이 지나친 면이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이 차가 완벽한 차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이런 차도 훌륭하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노스페이스 자켓에 대한 기사가 매일 뉴스에 나올 정도로 대단한 인기였지요. 우리나라 시장이 그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증거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얼마 하지 않는 옷이야 남의 말 듣고 대충 구입해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사는데 그저 남들이 다 탄다고 덜컥 구매 하는 게 적절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두푼 하는 차도 아닌데, 남들이 탄다고 해서 나도 따라서 구입 하는게 아니라 직접 비교 차종을 모두 타보고 면밀히 검토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게 바람직한 소비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누구나 꼭 해볼만 합니다. 무엇보다 시승해보고 차를 고르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