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시 시승한 르노삼성 SM7, 의외로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타볼 수록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한 차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막연히 엔진 최대출력이나 연비 등 숫자로 대변되는 요소들만이 자동차를 고르는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인데, 실제로는 그보다 중요한게 많지요.
우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많은 준대형차라는 그랜저와 K7은 퍼포먼스 세단의 느낌이 매우 강합니다. 이 차들은 4기통 고성능,고연비화 된 GDi 엔진을 갖췄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차시 진동과 소음이 비교적 크고, 가속시 치고 나가는 느낌이 강조 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와아아아앙~
이런 느낌을 주고 있는겁니다.
대다수 차량의 선택권을 갖고 있는 사람, 즉 젊은 남성 운전자들이라면 이런 사운드와 달리는 가속감을 중시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막연히 스포티하면 좋은차? 결코 아닙니다.
그보다 많은 준대형차 소비자들은 아마도 엔진 성능보다는 부드럽고, 조용하고, 감성적이고, 품질을 중시할 겁니다.
일단 제가 타본 SM7의 느낌은,
어 이거 장난이 아닌데?!
였습니다.
막연히 남들이 좋다더라 하는 것을 구입할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차를 타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꼬오오옥! 꼭 한번 타보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처음 이 차를 시승하면 첫마디를 뭐라 하실지 저는 이미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와 진짜 조용해"
그렇습니다. 이 차는 그랜저보다, K7보다 조용할 뿐 아니라 알페온보다도 조용하고, 심지어 상급모델인 K9이나 에쿠스만큼 조용합니다.정말로! (아 그치만 정차해 있을때 얘기죠)
올뉴SM7 2.5 모델에 장착된 닛산의 VQ엔진은 2.5리터에서 190마력을 내고, 6기통이다보니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2.4리터 4기통 직분사 엔진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부드럽습니다.
일반적으로 6기통은 4기통 엔진에 비해 무게가 더 많이 나가고 연비도 조금 낮은데, SM7은 6기통을 장착하고도 연비가 경쟁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현대기아차 4기통 직분사 엔진에 비해선 연비와 출력이 모두 조금씩 열세지만, 직분사 V6엔진을 장착한
한국지엠 알페온에 비해 연비와 출력이 모두 우수하거든요. 'V6 엔진의 끝판왕' 쯤 되는 셈입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3.5리터 VQ엔진으로 인피니티나 닛산 알티마에도 장착되는 엔진입니다. 인피니티에 장착됐을 때는 과격한 느낌이 들었지만 SM7의 엔진 사운드는 정말 조용하고 부드럽습니다.
거기에 차음재와 흡음재의 적절한 사용.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의 적절한 배치, 방향제 디퓨저와 에어클리너 등이 이 차의 고요하고 은은한 실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보스오디오가 세팅한 트위터가 승객쪽으로 기울어진 저 깨알같은 꼼꼼함 보세요. 원가 절감보다 음질이 중요하다는거지요.
사실 이 차를 처음 탔을 때는 부드러움이 도를 넘어서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좀 더디게 가속되는 느낌이 들었고, 페달에서 발을 떼도 엔진
브레이크가 거의 걸리지 않는 듯 했기 떄문입니다. 좀 출렁이는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차에는 이 버튼이 있었습니다.
[SPORT] 버튼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에는 운전자를 자극하는 그래프가 그래픽으로 나타납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노란 그래프에 붉은색이 차오르는게 볼만 합니다. 과연 조금 그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엔진 사운드도 과격해집니다.
변속 타이밍이 늦어져 엔진회전수(RPM)도 높게 사용합니다.
가속페달을 떼자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도 있습니다. 패들시프트를 조작할 때 변속시간 자체도 훨씬 빨라집니다. 차가 웅웅 소리를
내면서 밀어붙이는 느낌도 매력적으로 변합니다.
사실 직진 하는 동안에는 차가 지나치게 부드러운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차로 급코너에 들어가면 차가 크게 쏠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구요. 하지만 실제 SPORT 모드에서 급코너링을 해보니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차를 탄탄히 받쳐주는 느낌이어서 차가 미끄러질 지언정 크게 기울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핸들을 좌우로 마구 움직이며 회두성을 시험해봐도 차체가 민첩하게 따라오는 느낌이 제법이었습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차가 기울어지지 않는다는건 다들 쉽게 믿지 않는 듯 합니다.
아래는 당시 르노삼성 테스트 드라이버가 운전하시는 동영상
옆자리에 앉아서 촬영한게 바로 접니다.
영상에서 보면 와인딩로드 그것도 공도에서 시속 100km 정도로 급코너링을 마구 감행하는데, 차가 전혀 기울어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승할 때 똑같이 해보시면 염통이 쫄깃해지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실겁니다. 자칫하면 영업사원한테 맞겠다
겁나게 잘 달리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건 우선 이 차에
가변식 서스펜션이 장착됐기 때문입니다.
'가변식 서스펜션'은 평상시 푹신한 감각을 주다가 커브에 들어서면 단단하게 변화되면서 차체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장비입니다. 가변식 서스펜션에도 2가지 방식이 있는데 현대기아차의 방식은 ASD방식이지만, 이 차에 장착된
것은 DFD로 더 민첩한 제어가 가능합니다.
또, 경쟁 차종에 비해 휠베이스(바퀴 앞뒤 축간 거리)가 약간 짧은것이 비교적 민첩한 주행에 도움이 되는 듯 했습니다. 휠베이스가 길 수록 운전 성능은 저하되니까 말이죠. 쉽게 말씀드리자면 스포츠카 대신 길다란 승합차를 운전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승합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민첩하게 하기는 힘들겠죠.
핸들 뒤에는 패들시프트가 자리잡고 있어서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나 내리막길 주행을 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위치가 지나치게 높은 자리에 있어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모델에는 아예 없는걸요.
여튼 스포트 모드로 과감한 드라이빙을 해보기 전에 막연히 이 차가 지나치게 부드럽다고 평가해선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시승을 꼭 꼬오오옥! 해봐야 하는차입니다. 일단 타보고서 씹어도 늦지 않아
◆ 디자인, 실내…"차에 앉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두 얼굴"
SM7
의 디자인 목표는 뚜렷해 보입니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한 외모로 어떤 세대도 불만을 갖지 않을만한 무난한 디자인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근육질의 전면부에 모노프레임 그릴이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램프 디자인이나 캐릭터 라인등 구석구석의 면모를
살피면 섬세함이 대단합니다.
첫인상도 개성 있지만 볼수록 질리지 않고 매력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급 처음으로 장착한 어댑티브 바이제논
램프와 LED 테일램프 덕분에 작은 면적의 램프로도 충분한 밝기를 냅니다. 램프 내부의 모양을 일일히 꾸민 세심함은 물론, 차체 도장의 매끄러움도 다른 메이커보다 한차원 높은 느낌입니다. 르노삼성은 국내 메이커 중 수성페인트를 가장 먼저 사용했고, 불소도장이 기본이기도 할 만큼 페인팅에 신경쓰는 메이커입니다.
실내 디자인이 빼어나다고까지 할 건 없지만 유럽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입니다. 독일차나 유럽차를 타다가 SM7을 보면 굉장히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경쟁차종에 비해선 약간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단순한 가운데 단단해 보이도록 설계됐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이라면 모두 가죽은 아니어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합성수지로 감쌌고, 안정돼 있는데다 빈틈없는 실내 공간입니다. 이 차 처럼 짜임새와 품질이 뛰어나다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나 내구성 역시 우수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겠습니다.
◆ 실내 공간의 숨겨진 매력 - 뒤로 젖혀지나 안젖혀지나
실내 공간이 동급에서 가장 넓다고 할 수는 없겠죠. 휠베이스(앞뒤 차축간 거리)와 윤거(좌우 바퀴간 거리)가 경쟁 준대형 모델에 비해 약간씩 짧기 때문입니다. 휠베이스는 그랜저에 비해선 3.5cm, 알페온에 비해선 2.7cm짧습니다.
차체가 커서 주차장 빈칸이 조금 부족할 정도. 반드시 뒤로 주차해야겠다.
그렇지만 정작 뒷좌석에 앉았을 때 공간은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그랜저나 K7, 알페온의 뒷좌석에 앉았을 때는 무릎공간(레그룸)이 충분히 남아서
발을 꼬고 앉아도 될 정도죠. 하지만 이 공간이 그저 빈공간으로 버려집니다. 반면 올뉴SM7은 뒷좌석 의자가
뒤로 눕혀집니다. 거의 대다수 자동차의 뒷좌석 의자는 앞좌석과 달리,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게 아니라 방석부분이 앞으로 밀려나면서 등받이를 기울이는데, 이때
무릎공간이 상당부분 사용됩니다.
SM7의 무릎공간도 의자를 젖힐 때 사용하니 좋더군요. 경쟁사에서도 남아도는 레그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젖힐 수 있게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뒷좌석 리모컨. 기능이 간결하면서 잘 만들어졌다. 가장 놀라운건 뒷좌석 의자를 젖히고, 앞좌석 자빠링 기능도 있다는 것.
운전석에서도 조수석 의자를 자빠링 할 수 있는 기능. 아 이런건 필수!
뒷좌석에도 디지털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이 마련돼 매력적이죠. 이게 있으면 뒷좌석에서도 독자적으로 에어컨이나 히터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운전석도 만족할만 합니다. 운전석을 위한 마사지 시트가 내장 된 점도 좋더군요. 쓸 일은 얼마나 있을지 몰라도 졸릴 때 한번씩 사용하면 좋더군요.
가죽 시트 부터가 경쟁사에 비해 부드럽습니다. 머리 부분에는 에비에이터 스타일 헤드레스트라고 해서 머리를 살짝 감싸는 느낌입니다. 조금 더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오디오 리모컨을 핸들 뒤편으로 빼고나니 핸들에 보이는 버튼이 극히 줄었습니다.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핸들 본연의 의무를 잘 하게 만들어진거죠. 우드를 살짝 곁들여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핸들에 가죽을 덧대 그립감도 향상시켰습니다.
SM7은 전장, 전폭을 비롯한 모든 수치에서 철저히 한국GM 알페온보다 우수하게 만들면서 파워트레인에서는 현대차 그랜저나 기아차 K7보다는 약간 낮은 지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뒷좌석 기능 등 타사 차량에 없는 기능을 넣는데 소홀하지 않았어요.
르노삼성은 이 차를 만들면서 엔진의 숫자로 대변 되는 '스포티함'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유함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느끼고 가족 모두가 꾸준히 만족할 수 있는 차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시승기간이 너무 짧았는데, 다음번에 좀 더 시승해보고 이어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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