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궁금녀 Q&A] 독일서 보는 자동차 시장 분위기는?



바쁘게 다니시는 김기자님, 지난주는 파리모터쇼에 계시더니, 오늘은 또 어디 계신가요. 


네, 오늘은 독일 쾰른에 있구요. 밤 11시40분입니다. 지금 호텔 창밖에는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이 아주 아름답게 보이네요. 


독일 쾰른은 생소한 곳인데요. 거긴 무슨 일로 또 가신거예요? 


독일 쾰른이라고 하면 대부분 쾰른 대성당을 생각하시거나 여행을 자주 다닌 분들이라면 쾰른 맥주 정도를 떠올리실 수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은 쾰른이라고 하면 근처의 뉘르부르크링이라고 하는 자동차 서킷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뉘르부르크링요? 저한테는 이름도 어렵네요.


정확하게는 뉘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자동차 레이스 서킷이죠. 히틀러가 직접 지시해서 고성능 자동차 테스트 서킷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길이가 무척 길고 험준해서 자동차 업체들이 자존심 싸움을 펼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존심 싸움이라니 어떤 식으로 하나요. 비싼차들이 자존심을 세운다는건가요?


김    아뇨 그 반대입니다. 예를들면 독일 포르쉐가 이 서킷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요. 일본차 닛산이 그것보다 조금 값싼 차를 가지고 더 좋은 기록을 내서 앞지르고 하는 식입니다. 


이 서킷이 누구나 우리돈으로 3만원 정도만 내면 아무 제한없이 바로 달릴 수 있다 보니까요. 유럽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달려본 서킷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여기서 달린 기록이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거죠.


박    그런데 거긴 왜 가신거예요?


김    아 제가 딴얘기가 길었네요. 도요타 자회사 TMG가 이곳 쾰른에 있기 때문입니다. TMG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레이스 차량을 튜닝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그동안 F1이나 WRC라는 세계 최고의 레이스 경주에 출전하는 자동차 머신을 만들던 회사인데요. 도요타가 F1이나 WRC에 출전하지 않게 되면서 일반 차를 좀 더 스포티하게 만드는데 역량을 기울이게 됐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무난한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앞으로 훨씬 강력하고 스포티한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게 이번 출장의 목적인것 같습니다.


스포츠카라면 독일 회사들이 위주라고 생각했는데요. 


김    도요타에서는 최근에 86이라는 이름의 스포츠카를 내놨고 다양하고 스포티한 차들을 계속 소개하고 있습니다. LFA라는 슈퍼카도 있고, 앞으로는 스포츠카 종류를 훨씬 많이 늘리겠다고 합니다.


닛산에서도 GT-R 같은 슈퍼카를 내놓기도 했구요. 벌써 스포츠카만 5종 이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쓰다나 혼다도 스포츠카를 연달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일본에서 왜 그렇게 스포츠카를 만들고 있는건가요?


김    80년대만해도 일본은 스포츠카의 천국이라 할 수 있었는데요. 2000년대 들면서 일본 회사들은 스포츠카를 만들길 꺼려했습니다. 미국에서 차가 잘 팔리다 보니까 잘 팔리는 패밀리세단이나 SUV를 만드는데 급급했던거죠.


그런데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에다 일본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일본 메이커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그전까지처럼 합리적인 이유만으로 차를 사는 시기는 지나간겁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다들 차를 이미 갖고 있거나, 아니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서 사지 않는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소비자들에게 차를 추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매력 있고 재미있는 차를 내놔야 한다는게 요즘 메이커들의 숙제가 된겁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어떤가요?


김    현대기아차에서도 제네시스 쿠페나 벨로스터 터보 같은 스포티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요.  무난한 차가 아니라 스포티한 차를 만들겠다는 이런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랠리인 WRC라는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발표해서 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 발표는 파리모터쇼에서 했는데요. 발표할 당시에 기자들이 휘파람을 불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호응이 너무 좋아서 보는 제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도 도요타와 같이 이곳 쾰른에 레이스카 연구소를 만들어서 뉘르부르크링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독일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    오늘은 독일분들 인터뷰를 했는데요. 독일인들은 아우토반도 있고 해서 대부분 스포티한 차를 좋아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 차 주행 느낌은 우리가 느끼기엔 좀 너무 단단하고 그렇죠.


그래서 이번에 시승하는 86이라는 차도 굉장히 인기가 좋았습니다. 값이 비교적 저렴한데 독일인들이 원하는 이상의 스포티한 느낌을 주니까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사들도 요즘 독일에서 인기가 아주 높거든요. 길에 현대차 i30도 꽤 보입니다. 독일에선 현대차가 도요타보다 더 많이 팔립니다. 그래도 아직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한데요. 우리 제조사들도 좀 더 스포티한 차를 많이 만들어야 유럽인들의 취향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멀리 독일까지 가셨는데 뭐 재밌는 일은 없으셨어요?


김    음…. 아, 오늘 도요타 행사에서 아주 황당한 일이 벌어지긴 했습니다. 세계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남 스타일이 나오니까. 여기 모인 세계의 기자들이며 레이싱모델들이 모두 싸이의 말춤을 따라 추더라구요.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는데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을테니까 한번 보세요. 아~ 싸이씨 정말 대단한 국위선양을 하신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