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현대차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았다는 네티즌들 주장을 믿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가끔 언론보도에서나 커뮤니티에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다쳤다거나, 심지어 운전자가 숨졌다거나, 이런 얘기들을 접했지만 그때마다 '설마 현대차가 에어백이 안터지게 설계 했겠어,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했겠지' 이런식으로 믿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공교롭게도 몇백만분의일 확률로 겹쳐서 안터진것으로, 적어도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비해 에어백이 안터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사진 자료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정말로 유별나게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던겁니다.
스몰오버랩테스트가 뭐기에
가장 가혹한 충돌테스트인 '스몰오버랩 테스트’.
기존 대부분 자동차 충돌테스트는 앞부분의 40%를 벽에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그러다보니 자동차 회사들은 예외없이 차체 앞부분에 전면을 향해 두개의 기둥을 넣는 식으로 경량화 설계를 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일부 사고의 경우 장애물이 이 기둥을 건드리지도 않는다는겁니다. 자동차가 정확히 앞차나 벽을 들이 받으면 비교적 다행이지만 가로수나 가로등을 받는 경우,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경우는 차가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스몰오버랩테스트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안전을 위해 준비한 기둥을 굳이 피해서 충돌시키는겁니다. 운전석편 25%만 충돌을 시키지요.
워낙 작은 부위를 부딪치기 때문에 차가 반드시 반대쪽으로 밀려납니다. 당연히 운전자 머리가 관성에 의해 왼쪽으로 기울어지겠죠.
일반적으로 이렇게 됩니다. 이 영상은 도요타 캠리의 충돌테스트 영상으로 캠리는 Acceptable(좋음) 등급을 받았습니다.
왼쪽 기둥(B필라)이나 왼쪽전면기둥(A필라)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사고에서 머리가 지나치게 거동해서 목에 상해가 생기지 않도록 전면에어백과 사이드에어백이 함께 터집니다.
IIHS는 충돌 결과 사진을 찍을때 더미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사이드에어백을 저렇게 위에 걷어두고 사진을 찍죠. 이런 사진이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스몰오버랩 충돌 영상과 사진입니다.
유별나게 안터지는 '현대차 기아차 에어백'
그런데 아래 쏘나타의 충돌 영상을 보시죠.
이 영상을 보면 운전자 머리가 사방으로 움직이다가 그대로 왼쪽 문과 B필라(기둥)에도 부딪칩니다.
차체 구조도 좋지 못해서 A필러는 꺾이고 대시보드가 밀려들어와 운전자 더미의 무릎, 발목, 손목이 모두 꺾입니다.
결과 사진도 상대적으로 끔찍해보이는데, 실제 이 충돌테스트에서 쏘나타는 P(아주나쁨)보다 불과 한단계 위인 M(나쁨)을 받았습니다.
(IIHS는 Good, Acceptable, Marginal, Poor 등 4등급으로 나누는데, 직역을 하면 ‘좋음’, ‘받아들일만함’, ‘턱걸이’, ‘나쁨’ 정도로 해야겠지만 이렇게 직역하면 어느게 얼마나 좋다는건지 알기 어렵죠. 등급으로 구분해 이해하기 위해선 아주좋음, 좋음, 나쁨, 아주나쁨 정도로 해야 맞을겁니다. ‘받아 들일만한함’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쁨'이라고 하는게 맞겠구요.)
실내가 찌그러진 점은 그렇다 치는데, 딱 보면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캠리의 충돌 사진하고 뭔가 다른 겁니다. 사이드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거죠. 그런 차가 몇 있는데 대부분 현대차와 기아차입니다.
위는 현대 투싼의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입니다.
좀 이상합니다. 비록 안전성이 떨어지는 차라도 사이드에어백이 전개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아래 차들은 쏘나타 경쟁모델들의 스몰오버랩테스트 결과입니다.
한대도 빠짐없이 에어백이 전개된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경쟁모델은 아니지만 폭스바겐 CC 정도에서 사이드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경우가 있네요)
더구나 이들은 비교적 A필러와 승객 공간이 잘 유지되기도 해서 이 차들의 충돌등급은 모두 쏘나타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번엔 기아차 쏘울 (구형)을 볼까요?
역시 전개되지 않았죠. 아무리 봐도 현대기아차 에어백은 좀 이상합니다.
스몰오버랩테스트는 올해가 도입 첫해기 때문에 테스트 차종이 많지 않습니다. 현대기아차 중에도 테스트 한 차종은 불과 6대인데 이중 4대의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IIHS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놓고 보면 에어백 전개 상황은 이렇습니다.
차종 | 에어백 전개 여부 |
아반떼 | 전개 |
K5 | 전개 |
투싼 | 미전개 |
쏘나타 | 미전개 |
쏘울 | 미전개 |
스포티지 | 미전개 |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는 제대로 터지지 않던 사이드에어백이, 측면 충돌에서는 항상 제대로 터지는 것을 보면 에어백이 고장난게 아니라 설계부터 이런 충돌에 터지지 않게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사이드에어백이 터져야만 안전에 좋다는 것도 아니고, 이 충돌의 경우 득을 봤는지 아닌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이래서 더 위험하다거나 하는 말씀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이 다 터지게 만든데 비해 측면 에어백이 덜 터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는 말씀입니다.
에어백 안터질 수 있다. 하지만...
제네시스 사고에서 측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사건이나 최근 투싼 사고에서 측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던 것은 또 이번 스몰오버랩에서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일과 직접 관계가 없었을지 모릅니다.
모두 2차 충돌에 의해 측면을 가격당해 운전자가 사망에 이른 사고인데, 1차 충돌이 워낙 강해서 이미 전원부나 관련 장비가 고장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차 주장대로 센서의 위치를 공교롭게 비껴갔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에어백의 중요성은 오히려 제조사에서 나서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개의 에어백으로 안전하다'는 식의 광고도 많았지요. 그렇다면 여러 경우를 대비해 제대로 동작하도록 만들어줘야지요.
물론 현대차 입장에서도 '불가항력'이었다거나 억울한 입장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식으로 발생했든 사망 사고에 불구하고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았다면 그건 ‘임무 실패’로 간주해야 합니다. 단지 센서에 이상이 없었다고 해서 잘못이 없다고 해서는 안되구요.
해당 기능이 실패하지 않도록, 1차 충격에도 고장나지 않도록, 센서 위치를 비껴가는 사고에도 터질 수 있도록,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더하는 노력을 하고 기술발전을 시켜야 차를 만드는 인간으로서의 도리지 그저 ‘에어백은 전개되지 않았지만 차는 문제가 없었다’, 즉 '내 할일은 다 했는데, 운이 없어서 전개가 안된거다’이런식 대응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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