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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신형 제네시스 인수기(2)...울산공장에서 직접 출고해보니

요즘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반드시 집이나 영업소에서 인수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요. 영업사원들이 그런 방법이 있다고 설명하지 않거나, 혹은 아예 공장에서 인수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잘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원하면 공장서 찾아올 수도 있는데 이 과정은 그리 힘들지 않고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여러분들도 꼭 차를 직접 인수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서 짧게나마 저희가 인수했던 과정을 설명 드릴까 합니다. 


최근 저희 회사에서 구입한 제네시스를 인수하기 위해 울산 출고사업소로 직접 가기로 했습니다. 울산까지 가기로 결정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울산 출고사업소에서 집까지 탁송 비용은 무려 26만원이 넘게 책정돼 있습니다. 울산에서 경기권에 있는 출고사업소까지 보내는 것만 해도 18만원이 넘게 듭니다. 이상하다 싶을만큼 좀 비쌉니다. 


반면 공장까지 직접 가면 이보다 훨씬 적은 돈만 들이면 됩니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울산KTX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2시간 30분. 요금도 4만6천원이면 됩니다. 


차를 가지고 올라올때가 좀 문젠데. 하지만 기름값과 통행료가 만약 10만원이 든다 해도 경제적인면으로 보면 울산으로 직접 가는게 좀 낫습니다. 물론 올라올때는 5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할테지만 태어난 장소에서 내 차를 만난다는건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이기 때문에 이 정도 노동은 기쁘게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도 가족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돈을 오히려 내고서라도 당연히 직접 인수해야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산부인과 가서 가장 먼저 안아주는게 아빠의 도리지, 만약 귀찮다거나 시간이 없다고 퀵서비스를 시켜서 아기를 배달해달라고 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물론 표현이 좀 지나친 면이 있지요. ^^;;)


하지만 전 우리 차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보고 싶고, 먼저 시동을 걸고 싶었습니다. 또 이 녀석이 처음 마시는게 서울의 매연이 아닌 울산항의 바닷바람과 고속도로의 상쾌한 공기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서울에서 계속되는 가감속과 공회전이 아니라 고속도로 주행을 통해서 이 녀석의 유년기 성격도 형성되지 않을까요. ^^


KTX를 타고 울산 현대차 가는길…그리 멀지 않아


울산 출고사업소는 1월 2일까지 쉰다고 했습니다. 평일에도 매일 4시까지만 근무하구요. 이래저래 현대차는 참 좋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여유있게 출발했습니다. 혹시 이번에도 인수가 잘 안되면 대안으로 다른 차라도 골라올 시간을 남겨놓기 위해섭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 10시 50분차. 금요일인데 예약이 늦은데다 코레일 파업의 여파로 자리가 없어 2자리씩 마주보는 자리(가족석)에 앉았습니다. 



저희가 받은 자리는 18호차 8번.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88이네요. 어째 예감이 좋다 했는데. 맞은편에 늘씬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타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 어쨌건 이번 여행은 예감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두근두근 하면서 김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하면서 간만의 기차여행을 즐기려니까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울산이 막연히 먼곳이라 생각했는데 서울 안에서도 막힐때 2시간씩 운전해야 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먼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KTX가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 KTX도 현대차그룹의 현대로템이 만든 것이니 참 기분이 묘합니다. (이 KTX도 품질문제로 한참 고생 하던데)


울산 역에서 내리면 황량한 산이 펼쳐진다


울산 KTX역에서 내리면 효문사거리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택시를 타더라도 1시간이나 걸리고 택시비도 2만7000원이나 든다고 해서 엄두가 안났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3000원짜리 리무진 직행 버스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5002번을 타면 50분만에 현대차 출고센터 앞에 바로 딱 내려줍니다. 택시를 타면 아마 이보다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버스 의자가 뒤로 젖혀지기도 해서 좀 더 편하고 안심도 됩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는 울산의 차들을 보게 되는데, 울산은 당연히 현대차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수입차는 별로 없지만, 국산차만 보면 적어도 서울보다 차들이 조금씩 더 급이 높고, 신차거나, 관리상태가 좋은게 일반적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울산은 서울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고, 1인당 소득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지요. 더구나 직원들은 회사에서 큰 폭으로 할인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울산의 분위기를 살피다보면 현대차라는 회사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현대차 울산 출고센터가 나타났습니다. 


울산출고센터를 직접 보니...


울산시 양정동에 있는 현대차 울산 출고센터는 현대차 공장 내부에 있는데, 이 또한 어지간한 상상을 넘는 규모입니다. 출고 센터라는 표현보다는 평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손님이 많이 찾지 않는 공간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좀 촌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끝없이 펼쳐진 자동차들의 행렬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입니다.


이곳에는 주로 싼타페와 트럭들이 즐비했고, 아직 제네시스는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앗 저기 보이는 제네시스. 저 차가 우리차인가.



그릴 부위에 플라스틱으로 덧댄 부분이 있는걸 보니 우리차는 아닌가봅니다. 저 플라스틱 부분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레이더 위치인데, 우리는 그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거든요.


직원 한분이 트렁크를 열고 확인하고 있는 저 차인가 싶네요. 



차들을 가로질러서 한참 걸으면 울산출고센터라는 현판이 나옵니다. 


안에는 출고 직원들이 정말 매우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다른 센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대기 고객을 위해선지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타사 경쟁모델과 비교하는 기능도 있는데요. 



다른 차들은 다 그런대로 스펙 비교가 되는데 아우디 A6 3.0은 도저히 비교할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네시스는 282마력/6000rpm, 35.4kgm/5000rpm인데 아우디 A6 출력은 310마력/5500rpm에 토크는 44.9kgm/2900rpm 이라고 하니까. 급이 다른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약간의 '꼼수' 같은게 숨겨져 있습니다.



게다가 이 터치스크린의 연비 부분을 보면 현대차 제네시스는 연비가 좋은 후륜 구동모델(9.4)을 적은 반면, 아우디는 4륜구동 모델의 연비(9.0)를 적어놨네요. 


현대차가 요즘 차는 잘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요런식으로 하는건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같은 4륜으로 비교 하던지 A6 전륜구동을 하던지 했어야 비교적 공정한 비교가 되지요. 


여러가지 놀것들을 뒤로하고, 직원과 함께 차를 인수하는 곳까지 갔습니다. 차는 온통 비닐과 테이프로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떼야 할 비닐이 적어도 100조각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원래는 영업사원이 유리창틴팅(선팅)을 해주면서 비닐 제거를 해준다고 하는데, 저희는 직접 차를 인수하기로 했으니 저희가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비닐을 보면 저걸 언제 다 벗기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새것을 뜯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라면 매일 해도 기분 좋을것 같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색상은 폴리시드메탈이라는 색상인데, 아마 공장의 생산 라인 구조상 한번에 같은 색을 쭉 뽑게 돼 있어서 그런지 이날 대기중인 제네시스는 대부분 폴리시드 메탈이었습니다. 



차를 인수하고 기념 사진을 찍다...이 순간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사진

일단 울산에 왔다는 기록은 남겨야 하니 차를 근처 해변으로 몰고가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바다쪽을 향해 달린지 불과 20분도 안돼 해수욕장이 나옵니다. 의외로 해운대나 광안리 분위기가 나는 빙 둘러쳐진 백사장이 있습니다. 



차를 세웠더니 지나가던 한 청년이 잠시 차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묻습니다. 이게 새로나온 제네시스냐. 멋있다... 등등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관심을 끄는 차종임에는 틀림없는 듯 합니다.



오른쪽에서 사진을 찍는 저 오토바이 청년말입니다. 저 청년이 사진찍은 각도에서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좀 우락부락해보이죠. 각도에 따라서 차의 이미지가 정말 달라집니다.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면 훨씬 날렵한 느낌입니다. 



구형 제네시스와 우연히 나란히 서게 됐습니다. 전에는 구형 제네시스의 디자인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신형과 나란히 세워놓고 보니 좀 뚱뚱해보이고 어색해보였습니다. 


뒷모습을 봐도 그렇습니다. 전엔 꽤 날렵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살붙은 중년의 몸을 보는 것 같은 육중한 느낌입니다. 아 인간의 눈이 얼마나 간사한건지...


울산의 해수욕장에서 한우 쇠고기 국밥도 먹고 젤라또도 먹고, 남자 둘이서 해변 구경도 하고. 그런대로 꽤 좋은 추억이 됐습니다. ^^



여기까지 왔을때 이 차는 총 36km를 달렸습니다. 그런데 트립컴퓨터에 나타난 연비는 3.5km/l에 불과했습니다. 엥? 설마 연비가 이렇게까지 나쁘지는 않겠죠. 아마 울산공장에서 시동을 걸어놓고 차를 테스트하느라 연비가 낮아졌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 연비를 리셋한 후 다시 주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피곤하지만 즐거워


시간이 벌써 4시. 기념 촬영을 급히 마치고, 부지런히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울산항을 보면 곳곳에 이런 거대한 배들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 공장 앞 수출 야적장 앞을 보면 글로비스 소속의 파나맥스급 자동차 운송선 등, 보통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선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안에 대체 차를 몇층으로 쌓았을까 싶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현대차는 생산량의 80%가 수출이고, 우리나라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성상 육로 수출이 불가능한만큼, 결국 이 선박들이 현대차의 미래를 좌우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포스트-파나맥스(내후년 파나마 운하 확장을 염두에 둔 크기의 배)를 가장 먼저 도입하기로 한 것도 현대차 글로비스입니다. 봐야만 느끼게 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해가 뉘엿 기울었습니다. 잘 보면 앞유리에 내비게이션이 비춰지지요. HUD 옵션을 선택한 덕분인데요. 어지간한 수입차들도 HUD가 있긴 하지만 내비게이션 정보가 신통치 않아 큰 도움이 못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이 차의 내비게이션은 기존 현대차와 달리(!) 쓸만한 맵을 사용하고 있어서 과속카메라 정보라거나 새로운 길이 잘 업데이트 돼 있었습니다. 화면 터치도 정전식으로 바뀌었고 내비게이션 기능 자체가 제조사 내비게이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릿하고 우수합니다. 3D를 가끔씩 지원해주는데 품질도 괜찮습니다. OS도 안드로이드 기반이라고 하지요. 


후... 이제야 대구 가는 표지판이 나오네요.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좀 피곤하지만 계속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앞에는 아까 비교해봤던 아우디A6 3.0T, 뒤에는 벤츠 E300이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경쟁모델이 줄지어 달릴 수가. 


기묘한 광경도 목격했습니다. 현대 중공업이 만든 굴삭기가 넘어져 있는겁니다. 


현대라는 글씨가 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뭔가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해서 안전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포크레인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기를 바랍니다.


가다보니 역시나 연료가 다 떨어졌습니다. 처음에 절반 조금 못미치게 들어있는데 한 200km 주행해왔으니 그런대로 선방했습니다. 

 


제네시스는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면 내비게이션과 연동해서 바로 가까운 주유소를 검색해줍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선산휴게소였습니다. 


가득이요.


라고 했더니 들어간 양이 무려 11만5874원. 기름값이 리터당 1865원짜리인데 이 정도면 2000원 넘는 기름을 넣게 되면 13만원도 넘게 들어갈 것 같네요. 

 


연료통이 크다는건 단점이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기름값 좀 쓰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트립컴퓨터는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고 각 타이어의 공기압력을 보여주는 기능도 있는데 이상하게 한개 타이어만 공기가 좀 덜 들어가 있네요. 현대차는 이런 부분을 좀 꼼꼼하게 신경 써줬으면 합니다.



서울까지 주행한 연비는 평균 10.7km/l 정도가 나왔습니다. 



이 차 공인연비가 9km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새차는 연비가 더 안나오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달릴때는 차가 별로 막히지 않아 연비가 잘 나온 면도 있을겁니다. 


이 차에 달린 변속기는 8단에서 정속 연비 성능을 크게 강화시켜놨기 때문에 오히려 시속 150km 정도의 초고속에서 연비가 더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현대차, 출고를 '소비자 경험' 기회로 삼아야


울산을 다녀오고 내 손으로 출고 하기로 한 것은 정말 옳은 결정이었습니다. 


제네시스도 첫 경험을 저와 하게 된 것이 좋은 기분이었을겁니다. 제가 운전한 기록이 엔진과 트랜스미션이나 서스펜션에 모두 아로새겨지겠죠. 이 녀석과 함께한 첫 여행은 제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차에 대한 불안한 느낌이 있는데, 자동차를 제작한 곳에서 그 사람들이 와서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니 이같은 느낌이 어느 정도 눈녹듯 사그러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약간의 고생을 함으로써 오히려 차에 대한 애정이 커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들 상당수는 출고센터가 일부 탁송기사가 이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고, 소비자들이 거의 찾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발이 안돼 있고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네티즌들을 비롯해 국내 소비자들 상당수가 현대차에 대한 안좋은 느낌을 갖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을겁니다. 5천만원을 들여서 차를 산다는 사람은 적어도 현대차의 팬이 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인데, 이들을 현대차의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출고'라는 경험을 보다 기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여기서 불만을 품어버리면 차에서도 안좋은 면이 먼저 보이게 되고, 현대차의 행동 하나하나도 문제점으로 보이게 될겁니다.


소개팅에서도 처음 3분에 상대에 대한 모든 판단을 마친다고 하지요. 첫인상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첫인상이랄게 없습니다. 비오는날 길에서 차를 인수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내차의 첫인상. 이걸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이 현대차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