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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신형 제네시스 인수기(1)...시흥출고센터에서 실패하다

"찍으면 안됩니다!"


관리 사무소 아저씨의 "버럭"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크고 위압적인지, 애들이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 


사실 저희 회사(모터그래프)가 장기 시승용으로 제네시스를 구입했는데요. 


차를 인수한다는게 얼마나 감격적인 순간인가요. 저는 이 인수과정을 찍고 싶었고, 그래서 고프로를 들고 사업소 입구에서 들어가는 과정을 잠시 찍으려 했어요. 


자동차 선진국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차를 인수하는 과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폭스바겐은 아우토슈타트 같은 것도 짓고, BMW는 BMW WELT(벨트-world) 같은 것도 짓는거죠.


여기 보면 잘 나와있습니다. 

<폭스바겐의 원동력, 아우토슈타트에 가다>


물론 이 정도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관리 아저씨에게 혼날줄은 몰랐습니다.


"어디서 온거예요!" "차 직접 받으러 온거 맞아요?" "이 사람들이 이 안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하고 옆사람한테까지 보고를 합니다.


이건 진입도 안했는데, 무슨 범죄인 취급을 합니다. 아아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지? ㅠㅠ


원래는 아예 울산공장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영업사원분 말씀이 울산에선 출고를 할 수가 없고 출고센터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차가 준비됐고, 출고허가도 받았고, 보험가입도 마쳤고, 모든게 끝났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가져오시면 된다"고 하셨지요.


저희는 부푼꿈을 안고 시흥출고사업소에 준비돼 있다는 제네시스를 인수하러 갔습니다. 오는 길이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더군요.


1시간거리 탁송비가 무려 8만원이 넘어 (울산서부터는 26만원) 비싸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아기같은 새 차를 직접 인수한다는 느낌을 갖고 싶었거든요. 생전 한번도 출고센터에 가본적이 없으니 구경도 하고 싶었구요.


시작부터 불안했던 제네시스 출고


시작은 지난 11월부터입니다. 갑자기 회사에서 제네시스를 장기 시승용으로 뽑자고 해서, 매장으로 갔지요.


저희가 선택한 제네시스는 모던 트림에 4륜구동. 


처음엔 파란색을 계약 했는데 영업사원분이 "파란색은 주문 생산이기 때문에 생산 될 계획이 없고, 전산에 따르면 전국에 딱 한명만 뽑았을 정도"라면서 뽑기 어려우니 다른색을 하라고 하는겁니다. 


좀 섭섭하긴 하지만 일리가 있는 얘기 같았습니다. 처음엔 검정색을 뽑으라시더군요. 검정색은 절대 싫다 했더니 그럼 '폴리시드 메탈'이라는 색이 좋다며 골라줬습니다. 


그런데 차를 볼 수 없으니 무슨 색인지 전혀 모릅니다. 팜플렛에는 색이 나와 있는데 "이런색이냐"고 물으니 "전혀 그 색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무슨 색인지 모르는채 차를 사야 하느냐고 했더니 어쩔 수 없답니다. 


혹시 차 색을 직접 보셨냐 했더니, 자기도 본적이 없답니다. 읭??


수입차 매장에서 받던 대접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국산차 신차는 이번에 처음 사다보니 뭐 국산차는 다 그런가보다 합니다. 


어쨌거나 여러 설명을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푸른색이 들어간 짙은 회색 비슷한 색'인 것 같았습니다. 폴리시드 메탈이라는게 아마도 요런색이 아닐까.



초기 품질 문제...철판이 이상하다


시흥 출고센터 내부는 동네 카센터보다 못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소비자보다는 전문 탁송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 같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대부분 탁송을 맡기는 분위기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겠지요. 몇명 없는 출고센터 예쁘게 꾸미면 뭐하겠냐 그게 다 차 가격에 포함 되는거 아니겠냐 이런식으로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수입차를 구입해본 경험을 되짚어 보면 (비록 중저가 차량이었지만) 구입할때만은 '손님은 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히도록 해줍니다. 별도의 인수실도 있고, 가벼운 세레머니를 해주기도 했는데, 여기선 그런건 꿈도 못꿀 것 같았습니다.


여튼, 데스크에서 친절한 직원들은 "차가 준비가 안됐다"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출고허가증을 받았는데 또 무슨 준비를 하신다는거냐. 


"원래 차를 받으면 다음날 내보내야 하는데 바로 내보내야 해서 급하게 준비를하고 있다"


영업사원이 잘못 말했나보다. 뭘 준비하시느냐고 물으니 


"최종 검사도 하고, 세차도 해야 해서 준비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정확한 시간을 보지는 않았지만 적게는 30분, 많게는 1시간 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업소의 차들이라도 좀 살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5평 남짓 대기실에서 절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도록 제재하고 있어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갑자기 헐레벌떡 뛰어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출고가 어려우실것 같습니다"


아니 대체 왜요!


"트렁크 철판이 일어난 흔적이 있어서요"


철판이 '일어나다'라는게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이 정도 철판이 울었어요" 직원은 한뼘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철판이 울다니 대체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회사차니까 작은 문제는 괜찮아요. 그냥 인수할게요.


"안하시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어떤 상황인지만 보여주세요.



트렁크 한쪽이 정말 '울어서' '일어났'더군요.

철판이 그렇게 된 원인이 뭔지도 황당하지만. 그걸 왜 이제야 발견하나요. 공장에서 품질 평가하는 분들은 뭐하구요. 


"그 부분이 원래 배송을 위해서 스티커로 붙여서 운반되는데, 이번에 떼니까 이런게 보이더라구요"


그럼 생산할때도 스티커를 붙여서 생산하나요? QC할때도 스티커 붙인채로 하나요?


"그건 아니죠" 


후우.. 그냥 인수할게요. 덴트 맡기면 되죠.


"이 정도면 덴트로 안됩니다. 수리가 안될 것 같습니다. 다시 공장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


그러면 공장에서 어차피 다시 덴트해서 나올거잖아요.


"공장에서 어떻게 수리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수리할 수준이 아니어서 공장으로 돌려보냅니다. "


그러면 다른 차라도 인수하게 해주세요. 


"4륜 구동 제네시스는 지금 시흥출고 사업소에 저거 딱 한대입니다."


그러면 색상을 바꾸고 옵션도 바꿔도 되니까 받을 수 있게만 해주세요.


다른 지점 전산까지 한 1분 살펴보시더니. 


"4륜 구동이 다른 색상으로도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합니다.


현대차, 정신 좀 차리자!


결론을 말씀 드리면 인수는 잘 안됐습니다. 초기 품질 불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원과 둘이서 멀리까지 갔다 왔는데 헛수고한거죠. 혼자 버스타고 왔으면 정말 엎어버렸을것 같아요. 


이번일로 다시 생산 신청을 넣어야 하고, 생산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배정은 조금 빨리 된다고 하네요. 그나마도 혹시 옵션을 바꾸거나 하면 여태 기다린건 무효가 되고 아예 다시 처음부터 대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영업사원분께 전화 드렸더니 "죄송합니다"라면서도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직접 차를 가지러 간다고 하셔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출고허가가 났으니까 가시라고 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다시말해 영업사원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 출고사업소 책임이라고 하는거죠. 출고사업소에선 공장 책임이라 합니다. 공장에선 QC책임을 묻겠죠. QC는 생산책임을 묻겠구요.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둘러대는 동안 소비자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이걸 정 반대로 해야죠. 이렇게 손님이 피해를 입었으면 각 직원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해줘야 합니다.


영업사원은 어떻게든 손님이 손해본걸 만회해 드리겠다고 하다못해 기념품 하나라도 끼워드리겠다고 해야죠.


출고사업소에선 "혹시 다른 옵션으로 바꾸시면 빨리 출고 될 수 있는게 있는데..."라는 식으로 대안을 마련해줘야죠. 


아니면 하다못해 다른 출고사업소의 재고상황을 성실하게 물어보고, 영업사원과 통화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죠. 


손님에겐 언제쯤 차가 다시 나올거다 얘기해주고. 혹은 오느라 고생했으니 다음번엔 탁송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해줘야 마땅하죠.


공장입장도 그래요. 빼먹을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해줘서 고맙다 QC를 완벽하게 했는데 하필 그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그 부분을 반영해서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얘기해줘야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 소비자도 다시금 신뢰가 가겠죠.


눈에 뻔히 보이는 부분 철판이 우그러져 있는걸 발견했는데도 신경쓰지 않는 현대차 직원들.


이래서야 소비자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부분은 대체 어떻게 돼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 되고 맙니다. 걱정 속에서 그저 뽑기가 잘 되길 기대하는 소비자 1인입니다. 휴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