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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스스로 운전하는 미래의 차 코앞에…더 이상 장난이 아니다

“꺅! 지금 뭐하는 거예요!” 조수석에 앉은 한 월간지의 여성 편집장이 소리 지른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가 시속 200km로 운전하다 말고 책상다리를 꼬고 앉았기 때문입니다.

“나 참, 아까부터 페달을 밟지 않았다구요” 별일 아니라는 듯 퉁명스런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처음엔 뭔말인가 싶은 표정이더니만 앞차와 가까워지던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걸 보더니 그제야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미모의 편집장님은 “이게 정말 되는구나”라며 웃었습니다. 여러분들 다 아시겠지만 이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라는 기술입니다. 앞차와 거리를 미리 정해두면 앞차가 감속할때 따라서 감속하고, 앞차가 가속하면 따라서 가속하면서 일정거리를 유지해줍니다. 사실 당시는 저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기술은 난생 처음 써봤거든요. 신기하면서도 장난기가 발동해 함께 출장 온 옆자리 편집장님을 놀래킨거죠. 당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은 아마 시속 30km 이상 고속도로에서만 사용해야 하던가 그랬던 것 같네요.

2006년, 처음으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타고 독일 아우토반을 달렸던 경험은 그런 장난으로 기억됩니다.

◆ 이제 장난이 아니다

S클래스의 다음 세대는 2013년 11월말, 그러니까 불과 두달전 한단계 더 진보한 크루즈컨트롤을 달고 국내 출시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앞쪽에 레이더 한개가 달려있었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앞쪽에 거리와 폭, 주파수가 다른 3개의 레이더, 뒤쪽으로 3방향 레이더가 더 달려있습니다. 앞쪽에만도 왜 3개나 있냐면 앞으로 500미터 넘는 거리를 보는 장거리 레이더와 중거리 레이더, 그리고 바로 앞의 옆차선 차들 움직임까지 살피는 단거리 광폭 레이더가 각기 준비돼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인간의 눈처럼 두개가 쌍을 이루는 스테레오 카메라도 장착, 레이더보다 더 정밀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게 제조사 측의 설명입니다. 이 카메라는 앞차와의 거리를 파악할 뿐 아니라 심지어 노면의 높낮이까지 파악하는데 사용됩니다. 


실제 주행해보니 운전자가 직접 가감속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부드럽고 노면에 맞춰 서스펜션까지 조절하면서 차가 무척 부드럽게 주행 할 수 있었습니다. 


내장 컴퓨터도 똑똑해져서 상황을 피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미리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됐습니다. 이전에는 차가 나타나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예를들어 골목에서 튀어 나온 차가 잠시 후 경로 앞으로 끼어들게 될거라는게 분명하면 미리 알아서 차를 감속합니다.


핸들도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동작합니다. 차선을 이탈할 것 같으면 반대쪽 앞바퀴에 브레이크를 동작시켜 핸들이 스스로 꺾이고 차선 안쪽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정도 굽은 도로는 핸들이 따라서 돌아가는 정도입니다. 차선이 흐리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앞차를 지켜보면서 따라서 달리도록 핸들이 조작됩니다. 


후미 레이더는 뒷차가 사각지대에 있는지 살핍니다. 사각지대에 차가 있으면 램프, 핸들 진동, 사운드를 통해 경고 하지만 그래도 운전자가 무시하고 핸들을 돌리면 역시 반대편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막거나 피해를 경감 시킵니다.


이제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자동차는 편리하게 진화 중


잘 만들어진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 장착된 차는 고속도로에서는 물론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극심한 정체에서도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권장하지는 않지만 책상다리로 앉아도 차가 알아서 앞차를 따라 가고 서고 하지요.


막히는 길에서 ASCC를 한번만 써보면 이 기능이 없는 차를 운전하기 싫어질 정도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워낙 매력있는 기능이라 가격만 현실화 되면 대부분 운전자가 선택하게 될게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수년전부터 가장 작은 소형차급에도 이 장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벤츠는 자사의 가장 저렴한 차 중 하나인 B클래스부터 '디스트로닉 플러스'라는 이름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에 장착된 ASCC는 내장 네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방지 카메라가 나왔을때 알아서 제한속도까지 속도를 감속합니다. 카메라가 지나면 다시 가속하는데, 마치 운전자와 작당하고 과속을 돕는 듯 해서 재미있기도 합니다.


위급상황에서 앞차나 보행자를 차가 스스로 인지해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조작하는 기술은 대중화 돼 있습니다. 특히 미국고속도로보험협회(IIHS)는 이같은 기능이 장착되지 않은 경우 최고로 안전한 차(Top Safety Pick +)에 선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차는 왜 스스로 주행해야 하나


칼-벤츠(Carl Benz)는 처음 가솔린 자동차를 만들면서 인간이 편하고 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 차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아마도 자신이 만든 자동차가 미래에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일으켜 인류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될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또, 좀 더 빨리가기 위해 만든 차가 오히려 극심한 정체를 빚어 때로는 걷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이동할거라고도 생각치 못했을테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동차 회사들은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고생하며 운전할 필요 없다는겁니다. 편하게 앉아만 있으면 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사고도 나지 않으며, 차들 간(V2V), 도로와 자동차간(V2I) 통신을 통해 극심한 정체도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이 미래 자동차의 목표입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양산차에 도입된 기술들도 바로 이 목표의 기초과정을 어느정도 달성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네바다주는 구글이 만든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운전하도록 세계 최초로 자동차에 운전면허를 발급했는데, 이 차는 면허증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인 초보운전때부터 수십만킬로를 단 한차례 사고도 없이 주행해오고 있습니다. (2010년에 7대의 차가 달린 것을 도합해서 22만킬로)


구글은 또 시각장애인 스티브마한에게 차를 기증함으로써 자율주행 자동차가 삶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기술적으로는 목표에 도달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일부 양산차 제조사들도 최근 자율주행자동차의 시제품을 내놓고 불과 몇년이면 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젠간 모든 자동차가 스스로 달리게 된다면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의외성을 가진 인간 운전자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뒤섞여 달리게 되므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 있고,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동차가 일부 엉터리 운전에 대응할 뿐 아니라 인간보다 훨씬 완벽한 운전을 해내야 합니다. 


구글은 차세대 자율주행 자동차에 레이더와 카메라 뿐 아니라 골목 너머 사람들의 인기척이나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까지 함께 추적해 인간의 운전보다 훨씬 안전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중화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도래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입니다. 


또 이런 자동차가 등장하면 여파는 자동차 업계에만 그치지 않을걸로 봐야 마땅합니다. '미래차'의 한 축을 이루는 '친환경차'가 지나치게 제조사와 정부의 주도로 이뤄지지요. 아직 소비자를 크게 자극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누구나 꿈꿔온 제품으로 인간 삶의 방식 그 자체가 바뀌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