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탄소차협력금제가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Q&A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Q. 국산차에서 돈을 걷어 수입 디젤차에 돈을 준다던데 말이 되나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게 부담금을 걷고, 이를 바탕으로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게 보너스를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Q. 이산화 탄소 많이 배출하는 차에 돈을 더 걷고 적은차를 깎아준다는거니까. 환경을 위해선 바람직한것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디젤엔진 위주의 자동차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완성차 생산국 중엔 프랑스가 2008년부터 우리 저탄소차협력금제와 비슷한 보너스말뤼스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자동차 시장은 우리와 달리 원래 연비 좋은 디젤과 수동차가 80% 정도를 차지하는 시장입니다. 특히 프랑스 자국차 연비가 대부분 한국이나 일본, 미국, 심지어 독일 차들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에 이 제도 자체가 수입차의 공략을 막아내는 장벽 효과가 있었습니다.
Q. 프랑스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쓰였다는건데, 우리는 어떤가
국산 자동차들은 대부분 같은 급이면 수입차보다 연비가 떨어집니다. 국산차들은 가솔린에 자동변속기가 많죠. 그런데 유럽산 수입차들은 이미 연비좋은 디젤에 듀얼클러치나 CVT, 이런 우수한 연비를 내는 변속기를 결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국산 경차가 부담금을 내는 경우도 있고, 수입 디젤 세단은 거꾸로 보조금을 받게 돼서 차값이 낮아지게 됩니다.
Q. 어떤 차가 얼만큼의 부담금을 내나
계획을 살펴보면 일단 현대 엑센트 1.6 디젤이나 기아차 모닝과 한국지엠 스파크등 국산 경차 정도가 기준이 됩니다. 이 정도 차들은 돈을 내지도 받지도 않지요. 반면 경차 중에도 연비가 좀 떨어지는 기아 레이가 25만원의 부담금을 냅니다. 그랜저는 150만원을 내고, 제네시스나 에쿠스는 200만원, 체어맨은 300만원이나 내야 합니다.
Q. 300만원을 더 낸다니, 보조금을 받는 차는
BMW 320d ed나 폭스바겐 제타 1.6은 100만원의 보조금을 오히려 받습니다. 사실상 차값이 100만원 싸지는거죠. 일반 쏘나타는 50만원을 내야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80만원을 받구요. 일본 도요타 프리우스는 100만원을 받습니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받는 차는 전기차들인데요. 보조금 300만원을 받습니다.
Q. 수입차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고 금액도 적지 않은데
네 요즘 독일차들이 디젤 위주로 돼 있고, 도요타는 현대기아차보다 월등히 우수한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아서 보조금을 많이 받게 됩니다. 지금 금액은 도입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낮은 금액에서 시작하지만 차차 이 금액을 늘려나가겠다는게 환경부 계획입니다.
Q. 지급 금액이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까
프랑스의 경우도 2008년 실시 이후로 차차 금액을 늘렸는데요. 2013년은 대당 1037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889만원까지 부담금을 주고 있습니다. 보조금은 그대로인데 부담금만 자꾸 늘어난다는 점에서 프랑스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셉니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지금은 불과 300만원이지만 몇년 후엔 이렇게까지 차값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차값을 당장 1000만원 깎아준다거나 860만원이나 할증한다고 하면 차 고르는데 아주 관심을 갖고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보너스말뤼스 정책. 2012년에 비해 2013년에 부담금만 커졌다.
Q. 그러면 국산차 브랜드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단 디젤차를 많이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업체들은 덩치 큰 RV 등에 국한됐던 디젤 엔진의 활용 범위를 승용차 등 다양한 차종으로 넓혀갈 계획입니다.
작년 하반기 현대차와 기아차가 준중형 승용차인 아반떼와 K3 디젤 라인업을 나란히 선보였고, 르노삼성차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디젤로만 출시했습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중형 승용차 SM5에도 디젤 엔진을 탑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GM도 상반기내 말리부 디젤 라인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디젤 쏘나타와 그랜저 출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젤차는 매연·진동·소음이 심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승차감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성능 좋은 유럽산 디젤차가 보급되면서 인식이 개선됐고, 연비 효율성도 뛰어나 시장이 확장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Q. 오히려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심각한 문제도 있다던데.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친환경차를 위한 자금을 내놓으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 보너스말뤼스제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므로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급하게 도입해서는 안됩니다.
프랑스의 보너스말뤼스제는 얼핏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정책이었던 것 같지만 실제 2008년 제도 시행 직전에 대배기량 차들이 일시에 대거 판매되는 일이 발생하고, 소형차의 판매가 줄어드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대배기량 차 판매를 일시적으로나마 촉진하게 된거고 이 차들은 적어도 10년은 도로에 돌아다니게 될겁니다.
또, 800만원 가까이 차를 깎아주면서 소형 자동차를 세컨카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심지어 자동차를 구매할 일이 없던 대학생 등 젊은 소비층이 구매자로 돌아서게 됐습니다. 연비가 우수한 차들의 보급에 따라서 운행 거리가 늘어나는 반대 효과도 있었습니다. 결국 프랑스의 탄소 배출 총량은 제도 시행 이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결국 친환경 정책이 자동차들의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돼 있었는데 보너스말뤼스 정책은 이와 반대로 1인 탑승 자가용 자동차의 판매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지 여부를 놓고 심도 깊은 논의가 돼야 한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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