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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타이어 뜨거워지면 공기압은 얼마나 변하나

지난달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LF)의 시승행사를 하면서 공기압을 지나치게 많이 넣는 꼼수를 부렸다고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관련 링크: [기자수첩] 현대차 시승행사, 이번엔 '타이어 공기압 꼼수'


규정 공기압이 34인데 이날 타이어 공기압 측정기 정보를 보니 공기압이 43으로 엄청나게 높더라는 글이었습니다. 저희가 탄차는 40~42 정도로 그보다는 조금 낮았습니다만 대부분 차들이 대략 41을 넘었습니다.


물론 공기압을 조금 더 넣는 것은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재량이고 취향에 따라 더 넣을 수도 있지요. 더구나 요즘 연비가 하도 중요하다 보니 상당수 운전자가 공기를 더 넣고 주행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시승을 할때는 정해진 규정 공기압 대로 넣고 제공해야 차의 승차감이나 연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 조금씩 규정을 어기는 방식으로 차를 제공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관련 링크: '쏘나타 시승행사 타이어 공기압 꼼수'에 대한 현대차의 공식 답변


현대차 측 얘기는 "이날 아침 공기압을 34에 맞췄는데, 환절기라 날씨가 더워져서 갑자기 공기가 팽창했고 주행까지 했으니 압력이 높아져 43이 됐다"는 겁니다.


일부는 이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며 기사가 잘못됐다고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또 이 비난하는 분들을 댓글알바라고 몰아세우기도 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해서 제가 다 죄송했습니다.


그러나 실은 현대차의 설명처럼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말씀드리려고 이 글을 시작했으니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일단 34가 43이 되려면 공기압이 26%나 올라야 합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페라리의 공기압 계기를 살펴본다


저희 회사차 페라리 캘리포니아에는 공기압과 동시에 공기 온도를 재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걸로 아침에 출근하면서 공기압을 재보았습니다. 마침 요즘 일교차가 크죠. 아침 온도는 쌀쌀해서 19도. 


이 차는 285/35R20 , 그러니까 20인치나 되는 초광폭 타이어가 장착돼서 열이 빠르게 오릅니다. 


마구 밟아봤습니다. 제가 쏘나타를 아무리 빠르게 몰아도 페라리처럼 몰지는 않았겠죠.


열심히 달린 결과 역시 온도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19도였던 뒷타이어는 43도까지 올랐습니다.


어떤이는 두배가 넘게(126%) 오른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왠일일까요. 타이어의 공기압은 겨우 5psi, 약 10% 남짓 올랐을 뿐입니다.


이유는 공기압이 섭씨 온도에 비례해 증가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물상시간에 배운 이상기체관련 공식을 생각해보세요.


PV=nRT

압력*부피=몰*기체상수*온도


부피가 똑같다면 

압력=상수*온도


입니다. 어? 온도와 압력이 비례 맞네? 하실 수 있는데


잘 기억해보세요. 여기서 온도는 섭씨가 아니라 캘빈온도를 말하는겁니다. 


섭씨 온도에 273(정확히는 273.15)을 더하면 캘빈온도가 나옵니다.


맞는 표기법은 아니지만 이렇게 보시면 되겠죠. 

273K+19C = 292K

273K+ 43C = 316K

섭씨 온도에선 무려 100%나 차이가 나지만 절대 온도로 놓고 보면 둘의 차이는 8.2%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압력 차이도 그 정도겠지요. 그런데 기체 자체의 온도 변화만으로 압력차이가 나오는게 아니고, 차는 주행 방법에 따라 이리저리 무게가 이동하면서 압력도 증가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오차는 많이 봐야 두배. 16%를 넘어서는건 불가능합니다. 


현대차의 반론처럼 주행과 날씨에 따라 공기압이 34psi에서 43psi으로 25% 이상 올랐다는건 안타깝게도 현실세계 일상주행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페라리 주행하듯 주행한 것도 아니니  애초부터 공기가 규정보다 상당히 많이 들어있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저희가 탄차는 그렇게 엄청나게 밟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촬영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했기 때문에 아마 처음부터 40 정도에 맞췄다고 추정해볼 뿐입니다.


공기압이 중요한건 아니다. 하지만...


댓글 중 하나는 "다음부터 김한용은 시승행사에 부르지 마라, 맨날 생트집만 잡는다"는게 있더군요. 정말 빵터져서 한참 웃었습니다.  제가 시승회 꼼수라고 자꾸 짚어내니까 관계자 분들이나 현대차 팬분들 중 한분이 화가 나신것 같아요. 그래도 이름을 기억해주시니 참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분 말씀하신대로 제가 꼼수를 보도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번 싼타페 시승차에는 '기자 시승용이니 NVH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생산 지시서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보도 이후 요즘 시승차에는 생산 지시서 등이 모두 제거된 상태로 나옵니다. 


그뿐 아니고 여러차례 더 있지만 일일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5~6년전 기아 포르테 시승기를 적었을때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시승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시승행사에는 부를 수 없다"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급한 마음에 그렇게 얘기한 것이겠지만, 회사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난 발언으로 보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정서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의 정서는 문제가 있으면 '고치는'게 아니라, '막아야' 한다는겁니다. 어떻게든 실제보다 더 좋게 '포장'해야 한다는거구요.


계속 이런식이어선 안됩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요. 쓸데없는 곳에 노력을 낭비할게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은 달게 받고 개선하면 될 일입니다. 특히 시승행사에서의 피드백은 제조사에게도 정말 중요합니다. 피드백을 막고 자꾸 좋은 쪽으로 포장하려고만 들면 결과가 왜곡되고 정작 고쳐야 할 부분을 못고치게 됩니다.


포커스그룹의 비판적 시각을 참고해 제품을 개선해줘야 단지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비로소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기업을 사랑하는 한명의 국민으로서 현대차가 꼼수를 중단하고 정정당당히 평가받는 기업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