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취재

강남서 1600원대 주유소-사연 있었네!

17일 현재 서울 보통 휘발유 가격이 1820원에 달하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끄는 ‘인기 주유소’들의 사연이 화제다.


운전자들이 예전에는 아무곳에서나 기름을 넣었지만, 최근엔 많은 수가 가격 비교를 통해 저렴한 주유소를 선택한다. 주유소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200원가량 차이가 나는데, 자동차 연료통의 크기를 50리터로 보면 주유소만 잘 선택해도 한번 주유에 1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강남 한 주유소의 인기가 급상승 하고 있다. 강남서 가장 싼 기름을 제공하는 '강남제일주유소'가 그 주인공.

강남구 역삼동 한복판에 위치했는데도 불구 1689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덕분이다. 경유의 가격은 1589원으로 역시 강남 최저가다. 500m~1km가량 떨어진 인근 주유소들의 휘발유 가격(1850~1920원)은 물론 서울서 가장 싸다는 중랑구(1703원)이나 도봉구(1741원) 평균에 비해서도 10~50원 가량 싼 셈이다.

이 주유소의 기름 가격이 싼것에는 사장 이모씨부부(37,36)의 부지런한 노력이 있었다.
강남제일주유소의 이 사장은 취재중에도 여러 차들 사이를 누비며 직접 주유를 해주느라 정신 없었다. 잠시 후 트럭을 몰고 석유 배달을 나갔다 오는가 싶더니, 한쪽 귀퉁이에서 손님 차를 손세차를 해야 한다고 달려갔다.

흔히 연상하는 주유소 사장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직원 몇명을 고용했지만, 함께 나서지 않으면 수익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씨 부부의 설명이다.

강남제일주유소 사장 이씨는 "집을 팔아 3개월 전부터 주유소 임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집이 없기 때문에 주유소 뒷쪽에 방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유소에는 휴지나 물 같은 사은품은 물론, 흔한 세차기계도 없었다. 7만원 이상 주유시 손세차를 5천원 할인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 주유소를 찾는 ‘알뜰족’이 늘자 주변 주유소의 협박과 회유가 시작됐다.

같이 가격을 올리면 되는데 왜 이렇게 싸게 팔아 힘들게 사느냐는 것이다. 이 사장은 그들에게 "그럴게 아니라 같이 내려서 더 많이 팔도록 하자"고 말했다. 기름값이 싼 곳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먼곳을 지나는 차들이 이곳에서 기름을 넣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긍하지 못하는 일부 경쟁업체들은 악선전을 퍼뜨리거나 이곳을 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고를 받았다며 SK정유본사나 석유품질조사업체가 일주일에 적어도 2~3차례 방문해 기름을 담아가 양을 재고 성분을 분석한다.

주유소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34)씨는 “국도변 저가 휘발유를 넣으면 차가 힘이 딸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며 “이곳은 품질이 좋아 수개월 전부터 일부러 찾아와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주유소를 오픈한지 3개월여동안 엄청나게 힘들게 살고 있다"며 "최근들어 입소문이 퍼져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주유소처럼 운영되려면 5배~10배 가량을 더 팔아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은 턱도 없다고 했다.

이 주유소에는 흔한 플랭카드 한장 걸려있지 않았다. 이 사장은 "법적으로 주유소에는 플랭카드를 걸지 못하게 돼 있다"며 "정직하게 하려니 참 힘들다"고 말했다.

▲ 강남제일주유소 위치 / Opinet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