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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133년전 최초의 자동차 시승기



"텅 텅 텅 텅 텅"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기 어려웠다. 전시품인줄 알았던 세바퀴차가 희한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차는 133년된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의 완벽한 복제품이다. 현대인들도 이렇게 놀라는데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펄바흐에 위치한 벤츠 클래식카 전문 복원센터인 MBCC(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에 방문해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시승했다.

말이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시도는 수백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현실적으로 근대적인 의미의 자동차는 칼 벤츠(Carl Benz)가 1876년에 만들었던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최초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33년이나 지났지만, 원형이 현재까지 2대 보존돼 있고 당시 설계도도 남아있다. 이로 인해 메르세데스-벤츠는 관련된 모든 부품을 재생산해 주행 가능한 모델 총 20대를 복원했다. 당시 부품과 재질이나 설계를 모두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복원 담당자의 설명이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뒷편으로는 엔진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시동은 커다란 플라이휠(내연기관에 있는 안정 장치)을 두손으로 힘차게 돌려서 걸어야 했다. 수차례 시도끝에 엔진 시동이 걸리고 나니 시동이 안정적이 되도록 의자 아래의 카브레터 밸브를 조절해 주어야 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최초의 자동차 치고는 꽤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이었다.

최초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벤츠 954cc 1실린더 4행정 엔진을 갖췄다. 당시 만하임(Mannheim) 대학의 테스트 결과, 이 엔진은 400RPM에서 0.9마력을 냈다. 이 엔진은 100kg으로 매우 가벼웠으며  대부분 부품이 밖으로 드러나 있긴 하지만, 오일 시스템이나 크랭크케이스 등은 현대적인 매카니즘을 갖췄다. 푸시로드와 밸브로 이뤄진 배기 시스템은 요즘 엔진에서 보아온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다란 수평 플라이 휠은 1기통 엔진의 힘을 안정화 시켜주고 있었다.

칼 벤츠는 추후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향상시켜 2마력까지 향상시켰다. 최고 속도는 16km/h에 달한다. 1887년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휠과 연료탱크, 가죽으로 된 브레이크까지 갖춘 차를 만들었다.

MBCC에서 복원한 차는 최종 모델로 2명이 가득 타고도 달리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매끄러운 실내에서 자전거 바퀴같은 타이어가 가벼운 휠스핀까지 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코너에서는 디퍼런셜이 없어 타이어소리가 요란했다. 통통거리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머리가 살짝 휘날리며 달리는 느낌이 상쾌하다.

1888년 8월 5일 그의 부인 베르타 벤츠(Bertha Benz)는 이 차를 타고 180km에 달하는 길을 달렸다. 직접 카브레터를 청소하고 브레이크를 손보는등 많은 일을 했다. 이 최초의 자동차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독일 만하임지방에선 지금도 매년 올드카들의 퍼레이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