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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BMW 520d를 시승해보니

- 조각에 불꽃을 더하다

BMW 마니아들은 이 차를 5시리즈라고 부르지 않고 E60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번의 차는 이전의 5시리즈(E39)와 전혀 다른차로 보는 것이다.

기존과 전혀다른 이 5시리즈의 디자인은 지금은 BMW를 떠난 크리스토퍼 뱅글이 만든 개혁적 디자인의 산물이다.

처음 그가 디자인한 차는 BMW 7시리즈. 7시리즈를 통해 처음 선보인 그의 디자인 콘셉트는 '조각적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 내놓은 Z4의 경우는 불길(flames)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5시리즈에 대해서는 특별한 콘셉트를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조각에 불길을 더했다는 느낌이다.

차체는 단순히 디자인 뿐 아니라 그 재질도 크게 달라졌다.

BMW의 강점인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차체 보닛, 휀더, 트렁크, 거기다 심지어 전면 프레임을 모두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전후 50:50의 무게배분을 얻었다. 같은 50:50 차체라도 차체 중앙에서 먼 곳을 가볍게 만든차의 코너링 성능이 월등하다. 무게 밸런스는 단순히 바퀴의 무게 배분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것이다. 굳이 보닛이나 트렁크를 가볍게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BMW의 코너링이라...

적절한 밸런스 덕분일까. 코너링중에는 전후 타이어가 균일하게 땅을 붙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약간의 엑셀과 브레이크 반응으로도 전후륜의 무게 배분이 변하는게 느껴진다. 덕분에 엑셀을 밟았다 떼었다 하는 정도로도 차체의 진로를 미묘하게 바꿀 수 있다.

디젤엔진이 휘발유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앞쪽의 추종력이 약간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실제 트랙 테스트 결과는 뉴트럴.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해 오버스티어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점은 아쉬웠다. 능숙하지 못한 운전자의 안전을 감안했기 때문일거다.

BMW의 코너링이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세단형 승용차에선 따라올 업체가 없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BMW 차량들에 대해 민감하고 세밀한 조향이 가능한 스티어링휠로 인해 고속주행시 노면을 많이 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핸들을 꽉 쥐고 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530이상의 모델에는 엑티브스티어링시스템이 장착되는데, 이로 인해 고속주행시 핸들을 어지간히 돌려도 차가 크게 움직이지 않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핸들을 꽉 쥐지 않고도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520d에는 이같은 기능이 내장되지 않는다. 대신 16인치 휠과 타이어를 장착했으므로 노면 추종력도, 노면을 타는 느낌도 적다.

- 럭셔리 세단이 최고의 연비라니 원

국산 2.0리터급 중형차에서는 사실 1등급차가 단 한대도 없다.(자동변속기 기준)

반면 수입차들은 2.0리터급에서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2개월전만해도 폭스바겐 골프 2.0 TDI가 15.7km/l로 1년 이상 국내서 가장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차였다. 해치백 준중형차인데다 연비도 좋다는 DSG 변속기를 장착했으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2개월전 BMW는 2.0리터 디젤엔진을 3시리즈와 5시리즈에 장착한 모델을 국내에 내놨다. 무려 15.9km/l에 달하는 연비가 나왔다. 럭셔리 승용차에 이런 연비가 나오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현재 2.0리터급에서 1위는 폭스바겐 제타)

휘발유 엔진 기술은 이제 극한에 수렴해 대부분 엔진들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디젤은 휘발유 엔진에 비하면 이제 신생기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 기술이 튀어나온다. 각종 기술을 추가할 때 마다 연비가 한단계씩 껑충 발전하는 것이다.

몇몇 기자는 520d를 가리켜 달려도 달려도 바늘이 줄어들지 않는 차라고 말했다.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고속으로 그렇게 달렸는데도 연비는 14km/l를 가리키고 있다. 살살 달리니 24km/l를 넘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오리지널 스포츠세단이란

최근 나오는 중형 세단은 대부분 스포츠패밀리세단을 표방하고 있다.

패밀리는 어떤 패밀리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아무나 갖다 붙여도 잘못이라고 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우리 패밀리는 아빠와 유치원생 2명 뿐'이라고 말하는 패밀리를 위한 세단도 있을것이고, 우리는 다 큰 운동선수 아들만 3명인 패밀리도 있겠다. 작은차는 작은차대로, 큰차는 큰 차대로 패밀리세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얘기가 다르다. 총알같이 달리지 못하거나, 벽에 갖다박듯 메다꽂는 브레이크가 없거나, 청룡열차를 타고도는 듯한 정신없는 코너링이 없는차를 감히 '스포츠세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스포츠세단에 대한 모욕이다.

사실 스포츠세단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것은 알파 로메오다. 그러나 성공적인 후속타를 만들지 못하고 BMW가 그 뒤를 이었다. 오늘날 포르쉐=스포츠카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 처럼 BMW=스포츠세단 이라는 등식도 있는 것이다. 스포츠세단을 내놨다는 업체들은 "우리차는 BMW같은차"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세단의 오리지널 브랜드 BMW가 이제는 가족까지 돌보기 시작했다. 다른 업체들 모두 바짝 긴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