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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7000만~1억원

BMW 뉴Z4 시승기 “힘과 즐거움의 조화”

이게 뚜껑도 열려요?

그저께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파란색 뉴Z4의 루프를 닫은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지나던 한 여성이 질문을 던집니다.

아니 뭐 열리긴 합니다만...

차 밖에서 리모컨 키를 꾹 눌러 루프를 열어보이니 와아 하고 탄성을 지릅니다.

사실 차를 좀 안다는 사람은 호기심이 생길만도 합니다. 이전 모델은 헝겊이 덮인 소프트톱이었던 것이 신형이 나오면서 하드톱 루프로 매끈하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체의 일반적인 하드톱 컨버터블 모양은 어딘가 약간 어색한 경우도 있지만, 이 차의 경우는 워낙 잘 만들어져서 루프가 열리지 않는 하드톱 모델과 외관상 다를 바 없을것 같습니다. (신형은 하드톱 모델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드톱컨버터블 중에서도 상당히 진보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의 하드톱 컨버터블은 밖에서 볼때는 매끈해 보여도 실내에서 보면 부품들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거나 소음을 차폐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 차의 루프는 실내에서 봐도 일반 하드톱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로드스터의 달리는 미덕(美悳)

컨버터블 톱을 열고 달리는 느낌은 로드스터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합니다. 한국땅에서 컨버터블 톱을 열고 달릴때가 있을까?

그런데 이날따라 비가 오길래 비오는 날 톱을 여는 느낌이 어떤지 톱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기역학적으로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앞 차창에 물방울이 맺힐뿐 문막까지 달려가는 동안 머리에 비가 전혀 들이치지 않아 톱을 열고도 상쾌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가는 동안 날이 쨍하고 개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은 저는 마치 해변으로 놀러나온듯한 착각을 했습니다. 바람은 솔솔 불고 팔은 따끈하게 그을려지는 느낌이 달리는 썬텐 기계가 따로 없었습니다. 아 이래서 로드스터를 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잠시 후 트랙에 도착해 직접 운전을 해봤습니다.  역시 로드스터는 트랙에서 제맛을 냅니다.

공도에선 제대로 느끼지 못할 강력한 힘을 끝까지 뽑아낼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로드스터의 경쾌한 주행감각은 그 어떤 스포츠카와 비할바가 아닙니다. 스포츠카는 운전자를 중심에 두고 차가 회전하지만, 대부분 로드스터는 운전석 시트가 뒷바퀴 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차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에 따라 운전자가 좌우로 요동을 치게 되는 느낌이어서 감각이 훨씬 세밀하고 민감하게 전달됩니다. 드리프트에서 느껴지는 박진감도 더 큽니다.

이번의 뉴 Z4는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부드러우면서 세련된 느낌입니다.

이전 Z4가 과격한 야생마 같았다면, 이번의 뉴 Z4는 잘 조련된 경주마라는 느낌입니다. 더 조용하고 착하지만, 사실은 더 빠르고 잘 달린다는 말입니다. 저희 시승 전문가는 "이전의 Z4는 살살 달래주며 달렸어야 하는데, 이번 Z4는 최대한 밟으며 달려도 알아서 출력을 조절하므로 트랙 주행 기록이 더 좋게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훨씬 강력한 엔진과 우수한 변속기를 장착한 덕분입니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Z4 35i sDrive로,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장착해 동력 전달에서도 빠르고 착실한데다 잃어버리는 힘이 적습니다.

엔진 힘은 또 어떤가 하면 7000RPM까지 쉽사리 올려붙이는 3.0리터 트윈터보가 장착됐습니다.  최고출력 306마력에 1,300–5,0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 40.8kg.m의 뛰어난 성능을 발휘합니다.

트랙 달려보니 최고 기록

문막의 2km 트랙을 달려보고서야 이 차의 성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는 평상시 핸들을 움직이는 대로 차가 따라와주는(뉴트럴) 성향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엑셀 패달을 약간만 더 밟아줘도 뒷바퀴가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며 오버스티어를 일으켰습니다. 오버스티어라고는 하지만 결코 쉽게 스핀하는 것은 아니고, 보다 날카로운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도록 적당한 밀림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다루기 쉽고 안전한 오버스티어라니 잘만 이용하면 참 재미있게 주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비가 내린 후여서 좋은 기록이 나오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들이 최적의 라인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그 부분 지반만 낮아져 물이 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막트랙의 전문 운전자 '스티그'가 주행해보니 톱을 오픈한 상태에서 52.5초가 나왔습니다. 이미 이 트랙에서의 최고 기록에 가깝습니다. 

톱을 닫고 주행하니, 어라? 무려 50.6초를 기록해 이 트랙의 최고기록을 훌쩍 넘고 말았습니다.

스티그는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차가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트랙은 직선로가 짧고 코너가 심해 작은 차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덕도 있었을겁니다.

무엇보다 톱을 닫았을때가 열었을 때보다 주행속도가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원인은 공기 저항도 있었을테지만, 그보다 무게 배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스티그는 "톱을 오픈해도 주행감각은 좋지만, 전후 무게 배분이 달라져 약간 언더스티어(핸들을 조향한 것보다 덜 돔) 성향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로드스터 중 가장 매력적

로드스터의 매력은 어떤것이 있을까요? 단순히 달리는 능력만으로는 설명이 안됩니다.

달리기 성능은 2인승 쿠페형 차량이 더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포르쉐 카이맨S는 같은 플랫폼의 박스터S에 비해 강성도 더 뛰어나고 가벼워서 더 잘달립니다.

그런데도 로드스터를 타는 이유는 앞서 말하는 톱을 열었을때의 스타일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일겁니다. 이렇게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 톱을 닫았을때 모양이 엉성해지는 차를 참고 봐야한다는것은 뭔가 논리가 맞지 않습니다.

특별한 차에 대한 마니아들이 분명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로드스터라면 이처럼 하드톱을 얹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 들어온 하드톱 로드스터는 메르세데스-벤츠 SLK와 SL이 그 시초입니다. SLK는 매우 아담한 사이즈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모델입니다. SL은 1억이 훌쩍 넘어가며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이 많구요.

푸조의 206CC 또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하드톱 컨버터블 차량입니다만, 퍼포먼스 차량이라기 보다는 루프 개방 그 자체에 의의를 둬야 할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진일보 했습니다. 기존 로드스터 차량들은 트렁크를 활용할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이번 Z4는 톱을 연 상태(루프가 트렁크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적재 공간이 넉넉하게 남아 놀랄 정도였습니다.

7750만원과 869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국내 선보인 Z4, 동급에서 가장 매력적인 가격과 성능, 스타일을 일단 갖췄습니다. 이를 통해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