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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신기술

하이브리드 연비 38.5km/l? 현대·기아차의 '경이적인 연비' 계산법

현대기아차그룹은 2일 양재사옥에서 '현대 기아차 LPi 하이브리드카 설명회'를 갖고 홍보에 나섰다.

하이브리드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현대차 이기상 상무는 "차의 연비가 17.4km/l이지만, LPG와 휘발유 가격을 환산하면 연비가 무려 38.5km/l나 돼 경이적인 연비 성능을 자랑한다"고 했다.

6월 3째주 기준으로 LPG연료 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2.2배가량을 곱해서 연비를 환산했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연비를 발표하자 마자 여러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러한 연비 기준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으로 환산을 했다면 1리터의 연료로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km/l'라는 연비 단위를 쓸 수 없다.

38.5km/l라는 수치도 문제가 됐다. 이는 매우 단기적인 상황에 국한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석유정보망사이트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최근 몇개월간 크게 오른 반면, LPG가격은 공교롭게도 6월 4째주가 지난 1년중 가장 저렴한 상황이다.
 
이같이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LPG연료를 쓰는 다른 차들도 덩달아 혜택을 본다.

13.4km/l를 내는 기아 모닝 자동변속기 차량의 경우 이른바 '환산연비'로 따지면 무려 29.2km/l나 되고 수동차량의 경우 '환산연비'는 무려 35.6km/l가 넘는다.

디젤연료차량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서 가장 연비가 좋은 자동변속기 차량은 '푸조 308 HDi MCP'로 19.5km/l에 해당하지만 '환산연비'로는 22.4km/l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차를 공개하는 시점의 일시적인 가격으로 차 자체를 홍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최근 LPG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45.8%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실상 지난 1년간 LPG 가격은 그보다 훨씬 비싸게 팔렸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4째주에는 휘발유 가격의 84%까지 따라잡기도 했다. 1년 평균을 봐도 휘발유 가격의 61.4%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국제 LPG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 등 인상 요인이 이어져 LPG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전문가는 "차를 한두달 타려고 사는게 아닌데, 만일 LPG가 다시 휘발유가격의 80% 가량 비율이 된다면 환산연비를 20km/l로 고쳐적겠냐"며 "신기술을 내놓고 이런 꼼수를 통해 홍보해보겠다는 얕은 술꾀가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