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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쉐의 연비 비교해보니

재미있는 이벤트를 해봤습니다.

국산차 중 가장 연비가 좋다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연비가 가장 나쁠것 같은(?) 포르쉐 911의 연비를 비교해보기로 한 것이죠.

가장 최고속으로 달렸을때를 비교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테스트 자체가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으니 이번에는 동일한 속도로 달리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연비를 테스트하기로 했습니다. 

'과격 싸이코 운전자 A'가 똑같은 속도로 차를 운전하는 경우를 가정해서, A씨가 두 차를 똑같이 몰았을 때 어떤차의 연비가 더 높은지가 궁금했습니다.

후배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떤 차 연비가 더 좋을것 같은지.

후배는 "최고속으로 달리면 아반떼 연비가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포르쉐한테 지기야 하겠어요?"라고 하더군요. 포르쉐랑 연비가 비슷해지긴 할 지언정 똑같아 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아래 댓글중에도 모 자동차 회사 연구원(이라고 하시는 분)이 이런 글을 올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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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하게 몰아도 프리우스 연비가 15킬로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제 레이서가 테스트 트랙에서 극한 성능 시험을 하는 경우에도 순간 연비가 10키로 이하로 내려간적이 없었습니다. 디젤의 경우엔 1킬로까지도 떨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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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말 극한에서 테스트 해도 연비가 10km이하로 내려가지 않는지 정말로 저도 궁금합니다. 정말이지 오기가 생겨서 직접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산길 주행에서 하이브리드차 연비가 고성능 스포츠카 연비에 크게 뒤쳐졌습니다. 산길이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험하게 운전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참고로 이날 주행한 거리는 적산거리계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다음 맵의 거리 측정 기능을 이용했습니다.

7월 31일 오후 북악스카이웨이에서 '현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이후 아반떼)와 고성능 스포츠카 '포르쉐 911 Targa 4S'(이후 포르쉐)의 연비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시승을 했습니다.

아반떼를 이용해 가능한 최고 속력으로 달리고 포르쉐는 그 뒤를 바짝 따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연료를 채우고 산길을 계속 반복주행한 후 다시 충전소까지 찾아간 거리는 총 35.7km에 달했습니다. 총 거리의 약 50% 가량이 산길 주행이었고 이때의 주행은 타이어가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가혹하게 했습니다. 나머지 50%의 주행은 일반 도로였습니다. 그다지 과격하게 주행하지 않았습니다.



▶ [화보] 화보로 보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쉐의 연비대결

차만 바꿨을 뿐인데…같은 길 다른 느낌

당연한 일이지만, 아반떼는 산길에서 아쉬운 거동을 보였습니다. 제가 몰면 비틀비틀합니다.

저보다 운전을 훨씬 잘하는 분이 아반떼를 몰아주셨는데, 그러면 또 포르쉐가 따라가기 힘들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불안정한 것은 사실입니다. 차의 목적이 스포츠 주행이 아니니 당연한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흠잡기는 그렇고, 특정이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아도 전혀 가속되지 않는 순간이 1초 이상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끼어들기 할때 치명적이겠더군요. 가솔린 모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상한 반응이었습니다. L모드로 바꾸고 나니 그제야 가속이 제대로 이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것이 CVT의 특성일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했습니다.

늘어난 무게 때문인지 가솔린 모델에 비해 브레이크 성능이 약간씩 밀리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반면 가속력은 나쁘지 않았고 서스펜션이 강화됐는지 기울어짐이 적었습니다. 차체 앞뒤의 무게배분이 좋아 가솔린 모델에 비해 언더스티어도 덜 일어나는 듯 했다고 가솔린 모델을 운전하시는 분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포르쉐로 달릴때는 같은 산길을 달리는 동안 매우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엑셀은 반만 밟고도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는 아반떼의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을 수 있었습니다. 가속감이나 코너에서의 안정감도 우수해 마음이 푹 놓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포르쉐 연비, 아반떼를 이기다


주행후 충전소까지 막히는 길을 30여분간 뚫고가서 아반떼에 LPG개스를 충전을 했습니다. 9.06리터니까 6931원어치가 들어갔다. 싸긴 정말 쌉니다. 하지만 연료가격은 연비와 관계 없죠. 만약에 연비는 꽝인데 LPG 가격 혜택 덕에 경제적인 운전했다면 뭐하러 하이브리드 만듭니까? 그냥 LPG차 만들면 되지. 그렇죠?

그러니까 오늘은 연비만 보자구요.

아반떼는 총 주행거리 35.7km를 9.06리터로 나눠보면 리터당 3.9km 남짓 달린셈입니다. 반면 포르쉐는 36km 주행후 8.08리터가 들어가갔으니 리터당 4.5km를 달렸습니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포르쉐의 연비가 아반떼 하이브리드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난 것이죠.

포르쉐는 공인연비가 8.5km/l지만 산길을 고속주행해도 공인연비의 52.9%를 낸것에 비해 아반떼의 경우 공인연비(17.8km/l)의 21.9% 가량 밖에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같은 테스트는 제가 처음한게 아니고, 영국 BBC 방송국의 톱기어 등 다른 해외 언론에서도 이같은 테스트를 했습니다. 순전히 재미로요. 흥미 위주 기사라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튼 해외 언론에서도 트랙위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한 결과 도요타 프리우스 등 다른 하이브리드카의 연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혹 테스트 해보니…하이브리드 만능 아냐

이번 테스트는 산길을 정지 없이 꾸준히 달린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차에 절대로 불리한 테스트였다. 사실 하이브리드차는 도심에서 정지와 가속 감속을 계속해야만 연비향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길 뿐 아닙니다. 하이브리드는 감속할때 충전하고 가속할때 전기를 이용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고속주행이나 험로를 달리는 등, 전기 충전량에 비해 소비량이 높으면 오히려 연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모터, LPG 탱크 등을 장착해야 하므로 가솔린 모델에 비해 110kg가량 무겁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2명을 차에 태우고 다니는 정도의 부담이 됩니다.

사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평지에서 가장 높게 나옵니다. 이 차를 며칠간 운전했다는 운전자 박모(34)씨는 연비가 고속도로 주행에서 최대 19km/l 정도 나오고, 시내주행을 위주로 했을때 13km/l가량 나왔다고 했습니다.

차에는 저마다 그에 맞는 주행 방법이 있습니다. 적절한 주행방법으로 주행해야 연비가 좋아집니다. 고속주행을 자주하는 운전자가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면 원하는 성능도 얻을 수 없고 연비도 오히려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 [화보] 화보로 보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포르쉐의 연비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