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에 현대차를 조금이라도 칭찬하거나 도요타를 조금이라도 욕하면 일부 독자분들께 혼나는 분위기인데요. 혼날 각오 하고 소신껏 적어봅니다. 저는 현대차와 아무 관계가 없고, 도요타에 별다른 악감정도 없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3일에 프리우스와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RAV4 의 시승행사에 찾아가 이 차들을 시승했습니다. 인천공항 주변 35km 가량 공로에서 진행된 이번 시승행사에는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RAV4등 4개 차종이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수입차 시승과 달리 도요타의 시승에선 그룹 선두와 후미에 주최측 차량이 따라 붙었습니다. 게다 운전자 곁에 도요타 직원까지 동승해 추월 등 과격한 운전을 제한했습니다. 행사가 도요타의 철학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행사가 재미 없는 만큼 운전의 재미도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시승해보니 … 도요타 맹신해선 안될 듯
수입차라고 하는데, 현대차와 엇비슷한 성능과 스펙에 약간 실망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캠리나 RAV4의 경우 2005~2006년 출시된 후 지금껏 큰 변화가 없었는데, 현대차는 도요타를 의식해선지 성능이 엄청나게 향상된 신모델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분야 기술발전이 워낙 눈부셔 그 기술력 뛰어나다는 도요타마저도 5년이나 차이나는 신모델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듯 했습니다.
베스트 셀러 모델인 캠리2.5는 쏘나타2.0에 비해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인상적입니다. 서스펜션이 크게 출렁이지는 않았지만, 잔진동을 잘 잡아줍니다.
코너링 성능은 큰 차이를 모르겠지만 승차감은 상대적으로 월등히 좋게 느껴졌습니다. 가속 성능도 신형 쏘나타 2.0에 비해 우수했습니다.
사실 이번 쏘나타는 어떻게 된 일인지 출력이 부족하고 서스펜션이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엔진음도 저속에서는 정숙하지만 고속에서 지나치게 카랑카랑합니다. 배기 사운드를 조금만 튜닝해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격으로보면 캠리는 쏘나타가 아니라 그랜저, VG 등과 맞먹는 가격인데, 그들 수준의 고급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도요타를 좋아하는 분들의 시각으로만 보면 심플해서 오히려 좋다고도 하겠지만, 일반적인 시각에선 재질의 고급스러움이나 감촉, 버튼류나 계기의 배치, 기능, 정숙성 등을 종합해 볼때 한단계 아래로 보였습니다.
RAV4의 경우 혼다 CR-V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투싼ix나 쏘렌토R 등과 비교하면 구매해선 안될차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내 디자인은 뒤로 하더라도, 가솔린이라 정차시 소음은 다소 낫지만 고속 주행시 소음은 극단적으로 증가하고, 가속력이나 연비 등에서는 비교하기 어려운 차이가 있었습니다.
도요타는 명색이 수입차지만 초기 상태만 놓고 보면 국산차보다 별로 나을게 없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도요타는 내구성이 워낙 좋고, 잔고장이 없는 브랜드라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게 먹혀들게 될지 궁금합니다.
미국은 캘리블루북 등 중고차 시세를 통해 신차 리스료를 산정합니다. 중고차 가격이 높으면 차 살 때 돈을 덜내도 된다는 겁니다. 때문에 중고차 시장 가격이 신차 인기에 그대로 직결되는 냉혹한 시장입니다. 그러나 국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과거 르노삼성 SM5가 비슷한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의 호평을 들었죠. 하지만 당시도 베스트셀러는 잔고장 많다던 쏘나타였고, SM5의 판매대수는 매그너스(레간자)에도 못 미쳤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소비자들의 호평과 실제 판매량이 연결되지 않는 묘한 시장이라는 겁니다.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 시승해보니 … 재미있지만 연비 개선 아쉬워
프리우스와 캠리하이브리드는 공히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너지 드라이브'를 채택했습니다. 하이브리드 기능을 더해 프리우스는 공인연비가 29.2km/l, 캠리 하이브리드는 19.7km/l에 달합니다.
출발 단계에서는 엔진을 작동시키지 않고도 전기만으로 2km 가량을 주행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습니다. 현재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양산차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뿐이라고 도요타 측은 말합니다.
그러면 다른 업체는 왜 안할까. 특허 운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비용에 비해 연비개선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시승한 프리우스의 연비는 여성운전자가 살살 운전하는데도 14.2km/l~20km/l 가량 나왔습니다. 막히는 거리가 결코 아니었고, 앞서 말했듯 선도 차량이 있어 급가속을 할 수도 없는데 공인연비 29.2km/l와는 30% 이상차이가 났습니다.
아래 사진 속 계기에 나타난 그래프는 5분에 한번씩 평균연비를 기록하도록 돼 있습니다. 클릭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유럽식 연비표시법인 5~7L/100km 를 가리키는 것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물론 제가 기를 쓰고 운전하면 더 높은 연비를 낼 수 있었을 테지만, 일반적인 운전자의 연비가 이렇다는 겁니다. 디젤의 연비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프리우스는 손가락으로 튕겨 조절하는 기어노브 등 일반적인 자동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실내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또, 리모컨 버튼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전면의 계기에 손가락이 얹힌 위치를 보여주는 장비를 내장하는 등 미래의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뒷 유리 한 가운데 프레임이 지나가기 때문에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볼 땐 약간 시야가 가려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프리우스는 특히 시속 40km이내에서 주행시 되도록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EV모드'와 연비를 높이는 'ECO 모드', 가속력을 향상 시키는 'PWR 모드' 등 온디멘드(on-demand) 주행모드를 갖췄습니다. EV 모드의 경우 실제 주행시 급가속을 하거나 시속 45km이상으로 주행하면 자동으로 해제되기 때문에 실제 주행시 사용하기 어려워보였습니다.
프리우스는 '주차 도우미' 기능을 갖췄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주차공간을 선택하면 차가 스스로 핸들을 돌려주는 기능입니다. 폭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주차 도우미' 기능은 일렬주차만 지원하지만, 프리우스의 경우 평행주차도 지원한다는 점에서 쓸모가 많겠습니다. 다만, 시스템에 익숙해지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주차가 동작되도록 하는데 버튼을 많이 눌러야 한다는 점에서 운전 잘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할지 모릅니다. 실제 시승 행사 담당자 중에도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가 한건도 없었습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일반 캠리에 비해 연비가 우수하고, 트립컴퓨터와 연비를 나타내는 그래프 등이 향상됐습니다. 디자인도 약간 나은 편이죠. 하지만 연비 개선 효과가 크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흠입니다.
하이브리드의 배터리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리튬 등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어 폐기 방법을 놓고 벌써부터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연비개선이나 환경보호 효과가 크지 않다면 과연 왜 존재해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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