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승기/2000~5000만원

도요타 RAV4와 현대 투싼 ix 비교시승 해보니

3일 도요타 시승행사장에서 RAV4를 시승하고, 이어 현대 투싼 ix도 시승했다. 간격이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아 두 차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었다.

먼저 도요타 RAV4을 시승했다. RAV4는 3210만~3490만원으로 최근 수입 SUV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관심을 끌어모으는 차량이다.

차 외관은 타이어가 뒷문에 달려있다는 점과 뒷문을 오른쪽으로 당겨 열어야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쌍용 코란도, 현대 갤로퍼, 혼다 CR-V,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등도 과거에는 이런 디자인이었지만 요즘은 모두 위로 열리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문이 열리는 차는 인도 측에서 짐을 들어 차에 싣는데 어려움도 있다. 차가 왼쪽으로 달리는 일본이나 영국에 적합한 형태다.


실내에 들어서자 우선 독특한 대시보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소형 SUV 급에서 넓다는 실내공간도 매력적이다. 혼다 CR-V 등 매우 좁은 공간의 경쟁 SUV에 비하면 넓다지만, 여전히 넉넉한 느낌은 아니다. 전후방주차센서가 후진중에는 물론 주차상태에서도 쉴새없이 삑삑 거린다. 주차센서 버튼에 어떤 부분에 장애물이 나타나는 램프가 붙어있지만, 실제 운전할 때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천연가죽 시트의 마무리는 매우 좋은 편이다. 뒷좌석 왼편 좌석에는 중앙 시트용 3점식 안전벨트가 지나간다. 뒷좌석 왼편 승객은 천연가죽시트 위에 나이론제 안전벨트를 깔고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행 감각은 엔진 초기 반응이 매끄럽고 가벼워 튀어나가는 느낌이다. 요즘 보기 드문 4단 자동변속기가 달려있다. 스텝게이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매뉴얼 모드를 다루듯이 이용할 수 있다. 2단으로 제한하고 엑셀을 계속 밟으니 2단 상태에서 계기반상으로 시속 140km까지 가속이 됐다. 2단이 커버하는 부분이 매우 넓은가보다 했는데, D모드로 주행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4단으로 주행하면서 시속 100km에서도 1500rpm 이내를 유지했다. 극히 낮은 RPM 세팅으로 정숙성과 연비를 높이려는 듯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추월가속 능력은 낮은 편이다.

4륜구동 모델은 연비가 약간 낮고 가격이 조금 높은(3450만원) 대신 4륜록(Lock) 장치를 갖추고 있어 산길이나 오프로드를 달리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휘발유 엔진이어서 주행소음은 크지 않았지만, 뒷유리가 너무 세워져선지 고속주행시 뒷편에서 풍절음이 크다. 경쟁 모델 혼다 CR-V(3390만~3790만원)이나 닛산로그(3420만~3620만원)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기본기도 우수하다. 하지만 이래저래 최신 SUV들이 추구하는 경향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 현대 투싼 ix … 한단계 진화된 차

다음은 투싼ix를 시승했다. 이전 시승했을 때는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지만, RAV4를 타고 나서 보니 동시대 차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디자인이 진취적이다.

투톤으로 정리된 실내는 깔끔하고 부분적으로 적용한 은색 플라스틱이 훌륭하다. 디젤엔진 특유의 공회전 소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이전에 비하면 매우 조용해졌다. 가속감도 RAV4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디자인과 서스펜션 세팅등이 RAV4에 비해 착 가라앉은 느낌이다.

운전대 디자인은 독특하지만 그립이 실망스럽다. 3시, 9시 방향을 감싸쥐면 은색 플라스틱 장식이 손안에 잡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왼편 엄지손가락 아래로는 리모컨 볼륨스위치가 닿는다. 그립감이 손상될 뿐 아니라 여름에는 땀이 차거나 은색으로 칠한 플라스틱 부분의 색이 바랠 가능성도 높다. 도요타 RAV4를 비롯한 국내 모든 수입차 중 손안에 장식이 들어오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시속 100km이상으로 주행해보니 풍절음과 엔진소음도 모두 RAV4에 비해 적었다. 높은 토크와 6단 자동변속기 덕분인지 고속에서의 추월가속 능력도 한 수 위다. 차체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져 SUV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고속에서 안정감이 느껴졌다.

파노라마 썬루프를 옵션으로 제공하고 DMB와 TPEG, 과속카메라 위치정보 등을 지원하는 내비게이션은 수입 SUV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옵션이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오디오의 음성인식 기능은 불편한 조작 방법이 개선돼야만 일반 소비자들도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연비가 (11.7~15.4㎞/l)로 도요타 RAV4(10.3~12.3km/l)에 비해 우수했다. 가격차이도 결코 적지 않다. 투싼은 1870만~2880만원으로 가장 싼 모델의 경우 1520만원차이, 가장 비싼 모델의 경우 640만원 차이다. 투싼은 제품의 초기 상태만 보면 도요타 RAV4와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우위에 있는 듯 했다.

사실 그동안 도요타는 남들보다 월등히 앞서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일본에서도 실험적인 차량은 닛산이나 혼다 등 기술지향 회사들이 먼저 만들고 도요타는 매번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남들보다 한발 느리게 발전하지만 막강한 자원, 내구성과 AS등 고객만족에서 승부를 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도요타의 전략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화보] 도요타 RAV4 & 투싼ix 비교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