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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르노삼성 뉴SM5 시승해보니…‘기본 가치’에 충실한 차

“외관에 단차가 없어서 매끈해” “정숙성이 높아 전기차를 타는 기분이야” 먼저 차를 타본 기자들의 칭찬이 시작됐다. 설마 하는 기분으로 차를 살펴봤다. 외관을 언뜻 보면 특별히 고급스럽거나 특출하게 개성 있는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분히 살펴보니 아무런 특색 없는 몰개성의 차와는 정반대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전체 느낌은 사진으로 봤을 때와는 딴판이다. 튀지 않지만 전체적인 비율이 적절하고 금속면들이 개성 있는 곡선으로 독특한 표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감을 갖게 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배어나오는 것이다.

인테리어도 요즘 흔히 사용되는 번쩍이는 크롬을 억제하고 매트한 느낌으로 멋을 낸 전형적인 유럽풍이다. 운전석 안마 기능까지 갖춰진 시트는 우아하고, 스위치나 조절레버의 디자인과 감촉이 우수하다. 눈이 부신 스타일이 아니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거실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진 듯 했다.

르노삼성 뉴SM5는 프랑스 르노 라구나 3세대 모델과 쌍둥이다. 엔진은 물론 내외관도 상당히 유사하다. 사실 르노 라구나 또한 닛산의 ‘D 플랫폼’(알티마, 무라노의 뼈대)을 기본으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일본 자동차 기술에 프랑스의 패션을 더한 차다. 이 강력한 조합으로 프랑스는 물론 치열한 유럽 중형차 시장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 인기차종 라구나의 전위적이던 부분을 한국적으로 가다듬은 차가 바로 뉴SM5다.

르노삼성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충격적인 느낌의 수입차를 내놓기보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무난한 쪽을 택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극단적인 것보다 기본 가치에 충실한 ‘패밀리 카’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반영했다. 현대 신형 쏘나타가 추구하는 행보와 다른 방향이어서 직접 경쟁을 피한 셈이다. 르노삼성측 관계자도 “현대 신형 쏘나타가 도와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운전해보니…정숙한 고급 패밀리 세단

신차 실내에 들어서면 ‘새차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웰빙 차량을 추구하기 위해 실내재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줄인 결과라고 르노삼성측은 설명했다. 에어클리너를 통해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고, 방향제가 배출되는 장치도 갖췄다.

카드 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숙성이 우수하다. 작은 버튼을 눌러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해지시켰다. 천천히 달리며 가속 감속을 테스트해보는데, 하체가 매우 단단해 코너링이나 급가속 급감속에서도 기울어짐이 크지 않았다. 정숙성은 일본차, 서스펜션은 단단한 유럽차를 타는 느낌이다.

시승차는 파노라마 썬루프가 장착된 모델인데,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려도 썬루프에서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경쟁사 차종과는 전혀 다른 소음진동(NVH)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엔진회전수가 5500RPM에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증가했다. 닛산 산하 자트코의 무단변속기가 장착됐기 때문에 변속충격이라는 개념이 없다. 다만 엔진이 작은 편이라 급가속시 엔진 소음이 크게 증가했다.

2.0리터 141마력 엔진을 장착한 이 차에 등이 떠밀리는 가속성능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속도계를 보면 어느새 이런 속도까지 올랐나 싶은 타입이었다. 다소 더디긴 했지만 속도계로 시속 180km까지 올려붙일 수 있었다. 경쾌하게 달리는 게 아니라 중량감을 갖고 유유하게 달린다는 느낌이다.

추월할 때는 기어 변속을 메뉴얼 모드로 바꿔 조작하니 가속감도 훨씬 나아졌다. 르노삼성 측도 급가속보다는 일반적인 실용 영역에서의 가속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엔진의 최대출력은 6000RPM(분당 엔진회전수)에서 나오도록 설계돼 있는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5500RPM까지 밖에 오르지 않게 변속기가 세팅돼 있어서 최대출력을 이용하며 가속할 수는 없었다. 출력보다 정숙성을 더 중시한 배려다.

유럽에서 르노 라구나는 180마력의 2.0리터 디젤엔진과 205마력의 가솔린 터보엔진 등 총 9개의 엔진 선택이 가능하지만 SM5는 2.0리터 모델 한가지뿐이다. 현재 르노삼성이 추구하는 방향이 철저히 패밀리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디젤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니 기대가 된다.

3시간에 걸친 시승이 피곤해질 즈음, 운전석의 전동안마기능을 작동 시켜봤다. 등의 요추지지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등에서 허리를 눌러주는 기능인데 장거리 주행에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엇을 갖췄을까 

다른 업체에 비해 앞선 차차 도장 기술을 보여줬던 르노삼성은 이번 뉴 SM5에 동급 처음으로 ‘신가교-내스크래치 클리어 도장’을 적용했다. 르노삼성 측의 설명에 따르면 가벼운 상처나 산성오염물질을 견디는 내구성이 기존 도장에 비해 크게 향상된 도장방식이라고 했다. 도장면 관통 부식에 대해서는 5년까지 보장해준다. 그만큼 도장 기술에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버튼식 시동, 스마트 에어백, 무단변속기, EBD-ABS, 4륜디스크 브레이크, 사이드미러 방향지시등, 트립컴퓨터, 블루투스핸즈프리, 3단조절 열선시트 등 타사 차량들이 옵션으로 내놓은 장비들을 전 모델에 기본 장착했다.

기본 오디오도 우수한 편이지만, 수입차 수준의 보스 오디오를 선택할 수 있고 옵션에 따라 뒷좌석에 전동식 선블라인드를 장착할 수 있는 점도 중형차로선 인상적이다.

유럽의 라구나는 이전 모델부터 유럽의 충돌테스트에서 역대 최고의 안전성 점수를 보여준 안전의 대명사다. SM5도 상당한 안전성을 이어 받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기본 안전 장비로 자리 잡고 있는 전자자세제어장치(ESP)를 XE모델 이상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명성에 걸맞지 않는 부분이다.

차량 판매 가격은 PE모델이 2080만원, SE모델이 2200만원, SE Plus모델이 2370만원, LE모델이 2530만원, RE모델이 2650만원까지다. 경쟁차종으로 삼는 현대 쏘나타 동급에 비해 높은 옵션을 갖추고도 약간 저렴한 편이다.

르노삼성차의 기본 가치는 우수한 내구성에 있었던 만큼 짧은 시승만으로 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을 듣고 있는 SM3와 마찬가지로 한눈에 봐도 우수한 품질 수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스포티한 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르노삼성이 추구하는 '기본가치'에 충실한 차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오래 탈 수 있는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 [화보] 르노삼성 뉴SM5 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