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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도요타 캠리 2.5 와 현대 쏘나타 2.4 GDI 비교시승

캠리와 쏘나타가 추구하는 방향이 극과 극으로 갈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시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그러나 현대차는 굳이 캠리를 제주까지 끌고와 비교시승을 했습니다.

현대 쏘나타가 더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와, 동시에 캠리의 상대는 쏘나타다. 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은 듯 합니다.

아이고 포토샵도 안하고 크롭도 안했는데, 어쩜 이렇게 톡 튀는군요. 이런 각도에서 보면 쏘나타도 그런대로 괜찮다는... -_-;;



사실 운전 해볼 것도 없었습니다.

쏘나타 2.4의 최대 출력이 201마력이라는데 비해 캠리는 175마력이라고 하니 마력부터 시작해서 두 차의 차이는 확연했구요.

캠리는 코너링에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극단적으로 심한 차량인데, 이번 현대 쏘나타는 핸들링&라이딩에 무지하게 신경쓴 차거든요.

캠리의 벙벙한 60시리즈 전륜타이어.

쏘나타의 18인치 휠과 45시리즈 타이어



타이어 모양만 해도 천지차이죠. 캠리는 편평비가 60에 16인치 휠, 쏘나타는 18인치 45시리즈를 장착해 거의 비교가 안되는 스펙을 끼워 놓았으니, 당연히 쏘나타가 운동성능에서 앞서는거죠. 하지만 이게 순정옵션상태니까. 일리는 있습니다.


쏘나타의 실내 디자인은 워낙 공격적이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반대로 그 때문에 차를 갖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쏘나타가 국민차 마냥 모두가 타는 차인데, 그런 차가 공격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으면 금방 싫증을 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벌써 그런 분들이 있는것 같구요.

아마도 미국이나 중국 시장, 즉 10% 이내의 점유율을 가진 시장에서 톡 쏘는 양념같은 존재로 보이도록 디자인 했다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보수적인 소비자도 있지만, 일단 튀는게 정말 중요하니까요. 국내 시장은 작기도 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어차피 사줄 것이라는 믿음도 있기 때문에 이런 '수출 위주' 디자인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넓으면서도 공간을 적게 뽑아낸 여유. 대체 왜 쏘나타에 이런 여유를 부렸을까.

저는 쏘나타가 넓으면서도 좁은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쿠페형 디자인을 하는 바람에 잃은 공간이 많죠.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적어도 편안하지는 않아보입니다.

반면 캠리는 스펙상으론 좀 더 작지만, 실내가 네모 반듯해서 공간이 넓어 보입니다. 시트와 천장 디자인도 승차감 위주로 만들어져서 뒷좌석에 앉았을때 뒤로 상당히 눕게끔 디자인 돼 있습니다. 쏘나타는 외관때문에 할 수 없는 부분이죠.

캠리의 실내. 네모 반듯해서 상자에 들어온 것 같긴 하지만, 공간은 극대화 됐다.


공간이 좁은 대신 파노라마 썬루프를 장착. 썬 쉐이드는 손으로 여닫아야 하는데, 뒷좌석 썬쉐이드를 운전석에서 닫지 못하니 좀 난감.

쏘나타는 파노라마 썬루프를 갖춰서 개방감이 우수합니다. 물론 옵션이고 130만원이나 합니다만, 뒷좌석을 자주 이용하는 분이라면 장착하고 싶을것 같군요. 물론 저는 뒷좌석을 트렁크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파노라마 썬루프는 굳이 필요 없습니다.

아 잘 찍었다 패닝샷.


기본적으로 쏘나타는 잘 달립니다. 다만 200마력이 넘는 엔진의 출력을 끌어내려면 RPM을 높게 이용해야 하는데, 이날 시승행사장에서 메뉴얼모드로 바꿔서 높은 RPM을 이용하는 기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더 밟아야 이 차의 진가를 알 수 있는거죠.


쏘나타의 앞 뒤 모습

쏘나타가 기울어지는 정도는 사진에 보이는(뒤) 이 정도입니다. 기울어지면서도 받쳐주는 느낌이 탄탄합니다. 아 국산차 순정 상태에서 이 정도면 무척 나이스!

넘어질 듯한 캠리

아~ 캠리...

지금 우회전 하는 모습인데요.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흙받이가 땅에 닿을 것 같은 모습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물론 닿지는 않습니다. 스토퍼라는 장치가 있어서요.

그러나 바깥쪽 바퀴가 찌부러드는 동안 안쪽 바퀴는 살짝 들립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꺾으면 삑삑삑~ 하는 전자음이 나면서 TCS가 동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이럴수가.

문제는 엑셀을 밟고 있는 저 때가 아니라 엑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입니다. 차는 크게 기울어지면 다시 회복하려는 힘이 강하게 생깁니다. 엑셀에서 발을 떼면 기울어진 차체가 벌떡 일어나면서 오버스티어를 만들어버립니다. 사실 이렇게 부드러운 차는 강하게 코너링을 해보면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마구 번갈아 일어납니다.


캠리를 타보니, 그제야 쏘나타가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현대차가 비교시승을 하는 방법에 실수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던데요. 무엇보다 우리 기자들 수준을 너무 높게 본 것 같았습니다.

의외로 이 두 차를 비교 시승하고, 어느쪽의 차의 운동성능이 더 나은지를 가려내지 못하는 기자들이 더 많았습니다.

차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단단한 서스펜션과 물렁한 서스펜션, 혹은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정도는 알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더군요.

모두 그런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기자들 상당수가 자동차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자동차 회사들의 정치적 사회적인 것에만 관심이 많다는 점은 정말 반성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예요.

우선, 차가 얼마나 그립력이 좋은지를 알기 위해선 반드시 그립을 어느 정도 잃어봐야 합니다. 언더스티어가 나든 오버스티어가 나든 나고 나서야 차의 그립력 한계가 어딘지를 알 수 있겠죠. 시속 60km로 코너를 돌아보고 "아 캠리가 더 좋네" 이렇게 얘기하는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또, 선입견 없는 상태에서 비교를 해야 하는데, 도요타가 낫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시승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도요타는 언더스티어가 빨리 나타나네요" 하면 "아 그거 운동성능은 좋지 않네요"라고 답하는게 당연한데,
"아 언더스티어가 천천히 나타나니까 오히려 다루기 쉽죠?" 뭐 이런식으로 받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오로지 운동성능만으로 차를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캠리의 극단적으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미국에서 그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승차감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드러우면 코너링이 떨어지고 단단하면 승차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비교의 핵심이 운동성능이었는데도 그 부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기자들 입장에서 참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같은 실험 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한 현대차의 책임이 더 큽니다.

현대차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시내에서도 이 두차의 비교시승을 한다고 하는데요. 그 또한 괜한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속으로 천천히 달리면? 제 생각엔 캠리가 더 좋게 느껴질수도 있겠더라구요. 운동성능을 비교할 요량이면 환경을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