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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만원 이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시승기…렉서스가 목표?

"미리 시동 좀 걸어놓지!"

투덜거리며 차문을 열었습니다. 이날 저는 휴가차 태국에서 바로 비행기타고 날아온터라 너무 맑고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궁시렁 거리면서 차 트렁크에 짐을 실으려는데 아래쪽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더군요. 에어컨이 작동될 때 차 밑으로 물 떨어지는 바로 그 상황이었습니다.

설마...하고 차에 들어섰는데, 시원했습니다. 정말 시동이 걸려있었던겁니다.


주변 차들의 엔진소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마티즈 신차의 소음이 워낙 억제된 탓에 시동소리와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겁니다. 이제 더 이상 경차를 연상하면 안됩니다. 정숙성부터 모든게 달라졌습니다.

GM대우는 26~27일 양일간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어떻게 이렇게 공회전이 조용한가를 마티즈개발 담당 손동연 기술연구소 전무에게 물었습니다. 손전무는 우선 공회전시 엔진 회전수를 670RPM대로 낮춘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또 엔진과 미션 등을 크레들에 장착하고 이 크레들을 차체에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해서 진동이 차에 덜 전달되고 생산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손전무는 질의 응답 시간에 마이크에 대고 "핸들이 이 차만큼 안 흔들리는 차는 없다"며 "렉서스를 가져와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순간 머리가 쭈뼛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GM대우 경차 발표회장에서 쌩뚱맞게 렉서스라니.. 사실 좀 부적절한 비교지만,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거겠죠.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지 운전대 떨림은 정말 적은편이더군요. 또 일부는 코너링시 운전대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반면 고속에서도 든든해 운전하기에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연비·주행감각은 어떨까?

이날 시승행사는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해 GM대우 창원공장까지 67km에 달하는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포함한 다양한 코스에서 펼쳐졌습니다. 67km가량을 달리면 연료 게이지가 약간은 내려오기 마련인데, 이 차의 경우 디지털로 만들어진 연료 게이지가 한칸도 줄어들지 않아 이상하다고 기자들은 수근댔습니다.


연비는 17km/l로 매우 높은 편이긴 하지만, 기자들이 밟는 스타일로 보면 10리터 가량의 연료를 소비했을테니 연료가 적어도 한칸은 줄어야 할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연료 게이지가 한번 줄어들면 그 이후로 뚝뚝 떨어지는 타입일거라고 예상만 해볼 뿐이었습니다. 연료 게이지를 너무 믿지 말아야 할 차입니다. 트립컴퓨터도 남은 주행가능 거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순간연비는 보여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순간·평균연비를 보여주면 연비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데 요즘 메이커들 왜 이 기능의 중요성을 모르는지 참 아쉽습니다.

최고 출력은 70마력으로 기아 모닝에 비해 약간 낮은 반면, 최대 토크는 9.4kgm로 기아 모닝에 비해 약간 앞섭니다. 하지만 체감 출력차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듯 했습니다.

옵션인 자동변속기는 4단이지만, 변속충격이 적은 편입니다. 모닝의 CVT의 경우는 변속을 하지 않으니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연비와 가속면에서 조금 더 우월하다고 합니다.

경차임을 감안하면 저속의 가속감은 그런대로 충분하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고속 구간에서는 시속 140km를 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뭐 제가 140km/h까지 달렸다는건 아니구요. ^^;;


기아 모닝과 비교하면 폭은 같고 길이는 더 긴 차입니다. 그래선지 뒷좌석 실내공간은 대단합니다.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소형차의 무릎공간과 머리공간에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듯 했습니다.

4륜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적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서 브레이크시 제동력이 안정적입니다. 브레이크 뿐 아니라 측면 커튼에어백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고 하고, 미국 IIHS의 전복 테스트에도 대응했습니다. 스포티지가 쥐포티지가 됐던 바로 그 실험에서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자체테스트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국장은 이날 밤 건배제의에서 "이제 한국에 더 이상 경차는 없다. 소형차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칭찬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듯 했습니다. 이같이 900만원이 넘는 '고급 소형차'도 좋지만, 서민들이 맘놓고 구입할 수 있는 차도 우수하게 만들어지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