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승기/2000만원 이하

기아 2010 모닝 시승기…어? 달리기도 제법

1994년에 처음 장만한 제차도 경차였는데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대우 티코였죠. 300만원대였던가 그랬을겁니다.

당시 경차는 저렴한 가격을 가장 중요한 무기로 내세운 자동차였습니다. 다른건 아무것도 볼게 없었죠. 창문은 돌려 열어야 했고, 차에 탄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로 부터 온갖 비아냥과 핍박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요즘 소비자들은 경차에도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사양, 다양한 기능 등을 요구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게다가 가벼우면서도 갖출것 다 갖춘 차여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요구인 것이죠.

메이커는 가격-성능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지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제품성을 향상시키면 제조원가가 비싸지는것이 당연하니, 지나치지 않으면서 적절히 비싸지고 고급스러워졌을 때 변덕스런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마티즈가 자리잡았던 텃밭에 기아 모닝이 등장하면서 일순간 그 답이 나왔습니다. 소비자들은 600만원대 풋풋한 마티즈보다 800만원대 프리미엄(?) 경차 모닝을 원했던 것이죠.

제 아무리 경차라도 이 정도는 되어야 돈을 지불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모닝이 과연 '프리미엄 경차'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것인지. 직접 시승해봤습니다.


운동성능 …제법 잘달리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이 차는 레이스에서도 사용되는 현대 클릭(수출명 Getz)의 플랫폼의 길이를 다소 줄여 만든 차량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본기가 착실하게 다져져 있습니다.

클릭 레이스를 직접 나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레이스를 달려봄으로 해서 차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클릭이 오늘날의 탄탄한 주행성능과 내구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모닝 또한 같은 플랫폼으로 인해 그런 문제점들이 해소됐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 됩니다.

사실 수출형에는 1.0리터와 1.1리터급 가솔린 엔진이 지역마다 달리 장착되구요.  유럽에서는 세라토 디젤 1.5리터 엔진에 사용되던 4기통 엔진의 기통을 하나 잘라내서 3기통으로 좁힌 디젤3기통 엔진이 장착되기도 합니다. 이 엔진은 DFI에 터보도 갖춰져 75마력을 낸다고 합니다. 디젤엔진을 장착하면 모두 수동이라고 하니 한국에서 이 모델을 보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한국에는 1.0리터 가솔린엔진과 LPi엔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번에 시승한 차는 1.0리터 가솔린엔진입니다.

2010모닝의 경우 작년에 비해 힘이 월등히 강력해지고(72마력) 연비도 17.4km/l로 높아졌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입니다. 수동변속기는 무려 20.0km/l를 낸다는데, 제가 산다면 반드시 수동변속기 모델을 사게 될 것 같습니다.


엑셀을 밟는데 헉! 하는 소리가 납니다. 부아아앙 하는 소리가 튜닝 머플러를 달고 있는 듯 합니다.

"왜 이렇게 빠른거야?"

가속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등을 치고 나간다고는 할 수 없지만 130km/h 까지는 별 스트레스 없이 꾸준히 밀고 올라갑니다. 물론 그 이후부터는 더딘 가속이 됩니다.

코너링도 꽤 탄탄합니다. 이대로 트랙을 나가도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적어도 시내에서라면 경차라서 못하는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왼발의 풋레스트도 그런대로 잘 만들어져 있어 코너링에도 몸이 치우치지 않도록 지지할 수 있습니다.

정숙성은 논하기 좋은 차가 아니지만, 예전 마티즈처럼 시끄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시내 주행에서는 4기통의 보통 소형 승용차 소리입니다.

실내 … 앞좌석 넉넉, 뒷좌석은 여성용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겠지만, 이 차의 오디오도 MP3를 지원하는 CD플레이어가 내장됐습니다. 블루투스로 핸드폰과 연결되고 통화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듣는 음질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도어락 버튼이 따로 없고 문위의 작은 플라스틱 꼭지를 당겨 열거나 눌러 잠그도록 돼 있습니다. 다만 전동으로 동작하게 돼 있어 한곳을 당기면 네곳이 모두 열리고 닫히는데다, 리모컨 키로 눌러 조작 할 수도 있으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비롯, 국내 출시된 경차들은 모두 이런 스타일입니다. 얼마 안할것 같은데 이왕이면 별도 버튼 하나 만들어주지,쩝.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사이드미러의 경우는 전동으로 조절되고, 버튼을 눌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으니 기능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계기반이나 대시보드 등은 별다른 꾸밈없이 심플해서 다른 상위차들과 비교해도 매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앞좌석은 참 넉넉하지만, 뒷좌석은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 머리가 천장에 닿을랑 말랑 합니다. 무릎공간은 그런대로 남고 있으니 엉덩이를 약간 내놓고 기대 앉으면 넉넉하지만, 이런 방법을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성들을 앉혀보니 공간의 부족함이 거의 없더군요. 세단에 비해 약간 꼿꼿히 세워서 앉는 스타일이다보니 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원 벼라별 기능이

사실 개인적으로는 경차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도록 기아차 측은 다양한 옵션을 내놓고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리모컨키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경차용 키라고 보기에는 무척 세련되게 잘 만들어졌거든요. 상위 차종에서도 공유하는 리모컨이라서 익숙한 디자인입니다. 다만, 가운데 부분에 버튼 대신 모닝이라는 글씨가 쓰여있네요.


모닝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였습니다. 사실 후방 카메라를 내비게이션 위치에 집어넣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백밀러를 보지 않을수도 없기 때문에 룸미러와 내비게이션을 번갈아 보려면 고역이거든요. 백밀러 안에 있는 LCD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도 우수하고, 위치도 좋아서 주차에 서툰 운전자에게 매우 좋은 옵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 요금 징수시스템은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별 필요성을 못 느끼긴 하지만, 이 기능이 없다면 별도로 하이패스 장비를 구입해서 그것도 앞유리에 떡 하니 장착해야 한다니, 그럴 것에 비하면 꼭 필요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야 지방을 한달에 한번쯤 나가지만, 지방을 자주 다니는 분들이라면 큰 도움이 되실듯 합니다.


차를 타보니…경차 많이 변했다

이번 2010 모닝을 시승해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과거 티코나, 마티즈를 생각하면 완전한 오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차가 저렴한 차라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개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탈만한 차. 귀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선택하는 차인것 같습니다.

게다가 달리는 느낌도 여느 차들과는 차원적으로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더 재빠르고 더 날렵한 움직임 덕분에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죠. 경차라고 업신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항  목 2010 모닝
1.0 가솔린 1.0 LPI
전장 X 전폭 X 전고 (mm) 3,550 X 1,595 X 1,480 3,550 X 1,595 X 1,490
휠  베이스 (mm) 2,370
엔진성능 배기량 (cc) 999
최고출력 (ps) 72 67
최대토크 (kg·m) 9.2 9
공인연비

(km/ℓ)

M/T 20 16.3
A/T 17.4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