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운전자들이 살면서 몇 종류의 차를 운전 해보게 될까요?
제 경우는 좀 특이한 경우였겠죠.
이전에 있던 회사에선 차량 DB 작업을 해야 했기에 1주일에 3종의 차량을 시승해야만 했습니다. 많게는 1주에 5종의 차를 시승하기도 했고, 특집을 낼때는 20일동안 25개의 차를 시승했던 때도 있었어요.
생전 언제 타보나 싶던 수입차를 번갈아가며 타니 처음엔 이보다 좋은 직업은 없는 듯 했죠.
그런데 시승을 일상적으로 하게 되니 불과 한달만에 살이 4~5kg이 빠졌습니다. 수면도 곤란했습니다. 어느날은 탈진해 잠들거나, 어떤 날은 긴장이 풀어지지 않아 과민한 상태로 잠을 못이루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1년을 했으니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는 100개 넘는 차를 거의 모두 시승해보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차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이내믹 럭셔리 어쩌고... 말은 복잡하게 붙이는데 그 차이는 그다지 대단한게 아니었고, 꽤 미묘한 것이었습니다. 그 돈 받고 그 정도 성능차이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차도 많았습니다.
엉성했던 쌍용 체어맨이나 렉스턴 등은 엉망진창이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영업사원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죠.
세상에 엉터리 차라는건 없지만 엉터리 가격이라는건 있거든요. 그 가격대에 그런 차를 사는건 말이 안되는거니까. 아마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미친척하고 높은 가격을 매긴것이 거꾸로 차를 모르는 한국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별것도 아닌 고만고만한 수입차들을 맨날 번갈아가면서 시승하느라 피곤에 빠져있던 와중에 다시 피를 끓게하고 심장을 뛰게한 차가 있었죠.
BMW Z4였습니다.
사진은 제가 최근에 찍은것이라 신형이지만, 당시는 구형 Z4쿠페였어요.
마치 레일을 깔아놓은 듯한 코너링, 날렵한 핸들링.. 무척 감동적인 움직임에 가속력도 부족함이 없어 여러모로 심장을 뛰게했습니다. 포르쉐라면 어차피 못살테지만, 이 차는 가격이 7천만원대로 무리해 살 수도 있을것 같았으니 더 가슴이 뛴거죠.
Z4신형 가격이 높아지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면서, 글쎄요. 신형 Z4는 제가 살 차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이더라구요. 너무 안정적이고 비싸니까요.
그러다보니 아우디TT가 다음타자로 꽤 마음에 들더군요. 가격도 6천만원대. 천장도 열리고, 앞유리가 짧아 개방감이 크죠. 앞유리가 길면 천장을 열어도 눈위에 하늘이 아니라 프레임이 위치하게 되니 개방의 의미가 없거든요.
아아 거기다 날렵한 움직임.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륜구동. 미끄러뜨리면서 주행하는 매력은 없죠. 스포츠카가 드리프트가 안된다니.. 탈락.
그 수많은 차 중에 어찌 마음에 드는 차가 하나도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최근 다시 심장을 뛰게하는 차가 등장했습니다.
닛산 370Z입니다.
편파적이라고 혹은 광고라고 생각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차가 나를 반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반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잖아요.
이 차는 근래에 등장한 모든 차 중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 차를 만나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불과 5천만원대로 가장 좋은 스포츠카 못지 않은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에는 저렴한 가격에 멋진 스포츠카도 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태 그런 차가 생산된 적도 없었고, 한번도 정식 수입된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후륜구동이라고 해도 밋밋한 차가 태반입니다. ESP를 꺼도 드리프트를 들어가다 말고 갑자기 엑셀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SP가 꺼지지만 토크제어가 꺼지지 않는겁니다. 심지어 스포츠카라는 신형 Z4도 그렇습니다. 국산차 제네시스쿠페도 빈 도화지 같은 차인데, 그 차에서 엉성함과 밋밋함을 없애고, 훌륭한 차로 만들기 위해선 손대야 할 것이 많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트랙에 올려놓고 보니…포르쉐에 비견
370Z를 처음 트랙에 몰고 가서 첫번째 헤어핀에서 옆사람한테 소리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차 움직이는것 좀 봐!"
아마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겁니다.
평상시 정교한 뉴트럴을 고집하면서도 가속패달의 개폐로 뒷부분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전자 마음대로 미끄러뜨릴 수 있었다는거죠. 이 차는 기록을 재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드리프트 머신으로 태어난 듯 했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은 포르쉐를 뛰어넘는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말이 나와 말이지, 이 차는 포르쉐 카이맨S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한 차입니다. 차의 전반적인 쉐이프는 물론이고 서스펜션 구조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움직임이 참 비슷합니다.
독특한 V바를 이용해 수치상으로 비틀림 강성은 더 강합니다. 엔진도 그렇습니다. 카이맨S가 0-100km/h까지 6.1초를 달리는 시점에서 이 차는 시속 100km까지 5.2초에 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쯤되면 카이맨의 각종 스펙을 펼쳐놓고 그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력하게 만들려는 닛산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좋은 점은 베끼고, 더 좋은 부분을 더한것이니 카이맨S보다 수치상 더 나을 수 있었겠죠. 다만 무게는 더 무겁습니다만.
닛산370Z의 원형인 페어레이디가 등장한 직후 카이맨S는 갑자기 100km/h까지 가속이 6.1초 걸리던 차를 5.1초로 앞당긴 신모델을 내놨습니다. 지금 370Z의 시속 100km/h까지의 가속시간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5초 이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카이맨S가 닛산 370Z를 의식했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지만, 이 둘의 가속 성능은 분명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격이 어떤것보다 먼저다
그러면 가격은 어떤가하면, 카이맨 S는 수동변속기에 옵션을 하나도 장착하지 않고 9860만원입니다. 자동변속기에 코리안 패키지를 장착하면 1억2천만원쯤 됩니다.
물론 370Z보다 카이맨S가 더 낫습니다. 저는 적어도 거저 준다면 카이맨S를 선택하겠어요. 마찬가지로 1억짜리 BMW M3가 370Z보다 좋습니다. 9천만원짜리 MB C63AMG도 더 좋겠구요. SLK블랙에디션은 또 얼마나 끝내주겠어요.
하지만 무엇이건 제품을 얘기할 때는 가격을 함께 얘기해야죠. 300만원짜리 캐논 5D가 '명기'라고들 하는데, 설마 1000만원짜리 1Ds보다 좋을리가 있겠어요? 같은 가격대에 감히 경쟁할 제품이 없고, 심지어 그보다 조금 비싼 제품보다도 좋으면 명기라고 하는거죠.
370Z의 차 가격은 5680만원.
한번 생각해보세요. 5천만원~8천만원대 승용차에서 이렇게 멋지게 달리는, 그리고 심장을 뛰게하는 차가 뭐가 있던가요.
불과 절반의 가격으로 그 90%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다니, 그런 면에서 참 아름다운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우는 좀 특이한 경우였겠죠.
이전에 있던 회사에선 차량 DB 작업을 해야 했기에 1주일에 3종의 차량을 시승해야만 했습니다. 많게는 1주에 5종의 차를 시승하기도 했고, 특집을 낼때는 20일동안 25개의 차를 시승했던 때도 있었어요.
생전 언제 타보나 싶던 수입차를 번갈아가며 타니 처음엔 이보다 좋은 직업은 없는 듯 했죠.
그런데 시승을 일상적으로 하게 되니 불과 한달만에 살이 4~5kg이 빠졌습니다. 수면도 곤란했습니다. 어느날은 탈진해 잠들거나, 어떤 날은 긴장이 풀어지지 않아 과민한 상태로 잠을 못이루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1년을 했으니 국내에 정식으로 판매되는 100개 넘는 차를 거의 모두 시승해보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차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이내믹 럭셔리 어쩌고... 말은 복잡하게 붙이는데 그 차이는 그다지 대단한게 아니었고, 꽤 미묘한 것이었습니다. 그 돈 받고 그 정도 성능차이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차도 많았습니다.
엉성했던 쌍용 체어맨이나 렉스턴 등은 엉망진창이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영업사원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죠.
세상에 엉터리 차라는건 없지만 엉터리 가격이라는건 있거든요. 그 가격대에 그런 차를 사는건 말이 안되는거니까. 아마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미친척하고 높은 가격을 매긴것이 거꾸로 차를 모르는 한국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별것도 아닌 고만고만한 수입차들을 맨날 번갈아가면서 시승하느라 피곤에 빠져있던 와중에 다시 피를 끓게하고 심장을 뛰게한 차가 있었죠.
BMW Z4였습니다.
사진은 제가 최근에 찍은것이라 신형이지만, 당시는 구형 Z4쿠페였어요.
마치 레일을 깔아놓은 듯한 코너링, 날렵한 핸들링.. 무척 감동적인 움직임에 가속력도 부족함이 없어 여러모로 심장을 뛰게했습니다. 포르쉐라면 어차피 못살테지만, 이 차는 가격이 7천만원대로 무리해 살 수도 있을것 같았으니 더 가슴이 뛴거죠.
Z4신형 가격이 높아지고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면서, 글쎄요. 신형 Z4는 제가 살 차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이더라구요. 너무 안정적이고 비싸니까요.
그러다보니 아우디TT가 다음타자로 꽤 마음에 들더군요. 가격도 6천만원대. 천장도 열리고, 앞유리가 짧아 개방감이 크죠. 앞유리가 길면 천장을 열어도 눈위에 하늘이 아니라 프레임이 위치하게 되니 개방의 의미가 없거든요.
아아 거기다 날렵한 움직임.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륜구동. 미끄러뜨리면서 주행하는 매력은 없죠. 스포츠카가 드리프트가 안된다니.. 탈락.
그 수많은 차 중에 어찌 마음에 드는 차가 하나도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최근 다시 심장을 뛰게하는 차가 등장했습니다.
닛산 370Z입니다.
편파적이라고 혹은 광고라고 생각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차가 나를 반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반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잖아요.
이 차는 근래에 등장한 모든 차 중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 차를 만나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불과 5천만원대로 가장 좋은 스포츠카 못지 않은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에는 저렴한 가격에 멋진 스포츠카도 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태 그런 차가 생산된 적도 없었고, 한번도 정식 수입된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후륜구동이라고 해도 밋밋한 차가 태반입니다. ESP를 꺼도 드리프트를 들어가다 말고 갑자기 엑셀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SP가 꺼지지만 토크제어가 꺼지지 않는겁니다. 심지어 스포츠카라는 신형 Z4도 그렇습니다. 국산차 제네시스쿠페도 빈 도화지 같은 차인데, 그 차에서 엉성함과 밋밋함을 없애고, 훌륭한 차로 만들기 위해선 손대야 할 것이 많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트랙에 올려놓고 보니…포르쉐에 비견
370Z를 처음 트랙에 몰고 가서 첫번째 헤어핀에서 옆사람한테 소리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차 움직이는것 좀 봐!"
아마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겁니다.
평상시 정교한 뉴트럴을 고집하면서도 가속패달의 개폐로 뒷부분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전자 마음대로 미끄러뜨릴 수 있었다는거죠. 이 차는 기록을 재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드리프트 머신으로 태어난 듯 했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은 포르쉐를 뛰어넘는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말이 나와 말이지, 이 차는 포르쉐 카이맨S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한 차입니다. 차의 전반적인 쉐이프는 물론이고 서스펜션 구조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움직임이 참 비슷합니다.
독특한 V바를 이용해 수치상으로 비틀림 강성은 더 강합니다. 엔진도 그렇습니다. 카이맨S가 0-100km/h까지 6.1초를 달리는 시점에서 이 차는 시속 100km까지 5.2초에 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쯤되면 카이맨의 각종 스펙을 펼쳐놓고 그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력하게 만들려는 닛산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좋은 점은 베끼고, 더 좋은 부분을 더한것이니 카이맨S보다 수치상 더 나을 수 있었겠죠. 다만 무게는 더 무겁습니다만.
닛산370Z의 원형인 페어레이디가 등장한 직후 카이맨S는 갑자기 100km/h까지 가속이 6.1초 걸리던 차를 5.1초로 앞당긴 신모델을 내놨습니다. 지금 370Z의 시속 100km/h까지의 가속시간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5초 이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카이맨S가 닛산 370Z를 의식했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지만, 이 둘의 가속 성능은 분명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격이 어떤것보다 먼저다
그러면 가격은 어떤가하면, 카이맨 S는 수동변속기에 옵션을 하나도 장착하지 않고 9860만원입니다. 자동변속기에 코리안 패키지를 장착하면 1억2천만원쯤 됩니다.
물론 370Z보다 카이맨S가 더 낫습니다. 저는 적어도 거저 준다면 카이맨S를 선택하겠어요. 마찬가지로 1억짜리 BMW M3가 370Z보다 좋습니다. 9천만원짜리 MB C63AMG도 더 좋겠구요. SLK블랙에디션은 또 얼마나 끝내주겠어요.
하지만 무엇이건 제품을 얘기할 때는 가격을 함께 얘기해야죠. 300만원짜리 캐논 5D가 '명기'라고들 하는데, 설마 1000만원짜리 1Ds보다 좋을리가 있겠어요? 같은 가격대에 감히 경쟁할 제품이 없고, 심지어 그보다 조금 비싼 제품보다도 좋으면 명기라고 하는거죠.
370Z의 차 가격은 5680만원.
한번 생각해보세요. 5천만원~8천만원대 승용차에서 이렇게 멋지게 달리는, 그리고 심장을 뛰게하는 차가 뭐가 있던가요.
불과 절반의 가격으로 그 90% 이상의 재미를 줄 수 있다니, 그런 면에서 참 아름다운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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