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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는 마티즈 때문? 버스회사 때문이다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찾아내는 기자들의 속성상 차량 품질문제로 이어진 것 같구요. 당시 마티즈의 CVT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약간 어색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마티즈 고장이 cvt 결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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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교 사고에 불안한 마티즈 운전자들
마티즈 CVT에 무슨 일이?
인천대교 사고···마티즈CVT 논란 부상

정말 마티즈 CVT의 고장 때문에 인천대교에서 13명이 사망한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일까요? 혹시 다른게 더 큰 원인은 아닐까요?

그래요. CVT 문제라고 쳐요. 그런데, 마티즈만 멈추나요?

이미 일어난 사고에 가정을 해보는건 별로 의미 없는거겠지만, 한마디 덧붙여봅니다.

아시다시피 차가 멈추는 사고는 어쩔 수 없는거겠죠. 모든 회사의 모든 차종이 길에 멈출 수 있습니다.

기사는 공통적으로 마티즈 CVT가 이상시 40km정도의 속도밖에 낼 수 없어 사고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말일까요.

이건 특별한 기능은 아닙니다. 일반 자동변속기도 고장시 변속이 이뤄지지 못하고, 3단 정도에 고정되도록 설계돼 있어 약 40km정도의 속도를 내게 됩니다. 3단으로 고정되니 출력이 부족해 정차 후 아예 출발을 시킬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구요.

왜 이런 기능을 내장하느냐면, 변속기가 이상하면 차가 무리하게 변속하는 과정에서 미션의 일부 부품이 깨져버리거나 고착돼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가 고속으로 달리다 바퀴가 그대로 멈춰서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때문에 모든 변속기는 고장이 났을 때 차를 세워서 견인할 수 있을 정도의 견인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고정됩니다.

마티즈 운전자가 삼각대를 놓지 않은 것에 대한 얘기도 약간 나오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한마디 하고 싶네요. "니가 한번 세워봐"


그러면 어떻게 했어야 하나요? 멈추는 차는 또 생길텐데요.

문제는 이같이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있는 것'도 대처하지 않았던데서 찾아야 할겁니다.

우선, 국내 대부분 버스회사는 운전사의 안전운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습니다.

버스 고속운전 경험은 전무해도 상관없고, 면허만 있으면 버스를 운전할 수 있게 됩니다. 위험상황 대처법은 전혀 배우지 않죠.

심지어 작은 버스회사 운전기사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전세버스'라고 불리는 버스의 태반이 아르바이트 비슷한 운전자가 운전합니다. 일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직원으로 두고 월급을 줄 수가 없으니까요. 심지어 버스 면허가 없는 사람도 운전합니다.

좋은 사례는 많겠지만, 금호고속도 비교적 좋은 사례에 속합니다. 이 회사는 모든 운전자가 3개월에 한번씩 안전운전 교육을 받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운전자 목록에서 빠질 수 있도록 위험 예방조치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90년 이후 한번도 대형사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한국안전운전교육센터에서 금호고속 운전자들이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니, 버스로 스포츠카처럼 급브레이크와 급가속, 급회전 등을 연습합니다. 그렇게 달리라는게 아니라, 위급상황에서 버스의 한계를 배우는거죠. 저속에선 문제 없어도 고속이 되면 생각처럼 서지도 않고, 잘 꺾이지도 않는다는걸 몸소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고속 주행 중 이번 사고처럼 정차된 마티즈가 나타나면? 브레이크로 최대한 감속한 후 그대로 들이 받도록 배웁니다. 이 정도만 교육이 됐어도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의 핸들을 나꿔채듯 돌리는 일은 없었을겁니다.


둘째는 버스회사가 버스에 안전장비를 장착하지 않은데 있습니다.

오늘 빗길에서 앞서 달린 1.5톤 트럭이 브레이크를 밟더니 왼쪽으로 90도, 오른쪽으로 90도 꺾이더군요. 다행히 운좋게 사고는 모면했지만,차는 완전 기울어져 뒤집힐뻔 했고 뒤따르던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앞쪽에 정체 행렬을 본 트럭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자 트럭이 균형을 잃어 버린 겁니다. ABS도 없고 VDC도 없는 차였던거죠.

승용차에도 VDC와 ABS가 전차종에 장착되는 상황인데, 버스, 트럭에 VDC가 장착되지 않고 있다는게 현실입니다.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 마티즈를 피하겠다던 트럭이 스핀한 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고, 뒤따르던 버스가 핸들을 돌리면서 브레이크를 밟자 경로를 이탈해 추락하고 말았던 겁니다.

북미에선 이미 전 차종에 의무화 되어있지만 국내는 아직도 무슨 이유에선지 ABS, VDC가 의무화 돼 있지 않습니다. 버스에 VDC와 ABS만 장착돼 있었다면 과도한 핸들링에도 코스를 그렇게 벗어나는 경우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고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