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러분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현대차 러시아공장 준공식과 여기서 생산·판매될 소형차 솔라러스를 보셨을 겁니다.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된 베르나의 러시아판이라고 하는데요. 이 차에 나란히 앉은 정몽구회장과 푸틴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마 이 사진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정몽구회장이 푸틴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 그 사연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이날 정몽구회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시승은 사정상 공장 실내에서 이뤄졌습니다. 공장이 빈공간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습니까. 빈공간이 없어야 제대로 만든 공장이죠. 그러니 사실 시승이라기보다는 사진촬영을 위해 차에 올라타서 슬슬 움직여 보이려던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전 청와대 마당앞에서 블루온을 시승했다는 것이 바로 이런식으로 이뤄진거겠죠.
그런데, 푸틴은 정몽구회장과 수행비서 둘을 태우고 시승을 하면서도, 일단 차에 올라 타더니 본인의 군인정신을 발휘. 마구 달려버린겁니다. 이 좁은 공장에서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를 냈다고 합니다. 너무 빨라서 기자들과 경호원들이 갑자기 혼비백산하고, 차 안의 사람들이 긴장을 한 가운데, 푸틴은 한쪽 손을 들어 창밖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기도 했습니다.
속도가 정확히 시속 50km였는지 확인은 할 수 없었습니다만, 시속 40km면 저절로 잠기는 문이 잠겨 버렸으니 40km는 훌쩍 넘은 것은 분명합니다.
정몽구 회장이 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데, 반대편의 푸틴은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문이 저절로 잠긴 것을 몰랐던 것이죠. 푸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 것을 본 정몽구 회장이 몸을 기울여서 도어락을 해지해줬습니다. 그게 바로 위 사진속의 저 장면입니다.
사실 푸틴은 이날 행사 일정에 무려 2시간이나 늦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몽구회장은 2시간반정도 푸틴을 기다린 셈이죠. 푸틴은 뒤늦게 헬리콥터를 타고 등장했는데, 한국 기자들은 연신 궁시렁궁시렁 했지만, 러시아 쪽에서는 "푸틴이니 그래도 된다"는 분위기 였다고 하지요.
행사장에는 우리나라의 Y모 장관도 참석했는데, 웬일인지 "푸틴의 헬리콥터를 한번 타보자"고 즉석 제안을 했다가 바로 무시를 당하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러시아 공장 준공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 시장은 급등을 했다 급락했다를 반복하는 독특한 시장입니다. 현대차는 여기서 수입차로서는 2위~1위를 오가고 있는데요. 워낙 국영기업들이 -차가 후진데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고 있어서 수입차 메이커들에겐 그다지 막대한 시장은 안되는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중국이나 인도처럼 급등할만한 시장은 아니지만, 그들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잇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50:50 합자법인을 세워야만 하는 중국 공산주의 시장의 한계가 이곳에는 없고, 또한 철강의 품질이 아직 수준에 미치지 못해 한국에서 전량 수입해 생산해야 한다는 점이 현대차 입장에선 장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장 설비는 현지 기술과 장비를 상당수 이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러시아 공장에는 70%를 한국에서 수출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장설비가 이뤄진 점도 한국기업들에 혜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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