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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각종 국제모터쇼

'파가니 존다' 단종, 이제는 '파가니 와이라'의 시대

어제의 헤프닝으로 인해 '파가니 존다'라는 이름이 갑자기 많이 등장했는데요. 아마 제 블로그에 오신 분들은 모두 파가니 존다가 어떤차인지는 아실겁니다.

그런데 차 이름이 '파가니 존다'겠거니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고, 어떤 분은 회사명이 '파가니존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이름은 파가니(Pagani)였고, 이 회사가 만들어온 유일한 자동차의 이름이 존다(Zonda)였습니다.


"존다 멋져!" -_-;;

이 회사의 역사는 10년 남짓으로 그리 오래된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를 클래식한 스타일로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보닛이나 트렁크를 가죽 끈으로 묶는걸 보면 기가 찰 정도죠.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로도 여러차례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여튼 독특한 클래식 스타일을 자랑하던 애늙은이 존다는 작년에 마지막 가지치기 모델인 '존다F로드스터 파이널에디션'이라는, 마치 수집상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지은게 분명해보이는 이름을 끝으로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이어 파가니는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후속모델 Huayra를 내놓기에 이릅니다. 이 회사는 작명 센스가 뭐 이럽니까. Huayra라니 대체 어떻게 읽으라는 말인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검색해보면 네티즌들이나 기자들 중 많은 분들이 '후에이라'나 '화이라' 등으로 마음대로 부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Huayra는 남미의 바람의 신 Huayra-tata에서 따온 말입니다. Huayra는 바람이라는 뜻이 되는데요. 스페인어라서 H는 발음되지 않는 묵음입니다. 명확히 "와이라" 라고 발음하는게 맞습니다.

사실 와이라 라는 이름을 가진 차는 이 차가 처음은 아닌데요. 아르헨티나에서 1969년에 같은 이름의 전설적인 차를 내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처음으로 풍동 실험장치(윈드 터널)에서 공기역학 테스트를 해서 만들어낸 차이기 때문에 제작자는 이 차를 바람(Huayra)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자고 했던 겁니다.

이 차는 당시 이미 V8 5.0리터 엔진으로 430마력을 내는 괴물같은 차였습니다. 물론 당시 모든 대회에서 가장 빠른 경주차였구요. 주로 오벌트랙(원형경기장)을 달렸는데, 기록에 따르면 평균속도가 230km를 넘기기도 했고, 증언에 따르면 거의 30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차는 그동안 잊혀지고 있다가 1990년대 후반 들어 차를 복원하고 가치가 재 평가됐는데요. 2005년에 용케 멀쩡한 한대가 발견돼 다시 큰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전설이 살아 돌아온 것이고 당시의 스토리가 다시금 포장된 셈이죠.

파가니가 '와이라' 라는 이름을 짓는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이라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2011 제네바 모터쇼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죠.


이런차를 직접 보게 된다니요.

제가 실제로 만나본 파가니 와이라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실로 대단한 포스가 아닙니까?


파가니는 머플러를 바닥까지 내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머플러는 엔진에서 직선으로 쭉 뽑아야 한다는 거죠. 법규? 그런거 우린 상관 안한다. 그런거 상관 없는 사람만 사라. 이런 사고방식인겁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뒤편 후드를 열면 이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저 넓직한 타이어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게 되고, 각 부품들이 스페이스 프레임 아래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경험.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750마력을 내는 메르세데스-AMG 최고의 V12엔진. 바이터보가 장착돼 있어서 다시금 세계 최고 속도를 내는 차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카본 바디를 대체 어디까지 쓴건가 봤더니 이 차에는 프레임과 엔진,변속기 같은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카본이 아닌 부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실내에 타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능숙한 이태리어와 서툰 영어로 해주기 때문에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당연히 시트도 카본. 시트를 조절하는 레버는 마치 보석처럼 빛납니다.

허걱, 저 대시보드의 버튼들이며... 변속기 레버는..... 아 눈물이... ㅠㅠ


이 변속기는 자동변속기 같이 생겼습니다만, 사실은 시퀀설 변속기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넣지 않고 구태의연한 기존 방식을 선택했는데, 이 또한 파가니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운전자 인간들의 가벼운 유행에 따르지 않고 차가 운전자를 선택한다는 주의지요.



보닛과 차체를 묶는 가죽 끈을 보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저 가죽끈은 세월이 지날수록 닳고, 비를 맞으면 갈라지고 색이 바라겠지요. 그게 이 차의 매력이라고, 그렇게 파가니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는 관련 화보와 관련 기사 링크입니다.

 [화보] 파가니 와이라 제네바에서 직접 만나보니(23장)
 [전영선의 오토뮤지엄] 인간이 만든 궁극적인 수퍼카 파가니 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