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과 21일 양일간 안산서킷에서 드라이빙 스쿨이 개최됐습니다. 드라이빙 마스터 아카데미(DMA) 스쿨인데, 선수들이 주도해서 만든 스쿨이다 보니 정말 순수함이 느껴졌고, 강사 모두가 비를 맞으며 몸으로 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면.
제 차 BMW 320i.
평소에 제 차는 탁월한 핸들링과 밸런스로 너무 만족스러운 차지만,
이곳에는...
앞에는 닛산 GT-R,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제 차 뒤에는 포르쉐 911 터보, 그 뒤에는 BMW M3가 있네요. ㅠㅠ
제 차는 갑자기 서민차... ㅠㅠ
심지어 후배가 제 차에 대우차 로고를 붙여줬는데. 묘하게 싱크로율 100% ㅠㅠ
사실 대우 마크는 슈퍼카 GT-R에 붙여도 이런 느낌?
(얘기가 길어지니 변명처럼 들리네요. ㅋㅋ)
이날 행사를 진행해주신 분은 현직 챔피언 오일기선수와 전직 챔피언 임성택 DMA대표, 그리고 김봉현선수였습니다.
쉐보레 레이싱팀 김진표 선수도 오셔서 도와주셨구요.
원형으로 돌면서 가속페달을 조작하는 법을 배우는데, 속도를 높이면서 자신의 차가 언제 스핀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 김진표 선수 정말 뛰어난 랩퍼이면서도 레이서로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죠.
조만간 TV에서 대단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하는데요. 기대가 큽니다.
탑라이더의 박명수대표도 함께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320d라서 차가 미끄러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죠.
닛산 GT-R 도 참 멋진차인듯 했습니다. 빠르고 한계가 높은 차라고 했습니다.
오너분 말씀으로는 ESP를 끄면 워런티가 보장되지 않는 등 제약이 많다고 합니다. 미션오일 교체도 정식AS센터가 아닌 다른곳에서 하면 바로 워런티가 끝난다고. (엔진오일을 넣는 순!간! 제명이됐어요~)
페라리. 빨간차는 3배 더 빨라보인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수로 스핀만 해도 여기저기서 "오오올~" 감탄사가...
그런데 차가 기울어지는게 심상치 않네요.
페라리의 서스펜션이 너무 무르다고 하면 제가 무식한 사람이 되는거겠죠?
스핀도 마구 일어나는 듯 했고, 다루기 쉽지 않아보였어요. 430은 몰아보지 못했지만 575M은 정말 너무 물렁물렁하고, 운동성능이 떨어지는 차였는데요. 그게 오히려 짜릿해서 재미가 있었지요. 아마 페라리는 그런 재미로 타는 것 같아요.
반면 제 BMW 320i는 엔진 성능에 비해 한계가 훨씬 높은 곳에 있어서 스핀을 일부러 일으키려 해도 스핀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차를 빌려서 탔습니다.
BMW 320d. 정말이지 밸런스와 퍼포먼스, 운전재미 등 모든면에서 훌륭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선회를 배우고서 꼬리잡기를 했습니다.
포르쉐 911터보 vs 닛산 GT-R : 포르쉐 911 터보 승
포르쉐 파나메라터보 vs BMW M3 :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승
페라리 F430 vs BMW 320i : BMW 320i 승 -_-;;
뭐 어쨌거나 꼬리잡기는 차빨보다는 운전자 스킬 + 차를 얼마나 내던지느냐가 관건인듯 합니다.
이렇게 도열한 차들을 보니 마치 BBC 톱기어의 한장면을 보는 듯 하네요.
오우 로터스 엑시지S까지 있으니 정말 톱기어 같은데. 제레미 클락슨이 여기 나타나면 딱일듯 해요.
어쨌건, 이 차들이 서킷을 달렸습니다. 모든 코스를 수십번 왕복하면서, 빠르게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 세뇌당하고 몸으로 체득하게 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만 먹고 정말 열심히 교육받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러나 봄날 답지 않게 수시로 폭우가 내렸습니다.
나중엔 선도차량인 로터스 엑시지S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
물웅덩이를 지날때면 핸들을 꺾어도 아무 소용없이 차가 그대로 떠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서킷 연습을 끝내고. 슬라럼을 했습니다.
로터스 에보라를 이용해 슬라럼 코스를 돌고서 순위를 매겼는데요.
로터스는 정말 좋은 차지만, 에보라의 강한 토크와 넓은 슬릭 타이어는 비오는날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하더군요. 너무 미끄럽고 스핀하기 쉬워서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맑은 날에는 반대로 이게 고스란히 운전의 즐거움이 되겠지요.
1등에게는 엔진오일 교환권이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사실 국산차 엔진오일은 2만원 정도면 갈 수 있지만, 여기 나온 차들은 보통 20만원~50만원 이상 줘야 하니 이 정도 상품은 대단한겁니다. ^^
저는 살짝 1등 혹은 2등을 할거라 기대했는데, 시간은 물론 그 안에 들어왔지만, 마지막에 박스 안에 정차를 못시키는 바람에 실격했습니다. 슬릭타이어가 정말 미끄럽더라구요.
어쨌건 기념촬영시간. 차를 모으고.
어쨌건, 다음날 제가 서킷을 한번 돌아보니 이 정도였습니다.
옆에 여자 사람을 태우고 천천히 주행하는데, 1분 58초쯤 나오더군요. 선수들은 아마 1분초반에 들어올 수 있는 서킷인 듯 했어요. 태백과 비슷하고 조금 더 테크니컬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도 말만 번지르르한 안전운전 TV광고 같은거 하지 말고, 운전자들이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이런 서킷과 교육자들을 지원해줘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계5위 자동차 생산국이면서도, 운전자들이 한번이라도 차를 마음놓고 달려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기형적인 땅이었지요. 더구나 모터스포츠의 싹이 뿌리내릴 수 없는 척박한 땅이었는데요.
안산 서킷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껏 만들어놓은 서킷을 아파트 짓겠다고 철거하기 시작됐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비리로 인해 공사 계획이 취소되면서 철거 중간에 간신히 생명을 되찾은 곳입니다. 그래서 서킷 군데군데 땅이 패인 상처가 남았죠. 하지만 안산 서킷이 이렇게 어렵게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면서,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참 감격스런 하루였습니다. 할 수 있다 라는 희망이 보였달까요.
안산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1시간만에 갈 수 있는 서킷입니다. 전철도 있기 때문에 용인보다 오히려 접근성이 좋다고 할 수 있구요. 부디 이 서킷이 제대로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한국 자동차 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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