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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기아차 K3 디자인 샅샅이 살펴보니…BMW 3시리즈와 닮았나

지난 주말에는 기아 K3가 공개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죠. 


왜 K3의 출시가 역사적이냐면 국내 시장에서는 당분간 아반떼를 누를 것이 거의 확실시 되기 때문입니다.

 

상품성이 굉장히 뛰어나다거나 그런것은 아닐지라도 원래 우리나라 소비자들, 특히 이 급의 차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굉장히 다이내믹 하기 때문에 새 차가 나오면 신차효과를 꽤 누릴 수 있거든요.


아반떼를 누르는게 왜 중요한가. 아반떼는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링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차는 도요타 코롤라(102만대)와 현대차 아반떼(101만대)입니다. 아반떼를 누르는 일이 계속 된다면 K3 또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가 될 수도 있겠지요.


여튼 이번에 이례적으로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도 K3의 실물이 공개 됐고, 그 사진도 찍어오긴 했습니다만, 역시 공식 사진만큼 예쁘지는 않네요.


기아차가 공개한 K3 살펴보니

 

기아차가 공개한 외관을 보면 이렇습니다.



굉장히 개성있고, 강인한 존재감이 인상적입니다. 전반적인 커팅 라인이 기아 K5에서 본것과 유사하죠. 


좀 더 자세히 면면을 살펴볼까요.



헤드램프에는 데이타임러닝라이트가 있구요.


안개등 부위에 바디색으로 꺾인 부분은 심하게 말하면 페라리 458의 지느러미(Front fin)를 연상케 하네요. (너무 심했나)




앞바퀴는 17인치 휠이 장착됐으며 5스포크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타입입니다.


다른 기아차들과 마찬가지로 투톤에 표면을 깎은 듯한 휠입니다. 이제 휠 디자인은 기아차가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바퀴 앞부분에 일렬주차 조향보조시스템을 위한 센서가 눈에 띕니다.



데이타임 러닝라이트도 멋지지만, 프로젝션 램프와 일반 할로겐 램프(상향등용)를 장착했네요. 



A필러는 실제보다 더 누워있는 것으로 보이게 디자인 돼 있습니다. A필러가 눕혀진 날렵한 디자인이 좋지만 앞유리를 너무 눕히면 윈도우가 제대로 닦이지 않고, 운전석 대시보드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유리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차체의 전면을 최대한 쭉 뻗어 보이게 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네요. 




사이드미러에 사이드 리피터가 내장됐는데, 미러의 크기를 키우면서 날렵해 보이도록 디자인한게 눈에 띕니다.


접힐때는 약간 위쪽으로 접히더라구요. BMW처럼. 


C필러의 꾸밈은 스포티지R에서 봤던 그 하키스틱 모양입니다.


앞으로 이런 디자인을 기아차 특유의 캐릭터로 가져갈 모양이지요.

날렵하고 길게 뽑은 측면


시원하게 뻗은 기아 K3의 옆모습. 수입차가 부럽지 않다.

 

 

 

옆부분은 포르테를 떠올리게 하는데 앞부분은 BMW 신형 3시리즈를 정말 많이 닮았죠. 



거참, BMW와 정말 닮았나


앞트임이 유사하다는 점은 뒤로 하더라도, 그 헤드램프의 포지션이 매우 낮다는게 눈여겨 볼만 합니다. 그릴은 더 낮은데, 헤드램프보다 그릴이 훨씬 낮은 디자인. 바퀴보다 훨씬 낮은 이런 디자인은 좀 생소합니다.


이 디자인은 차가 더 낮고 가라앉아 보이도록 하는 요소. 차가 더 넓고 안정감 있게 보이도록 하는 요소라며 신형 BMW 3시리즈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만든 부분이라고 BMW 측이 얘기했던 그 부분인데요.


닮았는지 혹은 안닮았는지 그릴과 램프 위치만 한번 비교해 보시죠. 


기아 K3

3시리즈 앞부분



다른 차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그릴을 낮추는 디자인이 있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이들 두대만 이런걸 우연의 일치라고 봐야 할까요?


그럼 요즘 이슈가 되는 앞트임도 한번 볼까요?




사실 각도가 이래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앞트임을 한 효과가 비슷하게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BMW 쪽이 훨씬 세련됐습니다.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제가 대충 찍어서 더 이상해 보일텐데요. -_-;;  



앞트임을 하는 메이커가 그동안 한번도 없었고, 이들 두대만 앞트임을 했으니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다지 닮지는 않았지만 모티브를 따라한것 같기는 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걸 놓고 '베낀게 아니다'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간혹 있습니다. 디자인 완료 후 차량을 제조하려면 최소한 1년반 정도가 걸리는데, 신형 3시리즈가 나온지 불과 6개월에 지나지 않아 베낄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논리입니다. 

 

자동차들 왜 다 비슷할까

업계 선수들은 다 알죠. 자동차 제조사 핵심 디자이너는 의외로 수가 그리 많지 않고, 꽤 친하다는걸 말이죠. 


우선 세계 5대~6대 모터쇼의 전날에는 디자이너스 나이트라고 해서 디자이너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여기서 모두들 서로 친하게 인사를 나눕니다. 한창 만날때는 한달에 몇번 만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따로 만나기도 합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다른 업계 디자이너들과 달리 협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성격이 좋은 경우도 많고 친구들도 많은 편입니다.


의외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디자인 학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유명 디자이너들의 거의 대부분은 영국에 있는 RCA(영국국립디자인학교) 출신이거나 미국의 ACCD 출신입니다. 


기아차의 피터슈라이어도, 쉐보레의 김태환부사장도, 재규어 이안칼럼도 모두 RCA 출신으로 서로 같이 밥먹던(까지는 아니겠지만) 동창들이고 미국인인 BMW 전 디자이너 크리스뱅글도 ACCD 출신 디자이너로 유명하지요.

비록 지금 호이동크는 비록 이런 라인을 거치지 않았지만, BMW에는 RCA와 ACCD의 출신들이 바글바글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만나면 무슨 얘기할까요? 날씨 얘기만 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자동차 디자인 얘기 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디자이너들이 최종본을 짠! 하고 내놓는게 아니고. 


이런걸 먼저 그립니다. 매일매일.

 

몇몇 디자이너들에게 물어보니 '노가다 수준'이라면서 하루에 수십장씩도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만나서 얘기하면서 "야 좋은 아이디어 있는데" "그래? 함 그려서 설명해줘바바" 이런 말 안할까요?

제가 폭스바겐에서 페이톤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민트(Andreas Mindt)를 직접 만나서 한번 부탁해본적이 있어요.


아이 그러지 말고 그림 좀 그려줘바바.


10분만에 그려 주더라구요.


아래가 인증샷. 



냅킨에라도 이 정도 그려주면 디자이너끼리는 서로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이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야 이런거 해볼라는데 어떨까?'라는게 5년전에 없었겠어요?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산업 기밀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예술품이라고도 생각하고, 같이 발전시켜가는 것이라고도 여기기 때문에 서로 의견 교환이 있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도들을 함께 할수도 있는거죠. 


내가 BMW에 근무하는데 왜 기아차 디자이너 의견을 들어야 하냐. 이런 식이 아닙니다. 프리미엄브랜드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월급을 많이 받고, 더 우수한 디자이너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외국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돈을 벌려면 현대차에 들어가라'라는 얘기가 통설로 돼 있다고도 해요. 그런식이기 때문에 서로 의견도 자주 교환하고 자동차의 다른 분야에 비해 이직률도 굉장히 높은게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세계인듯 합니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전달되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결국 자동차 생산이라는건 적게는 수천명, 많게는 수십만명이 연관 돼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 헤드램프 부품회사에 생산 개시하는 날 설계도를 줄까요? 그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봅니다. 유출될 구석이 정말 많은게 자동차 디자인입니다. 물론 대중적으로 유출된다는게 아니라 내부자끼리 말이죠.

 

공개를 오늘 했다면, 이 차는 이미 수년전에 설계와 프로토 타입이 나온거고, 업계에선 다 알 수 밖에 없다는겁니다. 전문가가 "아니 이 차를 얼마전에 공개했는데 어떻게 공개하기도 전에 디자인을 보고 베꼈겠냐" 고 말하는건 순진한게 아니라 순진한 척 하는거죠.

요즘 차가 비슷해진다. 알고보면 서로 공유, 의견교환 하고 있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길어졌네요.

 

마무리 하며. K3가 뜰까?

 

어쨌건 뒷모양은 이런식입니다. 


요즘 다른 국산 자동차들과 마찬가지로 뒷부분을 뚝 떨어진 계단형 트렁크 대신 해치백처럼 차체에 녹아들게 설계한게 인상적입니다. 


트렁크 위쪽이 살짝 위로 올라가 스포일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도 인상적이네요. (이 또한 3시리즈 같아요)




뒷모습을 전반적으로 보면 마치 중형차의 뒷모습 같습니다. LED를 이용한 면발광도 세련됐습니다.


아반떼와 같은 플랫폼을 어떻게 저렇게 날렵하고 거대해 보이도록 만들었는지 놀랍습니다. 


물론 군데 군데 남우세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첫눈에 이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높게 느껴지는 차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실내는 좀 소박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유럽 느낌의 차가 플라스틱으로 우주선 코스프레 하는 듯한 실내보다 좋더라구요.

모쪼록 디자인 못지 않게 성능, 품질과 서비스도 발전해서 아반떼와 도요타 코롤라를 제치고 세계 최다 판매 차종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업치락 뒤치락해야 재미도 있고, 업계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