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미국에서 새로운 충돌 시험이 실시됐다면서요.
김 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그동안 자동차 정면 충돌 시험을 할 때 차 전체를 벽에 부딪치는게 아니라 40% 부위만 충돌하는 시험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정면 충돌보다 훨씬 더 가혹한 테스트죠.
그런데 이번에는 정면 25% 부위만 충돌한 시험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시험은 차체에서 더 좁은 부위만으로 충격을 흡수해야 하니까 당연히 이전에 비해 훨씬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박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굉장히 고급으로 알려진 독일 차들의 충돌시험 결과가 그리 좋지 못하게 나왔다면서요.
김 네 이번 시험에서는 혼다, 인피니티 같은 일본차와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 등이 충돌에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아우디 A4, 벤츠 C클래스, 렉서스 ES350 같은 고급 차들의 충돌시험 결과가 가장 나쁜 단계인 '푸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나온 BMW 신형 3시리즈나 폭스바겐 CC도 나쁜 편인 '마지날'이라는 평가를 받아서 체면을 구겼습니다. 이번에 시험한 독일차들이 모두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은 셈이죠.
박 고급차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돈을 더 내고 사는데, 이렇게 평가가 낮은 이유는 뭔가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유럽 차들을 경계하는건 아닌가요?
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안전한 차를 타기 위한 것이니 긍정적인 조치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급차들의 성적이 낮은 이유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문제를 많이 풀어본 모범생들이 해법만 달달 외워서 시험치다가 문제 유형이 갑자기 바뀌면 당황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져.
차를 잘 만든다고 알려진 회사들일수록 차를 가볍고 잘달리도록 연구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안전하게 하려면 차가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 회사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중요한 충돌시험만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차를 최적화 합니다. 충돌시험대로 충돌해야만 안전하게 나오고, 조금만 다른 방식으로 부딪쳐도 그보다 훨씬 피해가 커지는거죠.
박 아, 그래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이 시험 방식을 바꾼건가요?
시험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고 기존 40% 충돌 시험에 새로운 시험이 추가된 겁니다.
기존에는 차체 전면부 40%를 벽에 부딪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거의 대부분 차들이 만점을 받게 돼서 변별력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협회 측은 자동차들의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이같은 충돌 시험 항목을 더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작년에도 차체 전복에 대비한 루프 강도 시험을 새로 도입했어요. 그러자 세계 자동차들이 천장 지지 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 시키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차들도 이제는 천장 강도가 높아져서 뒤집혀도 천장이 찌그러지지 않게 됐죠.
박 그런데 이번 시험 결과에 우리나라 차들이 없어서 아쉽네요. 얼마나 안전한지 보고 싶었는데요.
네 마침 협회측은 다음 충돌시험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포드 퓨전 등 대중 중형차를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IHS가 말하는 대중 중형차에는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쉐보레 말리부 등도 포함되니까 다음달 쯤에는 국산차들이 미국에서 얼마나 안전한 차에 속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
그보다 중요한건 미국에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테스트를 직접 하는 것이겠죠. 우리나라에서도 충돌테스트를 하는 기관이 있긴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 차들이 별5개를 받고 있어요. 좀 더 제대로 해서 자동차 회사들이 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박 충돌 안전도 중요하지만, 아예 충돌을 안하는 자동차가 나온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네,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충돌을 막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유명한건 볼보가 개발한 추돌 방지 시스템인데요. 시속 30km 정도의 저속 주행중에 차량 앞에 사람이나 차가 있으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하고 적절한 시간 내 운전자가 반응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해 차량을 정지시키는 기능입니다.
실제 추돌 사고의 75%는 시속 29㎞ 이하의 속도에서 발생한다고 하니까, 이런 장치만으로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겁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보닛위에 에어백을 장착해놓고 있다가 보행자와 충돌하는 경우에 작동시켜 보행자가 다치지 않게 하는 기술도 내놓는다고 하니까 기대가 큽니다.
박 우리나라 차들은 어떤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나요?
네 여러가지 있는데, 국내도 도입된건 사각지대경고시스템이 있습니다. 운전하다 차선을 바꿀 때 사이드 미러 사각지대에서 차가 나와서 깜짝 놀라는 경험 누구나 해보셨을텐데요.
사각지대에 차가 있을 때 경고 해주는 장치가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입니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K9'과 `쏘렌토 R'에도 이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K9같은 경우는 사각지대에 차가 있으면 시트 엉덩이 부분에 진동을 줘서 경고를 하니까. 아주 확실하게 경고가 되더라구요.
요즘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같은 독일 메이커들의 일부 고급차종은 전면에 레이더를 이용해서 장애물을 파악하고 경고했다가 브레이크에 발을 살짝만 얹으면 알아서 급제동을 해주는 안전장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레이더를 장착한 차들은 크루즈 컨트롤을 할 때도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스스로 앞차 속도에 맞춰서 따라갑니다. 막히는 도로에서도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기도 하구요.
박 안전장치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 같네요. 이렇게 많아지는게 바람직한거겠죠?
네 자동차 안전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니까요. 정부와 자동차 회사들이 겉이 화려한 차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만드는데 보다 힘써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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