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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궁금녀Q&A] 한국 자동차 연비 과장…원인이 황당해

박 지난 주말에는 미국서 현대기아차가 연비를 과장했다는 기사가 여기저기에 났더라구요. 주가도 많이 떨어졌다고 하고. 재작년 도요타처럼 큰일나는거 아닌가 싶어요.

 

김 네,  안그래도 지난 주말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앞으로 어떻게 된건지 물으시더라구요.

 

현대차가 구멍가게도 아닌데, 미국에 연간 자동차 100만대를 판매하면서 미국 소비자 전체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건 믿기 어렵다는 거죠.

 

박 그러게요. 거짓말 하면 금방 들통날텐데요.

 

네 거짓말을 한건 아니죠. 그렇다면 이번 스캔들의 원인은이 뭘까요. 오늘은 그때 그 애널리스트에게 했던 말씀을 드려보려 합니다.

박 네 말씀해주세요. 이번 일의 원인이 뭔가요.

 

이게 가장 원천적인 원인은 자기인증제도에 있습니다. 보통 자동차 연비는 정부가 시험하는 것으로 알기 쉽잖아요. 그런데 사실 자동차 회사가 스스로 테스트해서 정부에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건 이 테스트 결과가 잘못됐다는겁니다.

 

박 연비테스트는 아주 중요한거니까 정밀하게 치뤄질텐데. 어떻게 된건가요.

 

사실 자동차 연비 측정은 실제 도로에서 하는게 아닙니다. 작은 시험실에 차를 넣고 하는데요. 아마 여러 운전자분들도 자동차 정기점검 받을때면 원통이 돌아가게 돼 있는 그런 장비에 차를 올리고 가속페달을 밟는걸 보셨을 텐데요. 말하자면 자동차의 런닝머신, 전문용어로는 다이나모라고 하는데다 차를 올려놓고 시험 합니다.

 

여기 놓고 운전자가 직접 정해진 속도만큼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밟으면서 배기가스가 얼마나 나오는가를 측정합니다.왜 실제로 주행해보지 않느냐면 연비를 측정할때는 아주 정밀하게 해야 하는데, 야외에서는 바람이나 온도 영향을 받게 돼서 실내에서 측정합니다.

 

그런데 이건 시험실에서 이뤄진 것이니까요. 공기저항이나 차체 무게, 바퀴가 노면을 구르는 저항. 이런 것들은 제대로 나오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다가 실제차를 주행해본 결과, 그러니까 주행저항을 집어넣어서 값이 정확해지도록 조금 낮춰줍니다.

 

박 얘기 듣고 보니 측정과정이 꽤 신뢰감있게 돼 있네요. 특별히 문제될 건 없어보이는데요.
 
문제는 이번 연비 측정은 미국 HMA, 그러니까 미국 현대 법인에서 했지만, 실제 차를 달리고 연비를 조정하는 '주행저항' 측정은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했다는 겁니다.

 

주행 저항 측정은 어떤업체든 미국공업협회인 SAE 규정중 하나를 근거로 하는데요. 문제는 이 규정이 그리 정밀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박 흠 그렇군요. 어떤 점이 허술했나요.

 

이번에 문제가 된 허점은 노면의 종류입니다. 이 규정 문서에 따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표면에서 테스트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주행저항 측정을 남양 연구소 주행 시험시설 아스팔트 도로에서 했지만 미국 EPA는 이번에 갑자기 그점을 문제삼았습니다.

 

여기서 '아스팔트'는 아무곳에나 있는 아스팔트가 아니라 '미국의 아스팔트'로 해석했어야 한다는 것이 EPA의 지적입니다.

미국의 평균적인 아스팔트는 한국에 비해 훨씬 거칠어 구름저항이 크다는 거죠,

 

미국의 평균 아스팔트 노면으로 다시 테스트 한 결과 평균 3% 가량의 연비 하락이 있었고 이번의 스캔들이 일어난 겁니다.

 

박 한국 도로로 측정해서 안된다. 현대차가 모르고 그랬다면 좀 억울하겠는데요?
 
'미국의 아스팔트'여야 한다는 것은 공식 문서에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니까. 무척 억울할겁니다. 하지만 굳이 미국에 파는 차를 한국의 연구소에서 연비 측정을 한게 어쩌면 '꼼수'일지도 모르겠구요.

 

어쨌거나 현대차가 억울하다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정부를 상대로 논쟁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결국 현대차는 연구소 책임자를 인사조치하고, 미국 전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게재하고, 소비자들에게 기름값 차액에 해당하는 기프트카드, 다음번 자동차 구입시 15%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습니다.

 

박 빠르게 움직였네요. 약간 과한 느낌도 있는데요.

 

네, EPA도 현대차 연비 측정이 정해진 테스트 방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어서 조정을 명령했을 뿐이지, '고의성'을 언급하거나, '벌금' 같은건 주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EPA가 내놓은 이번 조치는 '고발'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연비 조정'인거죠.

 

박 현대차 말고 다른 회사들은 조사하지도 않았다던데. 왜 우리나라차만 조사한거죠?

 

EPA가 현대차의 연비를 조사 하는 것은 사실 2년 전부터 예견 된 일입니다. 미국의 컨슈머 워치독이라는 소비자 단체가 지난 해부터 현대 아반떼와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 등 한국 일본의 수입차 연비가 광고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문제 삼아왔거든요.

 

컨슈머 워치독, 그러니까 컨슈머의 개. 라고 하는 단체는 혼다와 현대를 소송했는데요. 미국 법원은 혼다에게 올해 초 시빅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광고보다 나쁘기 때문에 운전자 한사람당 100만원씩을 주라고 하기도 했구요.
 
컨슈머워치독은 혼다 사건 이후 신났는지, 미국 정부에 다시 조사하라는 공문도 보내고 현대차를 소송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박 이상하네요. 왜 한국과 일본 기업만 그렇게 공격할까요?

 

컨슈머워치독은 비록 소비자단체지만, 미국인의 세금이 많이 들어간 GM차를 구입하는게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식의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는 극우 성향단체입니다. 

 

사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 판매되는 차 10대 중 한대가 현대기아차니까. 대단한 수준이죠. 이렇게 빠른 성장을 할때면 반드시 성장통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저기서 트집잡히기 쉬운 시점인데, 꼬투리 잡힐 일을 하지 않고 이 과정을 잘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