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분들이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가보셨겠지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거리고, 역사적으로도 바람난 여성들이 돌던 동네라고 소개하더군요. 또한 루이비통 본사매장을 비롯해 다양한 명품샵들이 줄이어 자리잡은 곳이죠.
아마 관심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겠습니다만, 샹젤리제 거리는 자동차 마니아들도 눈이 휙 뒤집어질만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그저 화려한 거리가 아니라, 수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콘셉트카나 최신 차종을 비롯, 다양한 모델들을 선보이는 자리기 때문이죠.
▲ 요런 것들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죠.
놀랍게도 모터쇼에도 나오지 않는 차종들을 이곳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터쇼는 항상 신차, 신모델, 미래를 강조하는 자리라면, 이곳은 반대로 이 브랜드의 철학, 가치, 역사를 대변하는. 그래서 현재를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뜬구름 잡는 차들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던 꿈의 차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업체마다의 화려한 전시 기술을 보여주는 경쟁장소이기도 하구요.
제가 파리에 갔던 지난달에는 피아트 그룹이 운영하는 전시장소에서 ‘그랑프리, 100년간 승리의 자동차들’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모터빌리지라 불리는 곳인데, 피아트그룹인 란시아, 피아트, 알파로메오, 아바르트, 짚, 마세라티(아 얘도 피아트였지 참…) 이 전시되고 있는 공간으로, 계속 주제가 바뀌며 전시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계속 바뀌어야 하니 지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쉬웠는지 유튜브에는 전시가 바뀔때 마다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올리며 이 장소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user/motorvillage
전시장에서 처음 눈에 띈 것은 바로 포뮬러카였습니다.
마치 달리고 싶다는 듯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물론 피아트가 F1에 나가긴 했었는데, 이 차는 F1 카는 아닌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저기 놓인 트로피를 보면 뭔가 레이스에서 우승한 차인건 분명한데, 그것까지는 모르겠는, 한심한 제 지식 수준이 답답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튼 이 차는 피아트 F1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타이어는 낡은 상태 그대로 전시돼 있네요.
레이서들의 이름이 적힌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지난 100년간의 승리를 기록해놓은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띈건.
헉!
너 혹시 그놈(?)이니….
맞습니다. (두둥!)
란시아 델타 HF 4WD! 입니다. 란시아 델타 HF 인테그랄레도 똑같이 생겼는데, 저는 이게 4WD인지 인테그랄레인지는 구별하지 못하겠네요.
이 차는 80년대말 90년대 초 WRC에 나가 경쟁자들을 싹쓸이 하던 바로 그 전설의 자동차입니다.
우리가 오락실에서 한게임에 무려 500원을 넣고 침을 질질 흘리며 했던(혹은 하고 싶어했던) 세가 랠리에 등장하던, 도요타 셀리카와 양대산맥을 이루던 바로 그 차입니다.
벽에 쓰여진 것은 우승 기록입니다. (하도 우승을 많이 해놓으니까 참피온이 막 몇년~몇년.. 이런식으로 써있고 막이래)
자세히 보니 당시 랠리 드라이버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요런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았던 거죠.
지금도 저대로 나와주면 바로 장만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이 아름다운 자동차 건너편에는 이런 차가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이 차는 델타에 앞서 60~70년대 랠리를 주도했던 자동차. 란시아 풀비아(Fulvia) HF 입니다.
낡은 계기반이나 실내들, 깃발모양의 란시아 로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레이스카 답지 않게 커다란 트렁크가 있어서 좀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개조해 출전한 AMG의 붉은 돼지를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그와 마찬가지로 이 시대 레이스카들은 쿠페가 아니라 커다란 트렁크를 달고 있는 세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1층에 다시 올라가니 이제야 마세라티 MC12 레이스 머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아 저 파란 차가 물경 17억원이나 한다는, 그리고 마세라티의 야심작이라는 MC12의 레이스카 버전이구나…
그런데 왜 우승을 못해?
개인적으로는 마세라티의 명성에는 거품이 상당부분 작용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곁에는 이런 차가 서있었습니다. 이 레이스카는 뭔지 모르겠더군요.
CAMPARI 라고 써있는데 레이서 주제페 캄파리(Giuseppe Campari)는 아니고, 술 브랜드 캄파리의 광고인건 분명하네요.
물론 이곳은 이처럼 역사 속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최신 레이스카들도 여럿 전시돼 있었습니다.
우선, 피아트 푼토 아바르트 랠리카가 있었고, 귀여운 피아트 500 랠리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악 귀여워! 터프한척 하니까 더 귀여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랠리카니까 당연히 카본이 둘러 쳐져 있는데, 이 또한 매력적입니다.
아바르트가 피아트에 끼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퍼포먼스 브랜드를 하나 잘 개발해놓으면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겁니다. 우리 나라 제조사들도 더 늦기 전에 뭔가를 개발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3층에는 다양한 상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무선조종 FIAT 500도 있더라구요.. 아~ 이건 샀어야 하는데. 워낙 경황이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곳에는 최신 차종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피아트 500L입니다.
이 차는 미니에서 컨트리맨 SUV를 내놓고 인기를 끈 것과 완전히 동일한 전략을 갖고 있는 차입니다.
피아트 500의 차체를 키우고 패밀리용으로 만들면서, SUV와 같은 4륜 구동까지 제공한다는 겁니다.
아주 귀여운 광고 한번 보시죠.
L은 단순히 Large가 아니라 저연비를 나타내는 Light , Look at me, Love… 등등의 약자라는군요.
이런 뻔한 전략이 통할까 싶지만, 사실 아주 잘 통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없어서 못 팔 정도의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요.
내년 초 피아트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이 차를 갖고 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곳 전시장의 비디오를 보시면 긴 글보다 훨씬 더 잘 살펴보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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