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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쉽게보는 Q&A] 자동차 급발진 원인 밝혀졌다? 천만의 말씀

Q. 엇그제는 자동차 급발진 원인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왔더라구요. 


네, 자동차 급발진 원인이 브레이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죠. 


Q. 그러게요. 저도 기사 읽었는데 브레이크 때문에 차가 급발진한다는게... 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그 내용을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브레이크는 조금만 밟아도 차가 쉽게 서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브레이크를 도와주는 배력장치라는게 있는데요. 이 배력장치가 힘을 얻기 위해서 엔진에서 나오는 압력을 통에 저장했다가 이용합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밟는 빈도를 특정하게 하다보면 오히려 이 압력이 거꾸로 엔진쪽으로 들어오면서 스로틀 밸브가 조금 열리고 이 때문에 차가 급발진한다. 이런 주장입니다. 


Q. 쉽게 말씀하셔도 무척 어렵네요. 그런데 그 주장이 사실인가요?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주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주장대로 스로틀밸브가 열려서 공기가 더 들어간다 해도 연료를 그만큼 분사해주지 않으면 차가 가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 브레이크를 이상하게 조작해서 스로틀밸브도 열리고, 아주 희박한 확률로 ECU라는 컴퓨터도 고장나고, 더 희박한 확률로 마침 연료를 배합비율까지 정확하게 뿜어내줘야 한다는거거든요. 때마침 안전장치도 모두 고장나야 하구요. 



Q.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특히 디젤차들은 스로틀밸브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가설로 20% 이상인 디젤차의 급발진 주장은 전혀 설명하지 못하지요. 유럽차들은 우수해서 유럽에선 급발진이 없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는데, 국내서 유명한 급발진 사례 중에 독일산 수입차들도 꽤 있거든요. 이런 면에서 보면 주장이 아주 허술합니다. 더구나 원인을 알았다면 재현을 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재현을 하지 못한다는게 이번 주장의 가장 큰 헛점입니다.


Q. 저는 급발진 원인이 밝혀져서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가보네요.


 네, 국토교통부도 이에 대해 의견을 내놨는데요.  안그래도 급발진에 대한 국민들 불안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을 하고, 민간합동조사반을 운영해서 조사에 있거든요. 심지어 급발진을 직접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와서 시연을 해봐라 이렇게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장에 대해서도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추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의견을 내놨구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게 아니냐 해서 주장의 개연성을 판단하기 위해 주장을 펼친 김교수에게도 조사반에 와서 설명을 해달라고 하는데, 와주지 않고 있다고도 하네요.


Q. 여러가지 면을 보면 좀 잘못된 주장인것 같은데, 어째서 이게 이렇게 모두에게 알려지게 된걸까요.


이번 주장은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라는 단체에서 내놓은 것인데요. 회장으로 계신 대림대 김필수 교수가 워낙 언론쪽에 마당발이셔서 그동안 급발진 관련해서 인터뷰를 통해서 아주 유명해지셨어요. 기자들도 계속 급발진 관련 의견을 밝혀달라 했을테니 관련 기자회견을 열게 됐고, 이걸 그대로 언론이 보도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게 된겁니다.  


Q. 급발진을 밝혀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아직 명확한건 나오지 않았나봐요.


자동차가 복잡한 장치다 보니까 뭔가 이 안에 비밀이 있다거나 밝혀낼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의외로 내부는 100년전 기계장치나 별다를게 없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브레이크나 핸들 같은 주요부품의 기본 동작은 아직 전자장비를 이용하지 않으니까요. 


자전거의 예를 들면 좀 나을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에서 급발진을 주장할 수도 있을겁니다. 자전거 브레이크도 고장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브레이크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동시에 다리 근육에 이상이 생겨서 갑자기 막 레이스선수같은 힘이 솟구치는 겁니다. 동시에 뇌도 정신도 잃어서 다리를 막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 페달을 밟다가 벽을 들이받는 셈이죠.


Q. 하하, 그런 일이 있을리는 없잖아요.


자동차 급발진이 바로 그런 확률로 발생하는겁니다. 반면에 자전거 타다가 실수로 벽에 들이받을 가능성이 있지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요. 급발진을 주장하는 자동차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브레이크 혼동인데요. 대부분 급발진이다 하는 사고는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고도 자기가 잘못 밟았다는걸 모를때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사고가 난 후에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지만 차가 튀어나갔다'이렇게 주장하게 되는거죠.


80년대 차들은 PRNDL 레인지를 아무 버튼 없이 조작하도록 돼 있었고, 평상시 D모드에서 P모드로 조작하던 습관이 있는 운전자의 경우, 실수로 L모드로 들어간 상태로 주행하면 이후 P에 넣는다는게 R모드로 잘못 넣고 주차하는 경우가 발생. 급발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GM은 P의 간격을 떼고, L을 넣을때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것으로 바꾸었다.


Q. 에이 설마 브레이크페달과 가속페달을 혼동할리가 있겠어요.


자동차 면허연습장 강사 얘기를 들어보면 연습생 중 십중팔구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두번쯤 가속페달을 밟는다고 합니다. 페달이 너무 헷갈리게 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연습차량은 조수석에도 브레이크가 있는거지요. 초보운전뿐 아니라 택시 운전사 같이 숙련된 운전자도 급하게 차에 타거나 내릴 때, 아니면 후진하려고 뒤를 돌아볼때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급발진 사고 영상이 주차장에서 일어나고 있죠. 


Q. 그래도 그렇게 자동차회사 잘못 아니다! 모두 운전자 과실이다! 이러면 안될것 같은데요.


네 물론 쉽게 단정짓는건 곤란하겠죠. 어떤 사건이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는것이 중요할겁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나 인터넷 동영상 같은걸 보고 급발진이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러면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고 굳게 믿고 더 세게 밟는 경우가 많아져서 결국 급발진 추정사고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됩니다. 차가 튀어나가면 급발진 아니냐 의심할게 아니라, 지금 밟고 있는게 가속페달이라고 의심해보는게 확률적으로도 훨씬 바람직합니다. 


미국서 도요타 급발진 사건이 도마위에 올랐을때, 한 프리우스 운전자는 "아무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가 서지 않는다"고 911에 전화. 경찰이 "침착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N으로 옮기라"고 하자 차가 섰음. 역시 운전자가 실수한 것임. 이 사진은 혹시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차를 프리우스 앞에 세워둔 모습.


Q. 차가 튀어나갔을때 운전자가 자신의 실수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거죠? 


네, 운전자만 조심해도 급발진 주장 사고는 크게 줄어들걸로 보입니다. 물론 자동차의 결함도 없지는 않지요. 특히 요즘 국산차들이 차가 잘 달리는 느낌을 주려고 조금만 밟아도  너무 튀어나가게 만들고 있는데요. 이것도 운전자들이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을때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Q. 그렇죠. 그거 생각나네요. 옛날에는 차 안나갈까봐 언덕에선 에어컨도 끄고 그랬는데, 요즘은 차가 잘나가도 너~~무 잘나가잖아요.


네, 요즘 쏘나타만 해도 출력이 170마력이 넘고, 터보는 260마력까지나 되니까 레이서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높지요.  이런 차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평소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속도로 튀어나가거든요. 평소에 시험삼아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고 차가 어느정도 튀어나가는지, 출력에 익숙해지는게 좋습니다. 


Q. 헉 어디서요?


(앗 당황)...공터나 안전한 곳을 찾으셔서 최고속이 아니라 출발 가속감 정도만 익혀보시면 되겠지요. 고속도로 램프에 진입할때도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서 가속해 진입해보는게 좋겠구요. 


또 자동차 회사에서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실수로 밟았을때 급발진이라고 할만큼 급하게 튀어나가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만들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Q. 네 요즘 자동차회사는 급발진은 전적으로 운전자 과실이다 이러고, 사고 운전자들은 전적으로 자동차 이상이다 이러는데, 자동차 회사 모두 상대탓만 해선 안되고, 각자 조심을 해야한다는거군요. 지금까지 탑라이더 김한용 기자와 얘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