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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흥미꺼리/취재 뒷담화

[Q&A] 기아차 쏘울 블라인드 테스트, "못믿겠다"

궁금한 것들을 질의 응답으로 풀어보는 궁금녀 Q&A. 이번엔 기아차 쏘울 블라인드 테스트입니다. 이 내용은 24일 TBN교통방송 드라이빙라이프를 통해 전국 방송 됐습니다.


궁금녀> 국산차를 수입차와 비교해서 블라인드 테스트 했다는 기사가 있던데요.


네, 기아차가 신형 쏘울을 평가하기 위해서 일반인들 150명의 눈을 가리고 쏘울과 BMW 미니에 번갈아가면서 태워서 인테리어와 주행성능을 비교해달라고 했다네요.


궁금녀> 눈을 가리면 어떻게 비교를 하나요.


차에 탈때까지 안대를 했다가 앉아서 안대를 열어서 인테리어가 어떤지 평가하라고 했다는데요. 차 바깥을 보면 미니인걸 알고 실내에서 보면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건지... 저는 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무려 150명한테 이런걸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구요.



궁금녀> 인테리어는 그렇다 치고, 주행성능은 어떻게 눈을 가리고 비교한건가요?


눈을 가리고 조수석에 앉아서 승차감만 느끼라고 했다는겁니다. 차는 평지, 코너, 유턴, 과속방지턱 등으로 구성된 특정 코스를 주행했다고 하구요. 그런데 미니는 원래 주행하는 운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차가 아주 딱딱하거든요. 그런 차에 눈을 가리고 조수석에 타라고 했다니 좀 불공평한 경쟁이 됐겠더라구요. 


궁금녀> 그 블라인드 테스트라는걸 하는건 적절했던건가요?


블라인드 테스트라는걸 알린건 원래 팹시가 TV광고를 통해 시작한거죠. 눈을 가리고 코카콜라와 비교해서 더 좋은 쪽을 선택하라고 했는데 결과는 팹시가 항상 이긴다는 내용이예요. 이 광고를 기획한 사람이 유명한 존스컬리인데, 광고가 워낙 성공적이어서 나중에 팹시콜라 사장이 됐고 그 후엔 애플 사장까지 하게 됐지요.


당시엔 팹시콜라를 성공시킨 대박 기획자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스티브잡스를 잘라버린 멍청한 사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특히 해당 광고는 뒤늦게 문제가 드러났는데, 팹시는 코카콜라보다 조금 더 달기 때문에 한모금만 마시면 선호하지만 한캔을 마시는 경우는 더 많은 사람이 코카콜라를 선호했다는겁니다. 결국 애초의 블라인드 테스트 광고부터가 사기성이 있는 광고였던거죠. 


더 큰 문제는 팹시콜라는 마시는 음료인데 반해 자동차는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주행 해보는 감성적인 제품이라는겁니다. 눈을 감고 느낄 수 있는 블라인드테스트 대상이 아닌거죠. 


궁금녀>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기아차 말로는 응답자들에게 '수입차 2대를 비교하라' 했더니 74%가 쏘울이 좋다고 했다고 하구요. 쏘울을 수입차라고 속이고 미니를 국산차라고 속여서 비교하라고 했더니 쏘울이 좋다고 한 사람이 89%로 나왔다고 기아차 측은 얘기했습니다. 우리 소비자들이 수입차라고 하면 막연히 더 좋은걸로 본다는게 기아차 측의 주장입니다.


궁금녀> 의외네요. 국산차가 많이 좋아져서 그런건가요.


그게 좀 애매합니다. 같은날 마케팅인사이트라는 자동차전문리서치 기관에서 수입차와 국산차 소비자들7800여명의 제품 만족도를 비교한 자료가 나왔는데요. 수입차에 대한 제품만족도가 국산차보다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항목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기능·성능·디자인·유지비 등에 대한 평가에서 모두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경쟁력이 높았습니다.


수입차는 `주행성능`에서 가장 높았고 `안전성 및 보안성`, `유지비 및 운용비` 등에서도 우수했습니다. 국산차는 `다양한 유용성`에서만 수입차를 미세하게 앞섰습니다. 브랜드별 비교에서는 벤츠가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BMW(634점), 아우디(625점), 폭스바겐(616점) 등으로 역시 독일계 브랜드가 상위권을 석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궁금녀> 기아차가 조사한 결과에선 실내 인테리어나 승차감에서 압도적으로 국산차가 높았는데, 설문조사는 정반대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네, 기아차가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조사를 하면 조사기관이 어딘지, 조사방법은 어땠는지, 표본오차는 얼마나 되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알려야죠. 그런데 기아차는 막연히 150명이 했다, 그중에 70% 정도가 기아차를 좋아했다. 뭐 이런식으로 막연히 얘기를 해서 업계 관계자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꾸 이렇게 믿기 힘든 마케팅을 하는데, 이게 당장 차 파는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신뢰감을 떨어뜨려서 차를 파는데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궁금녀> 신뢰감이라, 중요한 얘긴데, 그래서 현대기아차 점유율도 많이 떨어졌지요?


네 이제 국산차 90%대가 무너졌지요. 더구나 현대기아차는 더 많이 떨어져서 한때 80%가 넘던게 이젠 승용차만 놓고 보면 64% 수준이 됐습니다. 그러고 나서인지 요즘 현대차는 대놓고 아반떼가 폭스바겐 골프보다 좋다고 이렇게 상대 제품명까지 노출하면서 광고를 하고 아주 필사적인 느낌입니다.



궁금녀> 아반떼가 폭스바겐 골프보다 좋다고 광고를 한다구요?


어떻게 보면 비방광고에 가깝죠. 비방 광고란 사업자가 경쟁 사업자의 것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된 근거가 없는 내용을 표시, 광고하여 비방하거나 또는 불리한 사실만을 표시하여 비방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이렇게 광고하면 표시 광고법 상 불공정 거래 행위가 됩니다. 그런데 이 광고는 아슬아슬하게 이 경계에 놓인 광고 같습니다. 


직접 폭스바겐 골프보다 좋다고는 얘기 못하니까, 여러 신문에서 오려 붙인 것처럼 연출이 돼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중 몇개는 해당 신문이 아닙니다. 인터넷에 나온 기사를 다른 매체 이름을 붙여서 해당 신문 기사인것처럼 조작한 것도 있어요. 이런 것들 역시 모여서 신뢰가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 되겠죠. 


현대기아차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광고를 한 적이 없는데요. 요즘 현대기아차가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다 보니까 자꾸 이렇게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