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불만, 안전 문제, 높은 가격, 독과점, 내수 차별... 오늘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같이 불만을 품는 이유는 무얼까. 원인을 파악해야 해결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기간은 9월12일부터 9월30일까지 19일간이며, 총 응답자는 1795명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그리 미워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수는 6%에 불과했다. 나머지 94%는 내수 차별·품질·안전·가격 등 다양한 이유로 현대기아차를 미워한다고 밝혔다.
▲ 에어백 내수 차별 관련 현대기아차의 입장 |
절반에 달하는 45%는 의외로 '국내 시장을 차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품질문제는 19%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고, 안전문제는 11%,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9% 순이었다.
▲ 모터그래프에서 실시한 '현대기아차를 왜 미워하나요?' 설문 조사 |
흔히 문제가 '제품'에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문제는 '공정성'에 있었다. 요즘들어 '품질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행보가 조금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이다.
전례 없이 비분강개한 댓글도 쏟아졌다. 한 응답자는 "제네시스만 봐도 미국이랑 왜 약 2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지, 강판도 왜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미국에 싸게 팔고 거기서 발생하는 적자를 국내 시장 독점을 통해 메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소비자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응답자는 "내수는 알아서 잘 팔리는 탓에 늘 해외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면서 "현대기아차는 국민들의 세금과 희생으로 성장한 만큼, 관련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국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수는 훨씬 적지만 응답자 중 19%는 '품질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고 안전에 대한 불만도 11%나 됐다. 핸들, 브레이크(3%) 같이 눈에 나타나는 '차량 성능'보다 제품에 대한 '불신감'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셈이다. 제품의 문제보다 대응 방법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 셈이다. 한 응답자는 "아무리 대기업이라지만 오작동 결함 등,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적었다.
심지어 "정직하지 못해서"라거나 "신뢰할 수 없는 말장난을 해서"라는 직설적인 의견도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마케팅적인 수사로 내세운 '세계 최초'나 '사실상 가격 인하' 같은 문구가 실은 오히려 회사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지도 모른다. 은연중에 '믿을 수 없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말이다.
▲ 모터그래프가 실시한 '가장 믿을만한 국산차 브랜드는?' 설문 조사 결과 |
'가격 비싸서 문제'라는 불만도 9%에 달했다. 한 응답자는 "10년 전 혼다 어코드 가격은 3300만원 수준으로 현재와 거의 변화가 없지만, 당시 천만원 중반이던 현대차 쏘나타의 가격은 지금 2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설문 항목에는 없었지만, 한 응답자는 "현대차 영업이나 서비스센터 등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도 문제"라면서 "현대차 직원들은 대체로 고압적인 태도로 소비자들을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설마 영업사원이나 서비스센터가 고압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 미리 설문 항목에 넣지는 못했다.
노조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현대기아차 귀족 노조는 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라며 "도요타 노조가 파업 한 번 안 할 때 1년에 2번씩 파업해 꼴 보기 싫고, 노조 좋아하라고 현대차를 사 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왜 응답자들은 '차' 자체가 아닌 현대차의 '행위'를 문제 삼을까. 특히 자신이 구입하는 차가 아닌 해외 소비자에 대한 특혜, 자신과 관계없는 노조원들의 처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알기 어렵겠지만 심리학 연구도 참고할만 하다. 2010년 유명한 사회학자 프란스드왈(frans de waal)은 원숭이를 이용해 '차별'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했다. 우리 속 원숭이에게 오이를 주면 기쁘게 먹는다. 하지만 바로 옆 우리의 원숭이가 포도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 원숭이는 먹던 오이를 우리 밖으로 내던져버린다. 심지어 실험자 얼굴에 오이를 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만큼 '차별'에 대한 감정은 극단적이고 강력하다는 뜻이다.
또 지난 수만년간 포유류의 본성은 이득보다는 손해에 더 민감하고, 편안함보다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됐다. 그래야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건의 품질이 좋다거나 조용하다는 느낌은 잘 기억하지 않고, 물이 샌다거나, 녹이 슬어버리는 것 같은 손해에 크게 반응하는 원인이 여기 있는건 아닐까.
▲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변동표(상용차 제외) |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왔다. 80년대 말에는 '미국 수출용 차량(AMX)'이라며 가격을 더 올려 받는 일도 있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법규에 없다는 이유로 수출용에 들어가는 안전빔, 에어백, VDC 등 안전 장비를 삭제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아연도금강 등 철판까지 달랐고 '10년 10만마일 보증' 같은 업계 최고 수준 보증도 해외에서만 제공했다. 미국과 유럽에 전략모델을 내놓고 있는 반면, 내수용 모델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물론 요즘은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사소한 차이도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부각되기 마련이다.
이래도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에 등을 돌리는 이유를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비록 현재 현대차 수익의 대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는게 사실이라도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근간을 만들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가 된 현대차, 이제는 자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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