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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00~5000만원

고양이 같이 달리는 차…푸조 207 GT 시승기

예전의 프랑스차는 프랑스인만을 위한 차라 할 수 있었다. 파리 시가지의 좁은 골목에서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는 자그마한 차체, 돌로 만들어진 도로에서도 쾌적한 승차감을 약속하는 소프트한 서스펜션과 시트, 심플한 내 외장, 평범한 동력성능.

그러나 점차 거세지는 글로벌시대, 더구나 EU의 발족에 의해 국경의 울타리는 크게 낮아졌고 사람과 물건과 돈의 움직임이 극적으로 활발해졌다. 그 결과, 국경을 넘은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디자인, 마케팅, 신뢰성, 코스트 등 모든 면에서 국제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이미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독일 메이커가 금새 치고 들어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그러한 위기감 때문이었을까 최근의 푸조는 모든 면에서 눈에 띄게 진일보했다.


207의 2는 소형차라는 뜻. 7은 그 7세대 차량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차의 전신은 206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206은 푸조 사상 가장 성공한 모델인것과 동시에 글로벌 지향적인 모델이었다.

동급에서 최대의 사이즈를 갖는 차체와 감성적인 디자인은 프랑스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 저렴한 가격과 하드톱 컨버터블을 앞세워 국내 컨버터블 판매 1위를 달성하는 위업을 달성했고, 당시 젊은 대학생들이 드림카로 꼽기에 주저하지 않기도 했다.

더욱 글로벌화 한 것이 이번에 시승하는 207이다. 프랑스인들에게는 큰 인기가 없는 디자인이라고는 하지만, 전면에서의 프론트 마스크는 전보다 훨씬 강인한 느낌으로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디자인이다. 실내 공간도 넉넉한데다 진동이나 소음 수준도 극히 줄었다. 206에 비해 차체가 훨씬 커져 이젠 전장이 4미터가 넘는다.

동급으로선 최대의 크기, 독특한 디자인, 스포츠 감각의 하체 등은 물론, 뛰어난 질감까지 갖고 있다. 실내외장재의 마무리나 질감까지 뛰어나다. 컴팩트카는 왠지 저렴해 보일것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있다.

이 차엔 BMW와 공동개발해 미니에도 탑재되는 1.6리터 4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1280kg의 차체에 120마력. 그렇게 강력하다고 볼 수는 없는 엔진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행해본 느낌은 상상이상이다. 이 엔진은 저 RPM에서부터 플랫한 토크가 나오는 훌륭한 엔진이기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 느끼는 가속감은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달려본 최고속도도 계기반 눈금으로 시속 180km정도. 제원표상엔 195km/h라고 쓰여있다. 국내서 몰기엔 결코 부족하지 않다.

같은 엔진을 얹는 MINI가 6단 변속기인데 비해 4단 변속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메뉴얼 모드로 설정해두어도 변속기가 멋대로 변속해 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엔진 브레이크를 유도하기 위해 기어를 낮추려 해도 고 RPM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어지간한 상황에선 기어를 낮춰주지 않는 점등은 운전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설정이다.

그렇지만, 변속 충격도 적은 편이고, 오토매틱으로만 두고 운전할 때는 엑셀 조작만으로 차체를 다룰 수 있어 그 나름대로 정들면 재미있을만한 트랜스미션이다.

스포츠카는 창문이 작고 시트가 낮게 설정되기 마련이지만, 207GT의 실내에 앉으면 시트포지션이 평범하고 창문이 넓다. 스포츠카를 모는 느낌은 아니다. 승차감도 통통 튀는데다 부드럽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코너는 어김없이 뉴트럴 스티어로 돌아나간다.

BMW의 빡빡한 느낌이라기 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부드러운 감각과 연결된 느낌이다.  

강력한 엔진 성능은 아니지만, 코너링 성능만큼은 어떤 차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차의 형님격인 207RC는 같은 차체에 170마력을 얹고 수동 6단기어를 장착하고 있는데다 서스펜션도 더 하드하게 셋팅돼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된다.